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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7년]①악법 비판받던 단통법은 왜 계속 살아남을까

단통법, 7년간 지속된 변화에도 이용자 불만 여전
이통사와 이용자 사이서 줄타기하며 '누더기법' 지적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1-06-03 07:00 송고 | 2021-06-03 09:14 최종수정
최근 방통위의 단통법 개정안 발표에도 이용자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모두가 평등하게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사게 됐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최근 방통위의 단통법 개정안 발표에도 이용자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모두가 평등하게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사게 됐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단통법.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줄임말이다.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약 7년이 지난 지금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 구매 시 보조금 차등 지급으로 인한 '호갱'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지만, 모두가 평등하게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사게 되는 상황이 된 탓이다.
단통법을 둘러싸고 폐지 여론은 거세다. 하지만 단통법은 7년째 살아남았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법을 개정해 단통법 취지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왜 단통법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법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동통신사와 이용자 후생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법이 느슨하게 만들어진 탓에 단통법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느 한쪽의 불만이 차고 넘치지 않을 정도의 적정선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규제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규제 당국의 의지도 한몫한다. 

◇7년간 지속된 변화에도 이용자 불만은 여전

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 가입자에 대한 보조금 차별과 이통사의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시행됐다. 단말기 유통 과정에서 불투명하게 뿌려지는 보조금을 제한하면 단말기 가격과 이동통신 요금에 낀 거품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일부만 혜택을 보고 대다수가 '호갱'이 되는 구조에서 어디에서나 단말기를 안심하고 살 수 있으면서 통신 요금까지 내릴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다.
핵심은 지원금 공시제와 분리공시제였다. 차별없는 지원금을 공시하고 휴대폰 제조사와 이통사의 판매 지원금을 구분해 알리면 이통사 마케팅 비용이 얼마나 줄었는지 파악해 해당 비용만큼 통신 요금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법안 논의 과정에서 단말기 제조사 등 업계의 반발로 분리공시제 도입은 무산됐다.

공시되는 지원금 상한은 최대 30만원으로 제한됐다. 단통법 입법 과정에서 지원금 상한제는 갑자기 등장했다. 대신 3년 일몰로 시행됐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도 단통법이 만든 큰 변화다. 애초 지원금을 받지 않고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이용자에게 적용되는 선택약정할인 요금은 12%로 정해졌다. 이후 크고 작은 변화가 지속됐다. 지원금 상한액은 2015년 4월 33만원으로 올랐다. 선택약정 할인율도 20%로 상향됐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2015년 7월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정부에 통신비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단통법 실패를 주장하며 정부에 기본요금제 폐지와 요금인가제 폐지 중단을 요구했다.2015.7.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참여연대 회원들이 2015년 7월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정부에 통신비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단통법 실패를 주장하며 정부에 기본요금제 폐지와 요금인가제 폐지 중단을 요구했다.2015.7.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큰 변화는 2017년 나타났다. 3년 한시 규정이었던 지원금 상한제는 2017년 9월 말 일몰 기한이 도래해 폐지됐다. 단, 유통망이 이통사 공시 지원금의 15%를 초과하는 추가 지원금을 주는 것에 대한 제한은 지속됐다.

같은 해 9월에는 단통법 시행령 일부 개정이 이뤄졌다. 이통사, 대리점, 판매점 등이 방통위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기존에는 해당 행위에 대해 위반 횟수에 따라 500만~5000만원까지 과태료가 다르게 부과됐지만, 과태료 상한인 5000만원을 일괄 부과하도록 강화했다.

또한, 방통위는 단통법 고시 개정을 통해 선택약정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선택약정 할인 등을 통해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이용자 차별을 막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른바 '성지'라 불리는 특정 유통망에 장려금이 집중돼 불법 보조금이 지급되는 현상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이통사 입장에서 불법 보조금에 대한 과징금보다 단발성 보조금 지급이 이용자 유치 등에 있어 더 남는 장사라는 판단에서다. 일부 통신사는 마케팅 비용이 부담될 때 단통법 규제를 끌어들여 자폭 신고를 하기도 했다.

◇이통사와 유통점, 이용자 후생 사이에서 줄타기 지속

지난달 26일 방통위가 발표한 단통법 개정안은 추가 지원금 한도를 기존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방안을 담았다. 통신사 지원금 공시 주기는 주 1회에서 2회로 늘려 최소 공시 기간을 7일에서 3~4일로 단축했다. 공시지원금 추가 지급 한도를 늘리고, 신속한 지원금 변경을 가능하게 해 이통사 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통사, 유통 업계, 시민단체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통사와 유통 업계는 이용자 차별 확대, 유통망 간 불균형 심화 등을 들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큰 유통망, 작은 유통망 간 불균형이 우려되며 중소사업자 간의 편차는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시민단체는 개정안이 논의 과정에서 얘기된 것보다 축소된 내용들을 담았다는 입장이다. 추가 지원금 한도를 공시지원금의 50%까지 늘리는 방안, 과징금 처벌 조항 등이 얘기됐지만 이러한 내용이 빠졌다는 얘기다.

과기정통부, 방통위, 이통 3사, 이동통신유통협회, 시만단체 및 전문가로 구성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 협의회'는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단통법 개정안 논의 내용을 발표했다. © 뉴스1
과기정통부, 방통위, 이통 3사, 이동통신유통협회, 시만단체 및 전문가로 구성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 협의회'는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단통법 개정안 논의 내용을 발표했다. © 뉴스1

개정안 논의 과정에 참여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통신위원회 위원장 황동현 한성대 교수는 "지난해 단통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 추가 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50%로 상향하는 방안, 처벌 규정 강화 등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빠졌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법을 위반한다고 해도 처벌 수위가 강하지 않아 처벌 강화 등을 보완해야 한다. 소비자를 위한 법으로 만들어졌지만 현재 단통법은 결과론적으로는 통신 3사를 위한 법이 됐다"고 말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단통법은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고, 대신 거품만큼 단말기 출고가와 이동통신 요금을 낮추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문제는 단말기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시행이 안 된 것"이라며 "분리공시제 시행돼서 보조금을 어느 정도 부담하는지, 적정한 단말기 가격을 투명하게 드러내야 하는데 그게 도입이 안 된 상황"이라고 현재 단통법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했다.

결국 방통위는 이통사·유통점, 시민단체 양쪽에서 줄타기를 하며 단통법을 개정해온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는 25% 선택약정 할인을 도입하는 등 규제에 따라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시민단체는 단통법이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방향성은 옳다는 명분을 부여잡고 개정에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또 방통위가 규제 권한을 틀어쥔 상황에서 누더기 입법을 하며 단통법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누더기라는 지적은 지나치다. 시장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단통법을 개편하는 것이고 이용자 후생 증진을 위한 것"이라며 "이번 단통법 개정안은 단기간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심으로 발표한 것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처벌을 강화하자는 얘기는 쉽게 할 수 있지만, 사회적 공감대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지원금은 많이 올리면 좋은데 너무 많이 올리면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고, 중소 유통점이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어 그러지 못한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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