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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극일' 한발 더…한국진공야금, OLED 핵심 소재 국산화 눈앞

[K-히든챔피언]⑥파인메탈마스크 소재 내년 상용화, '5000억원 수입 대체 효과'

(서산=뉴스1) 윤다정 기자 | 2021-08-05 06:51 송고 | 2021-08-05 17:46 최종수정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간판 기업들의 공장이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사실상 힘으로 우리나라를 굴복시키겠다는 '경제침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일본만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일본의 무력 시위를 무력화 시킨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산화에 매진한 '강소기업'이다. 일본 보복 조치 이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 이노비즈협회와 함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히든챔피언'을 만나봤다.
충남 서산 한국진공야금 본사 전경. (한국진공야금) © 뉴스1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제한했다면 삼성·LG 공장 다 섰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2019년 일본의 경제보복 당시 전자업계에서 회자됐던 말이다. 디스플레이 분야가 일본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기술독립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그 주인공 가운데 한 곳이 바로 한국진공야금이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핵심 부품인 '파인 메탈 마스크(FMM·Fine Metal Mask)'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 

"내년 초쯤이면 코일이 만들어지고 중반쯤 국산화가 돼서 국내 기업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달 29일 충남 서산 한국진공야금 본사에서 만난 문승호 대표의 말이다. FMM 소재인 인바(Invar) 합금을 지난 2018년 독자 개발한데 이어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 히타치메탈이 생산해 자국의 부품 기업에만 공급해 왔다. 10년 이상 일본의 독점을 끝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국내 FMM 시장 규모는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FMM 소재의 상용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상당한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日 기업 독점한 '인바 합금' 소재, 5년 걸쳐 개발…내년 중 상용화

FMM은 OLED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적·녹·청 3원색을 발광하는 픽셀을 증착하는 데 사용하는 얇은 금속판이다. 디스플레이 화면의 화질을 높이려면 이 금속판에 균일하면서도 미세한 구멍을 많이 뚫어야 한다.

이때 금속판의 소재가 구멍을 뚫는 기술만큼이나 화질을 크게 좌우한다. 문 대표는 "(소재에) 불순물이 거의 없어야만 홀을 균일하게 뚫을 수 있다. 불순물이 있으면 홀이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순도의 FMM용 인바는 일본의 히타치메탈이 독점 생산해 자국 기업인 DNP(다이닛폰프린팅), 돗판인쇄 등에만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전기·전자 기업들은 DNP와 돗판으로부터 OLED용 FMM을 전량 수입해야만 한다. 특히 DNP는 11년간 FMM을 독점 공급하며 OLED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해왔다.

FMM용 소재의 불순물(개재물)로 인한 가공 결함 현상의 예시. (한국진공야금 제공) © 뉴스1

이런 상황에서 한국진공야금은 2015년부터 FMM 소재 개발에 착수해 3년여만인 지난 2018년 개발에 성공했다. 독자적인 고순도 인바 합금 개발과 제조까지 모두 마쳤고, 내년 중 설비를 완공해 하반기에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발 과정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문 대표는 "(금속의) 미세 조직이 어떻게 생겼는지 분석하고 해석해야만 원료 제조에 필요한 정보들을 알 수 있는데, 정보를 알아내는 비싼 분석 장비들이 없었다"며 "국책 연구소에 있는 선·후배들을 쫓아다니면서 장비를 빌려달라고 한참을 설득하고 사정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소재를 구해 분석하고 개발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를 확보한 뒤에는 자사만의 핵심 기술인 특수진공용해기술을 이용해 고순도의 인바 합금을 만들어내는데 한참을 매달렸다. 특수진공용해기술이란 진공 상태의 챔버(Chamber) 안에서 금속을 녹이고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공정이다.

문 대표는 "시설을 핸들링하는 기술을 많이 연구했다. 조그만 불순물 하나만 들어가도 (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자재가) 오염되지 않은 상태에서 용해하기 위해 공장 안을 깨끗이 다 청소한 뒤 일반 라인을 모두 멈추고 자재를 준비해 넣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산한 제품에서는 계속해서 불순물이 발견됐다. 그는 "(생산한) 소재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불순물이 생긴 경우가 많았다. 어디서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으니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불순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왔다. 문 대표는 "아르곤이라는 불활성 가스를 채워서 작업을 할 때가 있는데, (가스를) 채우는 배관에 미세한 먼지가 숨어 있다가 나와서 오염이 된 경우도 있었다"고 웃었다.

한국진공야금 압연기 증축 현장. (한국진공야금 제공) © 뉴스1

◇초기 설비투자 큰 산, '강소기업100' 선정으로 넘었다

우여곡절 끝에 소재 개발을 마치고 난 뒤에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금속을 얇게 펴는 압연 공정을 맡아 줄 업체를 국내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가 있어도 요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한국진공야금은 압연 설비를 중고로 사들여 직접 라인을 갖추는 쪽을 택했다.

문 대표는 "히타치메탈과 같은 세계적인 회사와 경쟁하려면 그에 걸맞은 시설과 장치가 준비돼야 한다. 소재를 만들어서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시설이 꼭 필요하다"며 "70% 정도 갖춰서 내년 초쯤 완공될 것으로 본다. 중요한 모터 드라이브나 부품들은 해외에 구매 요청서를 내 놓았고, 그것들이 들어오면 라인을 만들어서 청정한 금속을 압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초기 시설투자에 소요되는 자금만 해도 130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이 확보하기에는 쉽지 않은 규모다. 다행히 지난해 디스플레이 부문의 '강소기업100'에 선정된 이후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민간 투자사 등으로부터 안정적으로 투자 자금을 확보해 상용화 시기를 2~3년가량 앞당길 수 있었다.

한국진공야금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디스플레이 부문 '강소기업100'에 선정됐다. © 뉴스1 윤다정 기자

◇"소재 개발부터 완성까지 국내에서…전방 산업 서포트할 것"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한국진공야금이 2003년 창업 이후 각종 산업 현장의 설비·기계에 없어서는 안 될 특수금속과 첨단금속을 제조하며 노하우를 쌓아 온 덕이다.

특수금속은 높은 열과 각종 화학약품의 부식 작용 등을 너끈히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 발전, 건축, 해양플랜트·조선, 반도체·전기, 우주·항공 등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중요하게 쓰인다.

한국진공야금은 이중 건축용 단열 유리에 쓰이는 '스퍼터링 타겟'의 국산화를 이미 100% 완료해 KCC, LX하우시스, 한글라스 등 3사에 독점 공급 중이다. 문 대표는 "단열 유리는 유리 안쪽에 미세한 금속 박막을 입혀 만드는데, 과거에는 소재를 대부분 일본에서 사 왔다"며 "국내 대기업들과 협업해 국산화한 뒤 지금까지 계속 생산 라인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OLED용 소재 개발이라는 결실을 거둔 한국진공야금은 폴더플 폰을 비롯한 각종 스마트기기부터 고급 안경테에까지 쓸 수 있는 '플렉시블 타이타늄' 소재 양산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한국재료연구원(KIMS)이 개발해 특허를 받은 해당 소재의 사용권을 사들였고, 압연 설비가 완성되는대로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진공야금은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각종 첨단 금속 소재와 부품, 완제품까지 국내에서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일조하겠다는 '큰 꿈'을 꾸고 있다.

문 대표는 "지금까지 대기업은 (원료와 부품을) 다 일본에서 가져오고 한국 기업들과는 (협업을)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국내 연구원들도 세계적인 수준이 높다"며 "연구원들이 개발한 첨단 금속을 저희의 생산 시설에서 제조하고 전방 산업을 지원하는, 금속 산업의 '밸류 체인'이 형성될 수 있게끔 하겠다는 생각을 창업 초기부터 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책연구원 등과의 협업을 통한 국산화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문 대표는 "연구소에서 첨단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우수한 박사들이 소재를 만들어도 상용화가 어렵다"며 "첨단 소재가 개발되면 저희의 생산 라인을 이용해 시중에 판매하고 전방산업까지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려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지금은 소·부·장 기업들 간의 네트워크들이 잘 형성돼서 모든 부품을 국산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이후에도 저희와 같은 금속 회사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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