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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결산] 동학개미 시대…'배당 늘리고 감사위원 바꾸고'

주주환원책 봇물…三電은 이벤트존 운영 '눈길'
주가하락 질타에 최저임금 보수 수용한 CEO도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22-04-03 06:05 송고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16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들이 응원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2022.3.1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16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들이 응원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2022.3.1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지난 16일 경기 수원 삼성전자 주주총회장.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주총 포토존'과 '응원메시지 월'이 생겼다. 주주들의 즐거운 경험을 위해 준비한 공간이다. 주주들은 포토존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고, 응원메시지를 남겼다. 삼성전자는 추첨을 통해 갤럭시 S22 울트라와 더 프리스타일, 비스포크 큐커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동학개미 열풍에 주주총회 풍경이 달라졌다. 표 대결에서 이례적으로 소액주주들이 지지한 감사위원 후보가 당선되는가 하면, 주가 하락의 책임을 물어 대표보수를 깎은 사례도 나왔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주주달래기에 나섰다. 이색 이벤트는 물론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를 올리기 위한 환원책을 약속했다. 질타에는 바짝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을 위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포토존과 응원메시지 공간을 만들어 주주들이 주총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행사 시작 전 여러 나라 출신의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주주들께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기능 문제로 논란을 빚은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등 주주들의 질타에는 한종희 부회장이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ESG(사회·환경·지배구조) 흐름에 맞춰 주주친화적 경영에 나선 셈이다. 특히 폭발적으로 증가한 동학개미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주주 수는 지난해 말 약 504만명으로 1년 만에 약 290만명(136%) 늘었다.

다른 기업들도 주주 달래기에 진땀을 흘렸다. 물적 분할 이후 주가가 반 토막 난 SK케미칼 주총에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대책이 부실하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김철·전광현 각자 대표는 해명하고 사과하느라 연신 고개를 숙였다.

SM엔터테인먼트 주총에서는 이례적으로 표 대결에서 소액주주가 추천한 신임 감사가 선임됐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47억원 규모 현금 배당도 약속했다.  

셀트리온 기우성 대표는 최근 주가하락을 이유로 최저임금만 받으라는 주주들의 요청을 수용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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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메시지도 이어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고객 가치'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고자 한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약속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주주환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2021년 기준으로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며, 앞으로도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는 가장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히는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형 SK 재무부문장(CFO)은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며 "자사주 소각도 주주환원 옵션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박정호 부회장이 "시총 200조원을 목표로 3년 동안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아는 배당금을 전년 대비 주당 2000원 올린 3000원으로 결정했으며, 효성도 배당을 확대하며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다른 기업들도 주주가치 제고를 한목소리로 약속했다.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자의반타의반' 주주친화적 경영에 나선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학개미 운동으로 소액주주가 크게 늘어나면서 눈치를 안 볼 수 없게 됐다"며 "앞으로 배당금 확대를 비롯한 주주친화 정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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