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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송' 김의성 "젊은이들과 친한척하는 '꼰대'? 살아남으려고" [N인터뷰](종합)

극중 박사장 역…"악역도 선역도 내 모습서 끌어와, 100중 인격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2-01-05 16:09 송고 | 2022-01-05 17:03 최종수정
NEW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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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아닌 것 같다"는 말에 배우 김의성(57)은 "그렇게 봐주시면 좋지만 사실 '꼰대'"라고 답하며 웃었다. 배우에서 사업가로, 또 다시 배우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인생을 꾸려가고 있는 그는 영화 '특송'에서 주인공 은하(박소담 분)의 주책맞고 친구 같은 고용주 백사장으로 분해 극을 이끈다. 

김의성은 오는 12일 개봉을 앞둔 '특송'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폐차 처리 영업장이지만 실상은 특송 전문회사인 백강산업의 대표 백사장을 연기했다. '특송'은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가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돼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김의성은 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특송'(감독 박대민) 관련 인터뷰에서 "액션 영화라는 것도 카체이싱 영화인 점도 끌렸고, 박소담이 주연 맡아주는 게 크게 끌렸다"면서 영화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어 "전 소속사에서 함께 한 동료이기도 했고, 박소담을 배우로서 주목하고 좋아했다"며 "박소담이 첫 주연을 맡는다는 얘기를 듣고, 또 극중에서 이런 끈끈한 동료로 출연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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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담은 최근 갑상선 유두암 진단으로 수술을 받았고, 회복 중에 있다. 그로 인해 '특송'의 홍보 일정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 김의성은 언론배급시사회 쯤에 박소담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 당시 (박소담이 영화를) 너무 궁금해 했고, 박소담은 영화를 보지 못했었다, 나도 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끝나고 나서 문자를 했다, 영화가 너무 좋고, 네가 진짜 멋있게 나왔다고 얘기해줬다"고 알렸다.

"기사에도 나왔지만 박소담 배우가 개인적인 일로 홍보 활동을 함께 하지 못해요. 지금은 순조롭게 잘 회복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외부 활동할 환경은 아니죠. 본인도 '홍보에 참여하고 싶은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시사회 때나 홍보할 때 앞뒤로 연락을 해 이렇게 하고 있고, 잘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김의성은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에서 지독한 악역으로 관객 및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랬던 그는 지난해 SBS '모범택시'에 이어 영화 '특송'에서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선한 캐릭터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김의성은 '모범택시'와 '특송'에서 연이여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 변신에 대해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저 주어진 역할을 합니다. 악한 역을 보여주지 말자, 하는 건 아니에요. 이런 역할을 하는 게 저는 좋은 사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를 시작할 무렵에 사진 찍으시는 존경하는 선배가 있는데 저에게 어떤 역할로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이미지 고정 또한 너의 자산이라고요. '이미지가 어떤 식으로 고정되면 분명히 뒤집어서 다르게 쓰고 싶어하는 영리한 사람들이 나타날거야'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이미지 고정이고 뭐고 없을 시대인데 어떻게 얘기해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제가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돌려주고 있어요.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 배우도 될 수 있었는데 뭐가 생기는 건 좋은 일이다, 감사하게 생각해라, 이렇게요."

김의성은 '특송' 속 백사장이 실제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행'의 용석 같은 인물에게도 자신의 모습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그는 어떤 캐릭터든 자신의 어떤 모습을 끌어와 연기한다면서 "100중 인격자쯤 된다"고 농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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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다가 백사장을 만들고 '이 사람은 이럴 것이야' 하고 연기하는 건 어려워요. 저는 대부분 인물의 캐릭터를 제 안에서 찾는 편이죠. 제 안에 이 인물이 가진 면이 있는가 보면 대부분 있어요. 100중 인격자쯤 돼요. 우린 누구나 그래요. 내 안에서 잘 찾아내기만 하면 돼요. 내 안에 있는 비슷한 걸 관찰하면서 인물을 구축해요. 백사장은 경쾌하고 격의 없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경박한 사람이고, 그의 이런 모습은 어떤 경우 제게서 드러나요. 마지막에 그가 보여준 그런 용기를 내가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안에 이런 용기가 있었으면 하는 욕망을 끄집어 내 현실화 했어요."

1987년 극단 한강의 단원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김의성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엘리트 배우'로도 유명하다. 그는 드라마 '머나먼 쏭바강'(1993), '작별'(1994) 등을 통해 경력을 쌓았고, 영화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1995) 및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등에도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2000년대에는 베트남에서 제작자로 변신 여러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2010년, 그는 다시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을 통해 배우로 복귀했고 '관상'(2013), '육룡이 나르샤'(2015), '부산행'(2016) 등에 연이어 등장하며 드라마계와 영화계, 양쪽을 책임지는 신스틸러로 부상했다.

"서울대는 당시 저의 점수가 생각보다 너무 높게 나와서 점수에 맞춰 취미에도 안 맞는 과를 가서 고민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연극한 계기가 되기도 한 것 같아요. 베트남에서 사업 망한 이야기는 너무 아픈 시간들이라서….(웃음) 사업이 망할 수도 있지만, 그 시기가 35세부터 45세 사이에요. 남자 배우에게 그 시기가 어떤 시기인지 아시잖아요? 그 시기를 뭐랄까 배우로서 좋은 경험들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하지만 한편으로 그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자리가 더욱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배우로서 아쉬움이 있지만 인간으로서 그 시간들도 소중했어요."

김의성은 인생의 실패들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고 했다.

"제일 큰 교훈은 어떤 경우에도 나에게 잘못이 있다, 나에게 잘못이 없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항상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야 한다는 거예요. 객관화하려고 해요. 디테일하게 얻은 교훈은 내가 불쌍해서 나에게 무엇을 주는 사람은 없다는 거예요. 제가 아무리 어려울 때도 제가 불쌍하기 때문에 뭔가를 던져주는 사람은 없어요. 물론 친구는 그럴 수 있지만 일의 관계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내가 뭔가 얻을 수 있을 때는 내가 무섭거나 귀찮을 때에요. 그래서 뭔가를 얻으려면 귀찮게 하거나 무섭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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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생각을 밝히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모든 가능성에 대해 인정하고 고민하는 김의성은 '꼰대'가 아닌 '어른'이었다. 하지만 그는 "'꼰대'가 아닌 것 같다"는 말에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그런 것"이라고 답하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또한 격이 없이 후배들을 대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제는 업계에서 일하면 대부분 저보다 어린 사람들이에요. 그런 배우들과 격이 없게 좋은 관계를 맺어야 행복하죠. 지금은 담배를 끊었지만 후배 배우가 담배를 어디 안 보이는데 도망가서 피우는 것보다 같이 피우는 게 좋잖아요. 어려워하기만 하면 제 손해에요. 저 혼자 심심하니까요. 자기들끼리 놀면 저도 끼워서 놀아달라고 하는 마음으로 가깝게, 권위적이지 않게 대해요. 기본적으로 제가 나이와 관계 된 권위의식이 없기도 하고요. 나이 많은 분들은 깍듯이 대접하지만 아래에 있는 사람들과는 다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도 제가 부드럽고 쉬운 사람이 되지 않으면 업무 효율이 떨어져요. 현장서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으로 보이면 좋겠다 생각하고 그래서 가능하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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