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보승이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손보승도 '엄마 덕을 본다'는 시선을 의식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걸어온 길, 또 앞으로 자신이 펼칠 연기에 대한 꿈에 대해 생각하자, 더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드라마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구해줘2'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거쳐 현재 방영 중인 '펜트하우스' 시리즈와 '알고있지만,'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길을 열고 있다.
-왜 배우를 꿈꿨나.
▶'유자식 상팔자'에 출연할 때만 하더라도 배우라는 직업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연기는 잘생긴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때 꿈이 야구선수여서 운동에 더 관심이 컸다. ('유자식 상팔자'에 같이 나온) 왕재민형이 연기 배우러 놀러오라고 해서 갔는데 그곳이 바로 극단이더라. 같이 연습을 하고 즉 흥극을 하게 됐는데 그 뒤로 계속 나가게 됐다. 엄마(이경실)는 극단에 나가겠다고 하니 학업을 포기하는 줄 알고 놀라시더라. 학교에 다니면서 극단을 나갔고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처음에는 흥미 위주로 시작한 것인가. 직업이 되게 된 계기는 뭔가.
▶원래는 음악(성악)으로 예고를 가고 싶었는데, 연기 전공으로 예고(안양예고)에 들어갔다. 연극 무대에서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방송에서 연기를 하게 되는 사람이 될 줄 몰랐다. 드라마에는 나처럼 뚱뚱한 캐릭터가 없더라. 그러다가 입시 시험을 치자마자 동대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등록금도 내 돈으로 내고 스무살에 찍던 영화가 엎어지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아서 뉴욕에 여행을 갔다.
배우 손보승이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지망하던 학교가 있었는데 그 학교에 붙지 못해 죄송한 마음도 있었고, 용돈으로는 내가 쓰고 싶은 만큼 쓸 수 없잖나. 누나도 엄마의 지원을 받지 않았고, 나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달라진 게 있었나.
▶뉴욕에서 정말 환상적인 날들을 보내다가 돌아왔다. 돌아오니 돈도 없고, 학교 자퇴해서 갈 곳도 없었고 연기를 할 기회도 없었다. 우울감이 찾아오더라. 여행 후유증이 심했는데, 그때 '펜트하우스' 오디션을 봤다.
-'펜트하우스'에서는 성악을 하는 예술계 학생들 이야기여서 보다 더 좋은 기회였을 것 같다.
▶우울했던 시기였고 뭔가 연기를 하면 해결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합격 후에) 숨을 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배우가 선택을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우울했던 것은 아니다. 오정세 선배를 되게 좋아하는데, 수도 없이 오디션을 봤다고 하시더라. 나는 아직 그 정도로 오디션을 본 건 아니니까 계속 해보려고 했다.
배우 손보승이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드라마에는 안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데 지금은 어떤가.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도 있고, 나같은 배우들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연기를 하는 게 재미있고 뮤지컬 오디션도 꾸준히 하고 있다. 연극이든 드라마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를 이어가고 싶다.
-크게 활약할 분량이 주어진 건 아니었다. '펜트하우스'는 어떤 의미인가.
▶역할의 크고 작음이 없다지만 사실 단역을 맡게 되면 속상한 마음도 크다. '구해줘'를 찍고 나서 솔직히 잘 될 줄 알았다. (웃음) 어린 나이에 맡게 된 작품인데 칭찬도 많이 받고 나름대로는 어깨가 올라가 있던 거다. 뭔가 보여주기에는 작은 역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펜트하우스'를 만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해줘2'에 출연하며 연기하는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감독님은 엄마가 누군지 몰랐다고 하시더라. 현장에서 '어머니 잘 계시니?' 인사를 받자 '어머니가 누구신데?'라고 하시더라. 나는 내심 그게 너무 기쁘더라. 그 전까지는 댓글에도 '엄마 덕을 본다'는 내용이 많으니까, 나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구해줘2'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기뻤다. 작품 후에도 열심히 했다고 칭찬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늦었지만 저를 배우로 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JTBC '알고있지만' 방송 화면 캡처 © 뉴스1 |
-'알고 있지만,'에서는 성희롱을 하는 등 악역으로 그려졌다.
▶나는 처음부터 '나쁜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연기한 건 아니다. 눈치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었다. 민상은 눈치가 없고 분위기에 맞는 말이 아니라, 자기 농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면 재미있어 하겠지?' 싶은 거다.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어떤가.
▶배우를 안하면 뭘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잘 모르겠다. 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 잘 해내고 싶다.
-'이경실 아들' 손보승으로 불리는 건 어떤가.
▶처음에는 싫었다. 내 이름 앞에 '이경실 아들'이 붙는 것 때문에 내가 엄마의 아들인 걸 싫어하게 될까봐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 집안에 수납장을 보는데 엄마가 받은 트로피들을 봤다. 이렇게 트로피를 많이 받은 분이 내 엄마구나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내 이름 앞에 엄마의 이름이 붙어 있다는 건, 곧 엄마가 잘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잖나.
배우 손보승이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텐데.
▶언젠가 인터뷰를 하게 되면 말하고 싶었는데, 엄마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받은 특혜는 없다. 하나 있다면, 예전에 택시를 탔는데 지갑이 없는 걸 늦게 알았다. 기사님에게 '이경실씨 아시냐'면서 '내가 이 분 아들이다'라면서 말씀드리고 나중에 돈을 드렸던 적이 있다.
-그게 바로 전국민이 아는 사람이라는 뜻 아닌가. 배우 일을 하면서 직업적으로 어머니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맞다. 어릴 때는 다른 친구들의 엄마들도 다 TV에 나오는 줄 알았다. 그리고 연예인은 악플이 많잖나. 엄마는 어떻게 그런 것을 다 감내하실까. 대단하게 느껴진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큰 배우가 되는 거다. 작품도 많이 하고 싶다. 톱배우가 되고 싶다.(웃음) 그러기 위해 세운 계획들이 있는데, 나중에 꿈을 이루게 되면 그때 계획도 말씀드리겠다. 또 내 역할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