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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빼앗긴 OLED 소재 시장, 탈환할 것"…5부 능선 넘은 풍원정밀

[K-히든챔피언]④ 고해상도 OLED용 파인메탈마스크 상용화 '잰걸음'
올해 하반기 상장…25년까지 총매출 4220억 달성 목표

(안산=뉴스1) 문대현 기자 | 2021-05-09 07:35 송고 | 2021-05-21 19:31 최종수정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간판 기업들의 공장이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사실상 힘으로 우리나라를 굴복시키겠다는 '경제침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일본만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일본의 무력 시위를 무력화 시킨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산화에 매진한 '강소기업'이다. 일본 보복 조치 이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 이노비즈협회와 함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히든챔피언'을 만나봤다.
풍원정밀 생산공정 (풍원정밀 제공)
풍원정밀 생산공정 (풍원정밀 제공)

"이미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조만간 양산에 들어가 일본 기업에 빼앗겼던 시장을 되찾을 겁니다"
유명훈 풍원정밀 대표의 말이다. 일본 기업이 전세계 소재·부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다소 과한 목표처럼 들린다.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먼저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에 위치한 풍원정밀 본사에서 만난 유 대표의 표정엔 자신감이 차 있었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이런 꿈을 꿀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1996년 창립 이래 업계 주도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日에 뒤처져

1996년 문을 연 풍원정밀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쓰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에 필수적인 박막금속 가공(포토에칭) 기술을 갖춘 첨단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사다.
현재 주력 제품은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봉지공정(Encapsulation)에 사용되는 금속박(Metal Foil)과 AMOLED의 공통층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OMM(Open Metal Mask)이다.

풍원정밀은 이미 포화 시장인 OMM을 넘어 일본 업체가 잠식하고 있는 FMM(Fine Metal Mask) 국산화를 주도하고 있다. OMM과 FMM은 모두 디스플레이 증착용 부품이다. OMM이 OLED 기판에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유기막을 디스플레이 전면에 증착하기 위해 사용되는 부품인데 비해 FMM은 OLED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적색, 녹색, 청색의 세 가지 빛을 발광하는 픽셀을 각각 증착하는데 사용하는 얇은 금속판이다. 고해상도의 색상 구성 요소를 정확하게 증착하는 데 필수적이다.

OMM을 사용해 공통층을 증착한 후 컬러를 만들어 내는 기본 R(Red), G(Green), B(Blue) 발광층은 FMM이 담당한다. OLED의 수율(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다. 매우 정교하고, 강한 열 처리를 거쳐야 하는 공정이기 때문에 FMM은 OMM보다 단가가 높다.

풍원정밀은 현재 일본이 석권하고 있는 FMM 시장에 독자 기술로 도전하고 있다. 풍원정밀 관계자는 "금속 에칭 가공법을 기반으로 20년 동안 디스플레이용 메탈마스크를 제조해 온 기업은 (풍원정밀이) 유일하다"면서 "디스플레이 패널 품질의 핵심인 위치정밀도 역시 경쟁사에 비해 우수하다"고 말했다.

풍원정밀은 2000년대 초반 수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PM OLED)용 FMM을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했다. 2005년 기준 글로벌 PM OLED FMM 시장의 90%를 석권했다.

유 대표는 "실제로 2007년까지 올레드 관련 시장을 세계적으로 주도했다"며 "메탈마스크는 2007년까지 독점하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점차 상용화되면서 OLED 역시 빠르게 진화했고, 고화질의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선 그만큼 높은 사양의 FMM(스마트폰용)이 다량으로 필요하게 됐다. 그러나 당시 풍원정밀은 연매출 5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라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2008년부터 관련 시장을 일본 기업에 빼앗기고 말았다.

유 대표는 "당시 공정 특성상 고해상도의 메탈마스크를 만들기 어려웠다. 마스크의 구멍이 많을수록 고화질을 낼 수 있는데 당시 FMM의 구멍 수는 지금 개발한 제품의 5분의 1 수준이었다"며 "결국 2008년 이후 스마트폰용 FMM 시장은 일본의 대일본인쇄(DNP·다이닛폰프린팅)에 모두 빼앗겼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이 국내 FMM 시장을 잠식하면서 일본의 기술력은 높아만 갔고 국내 업체와 격차가 점차 벌어졌다. 2000년대 초반 80억원에 달하던 풍원정밀의 연매출은 2009년 30억대까지 떨어졌다.

풍원정밀 전경사진(풍원정밀 제공)
풍원정밀 전경사진(풍원정밀 제공)

◇현대비앤지스틸, 금속박막 공급 받아 스마트폰용 FMM 개발 속도

이후 유 대표는 일본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스마트폰용 FMM 개발에 나섰지만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스마트폰용 FMM의 원료가 되는 금속 박막을 공급받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종이보다 얇은 2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박막은 일본의 '히타치금속'이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었다. 히타치금속은 박막을 DNP에만 판매했다.

그러다 현대BNG스틸이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 풍원정밀에 FMM용 박막을 공급했고 이에 힘 입어 유 대표는 2011년부터 스마트폰용 FMM용을 개발할 수 있었다.

풍원정밀은 2013년 OLED TV용 금속박(Metal Foil)을 개발하며 연매출이 400억원대로 성장했고, 이를 통해 생긴 자금력을 FMM 기술개발(R&D)에 쏟아부었다. 풍원정밀은 지난 2017년 이후에만 매년 80억원을 FMM 설비투자에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2건의 관련 기술을 특허등록했다.

특히 FMM 공정 전 과정을 클린룸에 내재화해 극미세 먼지가 메탈마스크를 오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 실제로 기자가 풍원정밀을 찾았을 때도 개발 사정상 공정라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는 없었다.

풍원정밀은 설립 이후 꾸준히 공정 혁신을 거듭하면서 118개 메탈마스크 공정을 내재화했다. 공정 안에 관리항목 역시 374개로 쪼개 품질을 엄격하게 검수해 제품 불량을 막는 동시에 경쟁사의 기술 탈취도 막는다.

FMM 양산에 대비해 노광(photo) 및 현상 과정에 필요한 핵심 장비 역시 모두 구비했다. PR 코팅기에서부터 노광-현상-ER코팅-에칭 등의 전 과정을 내부에서 소화할 수 있다. 전용라인에는 약 20미터 길이의 관련 장비들이 이어져 있어 인바소재가 투입되면 원스톱(One-stop) 공정을 거쳐 최종 FMM 스틱 제품이 생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풍원정밀은 현재 18㎛ 수준의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마이크로미터 단위가 낮을수록 에칭의 미세도는 올라가고, 고사양화되는 식이다. 18㎛을 넘어 15㎛급 FMM까지 생산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DNP의 경우 20㎛ 수준이다.

"풍원정밀은 사람과 사람, 세상과 세상의 기술을 이어주는 회사입니다"

풍원정밀을 한마디로 소개해 달라고 하자 돌아온 답이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대화하고 TV를 보면서 세상과 소통한다. 스마트폰과 TV 핵심 부품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풍원정밀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강소기업 100'에 선정됐다. ©뉴스1 문대현 기자
풍원정밀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강소기업 100'에 선정됐다. ©뉴스1 문대현 기자


◇"연내 코스닥 상장 도전, 25년까지 FMM 매출 3320억원 예상"
 
풍원정밀은 이같은 노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한 'AMOLED FMM 제조기술개발' 최종 수행기관(에칭분야)으로 선정됐다.

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강소기업 100'에 선정됐고, '이노비즈 인증'(강소기업 인증)까지 받았다. 강소기업100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게 부여된다. 이노비즈 인증은 기술 경쟁력, 미래 성장성, 고용창출 능력 등을 갖춘 기업혁신형 중소기업에게 주어지는 국가 인증제도다.

풍원정밀은 연내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지난 2018년 밸류에이션 및 전략상의 이유로 IPO(기업공개)를 한 차례 미뤘지만 에칭분야의 독보적 기술을 내세워 기술특례 트랙으로 자본시장에 안착한다는 방침이다. 풍원정밀은 공모금을 바탕으로 FMM 전용 생산라인을 확충할 계획이다. 

풍원정밀은 또 오는 2025년까지 FMM 매출 3320억원을 포함해 총 매출 422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풍원정밀 관계자는 "강소기업 선정 이후 업체 홍보 효과를 크게 봤다"며 "또 기술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각각 30억, 20억의 보증을 지원 받아 FMM 개발에 더 투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30억원의 보증을 지원받기도 했다"며 "6세대(6G) FMM 시장에 발빠르게 진입하고, 이후 8세대 FMM 개발까지 속도를 내 이 분야를 선도하는 리딩 컴퍼니로 발돋움하겠다"고 강조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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