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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계란으로 바위치기?…"웨일, 한국만의 브라우저 개발" 자부심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2020' 강연자로 나선 고상우 매니저
"참여·개발·공유 가치 나눌 것…오픈소스 활용 노하우 공개"

(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 2020-11-23 06:30 송고 | 2020-11-23 21:28 최종수정
고상우 네이버 웨일 개발매니저(네이버 제공)© 뉴스1
고상우 네이버 웨일 개발매니저(네이버 제공)© 뉴스1

"한국에서는 다소 희소한 분야의 개발자이지만, 대한민국만의 브라우저를 만든다는 일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구글의 브라우저 '크롬'이 과반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국내 시장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야무진 포부로 등장한 토종 브라우저가 있다. 네이버의 '웨일'이다. 

2017년 3월 정식 출시된 웨일은 당시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입지를 점점 키워가 3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앞섰다.

23일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PC·모바일·태블릿 브라우저는 '크롬'(56.61%)이다. 이어 삼성 인터넷(12.1%), 사파리(11.26%), 웨일(6.89%), 인터넷익스플로러(4.99%), 엣지(4.97%) 순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국내 이용자에 적합한 브라우저 만들 것"

구글의 '크롬',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와 '엣지',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된 '삼성 인터넷' 등의 브라우저는 각각 안드로이드, 윈도, 갤럭시라는 플랫폼이 있지만 웨일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네이버의 브라우저 시장 진출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비유됐다. 

하지만 네이버 웨일은 이용자의 의견을 토대로 국내 이용자에 최적화된 브라우저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네이버 웨일팀에 속한 고상우 개발매니저는 "크롬은 급성장했지만 한국 이용자엔 불친절한 부분들이 곳곳에 있다"며 "국내 이용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북마크를 (크롬처럼) 상단뿐 아니라 우측에도 설정할 수 있는 것, 화면을 분할해서 쓰는 있는 기능들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우측 사이드바에서 계산기·번역기·웹툰 등 이용자가 원하는 앱이나 사이트를 바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웨일만의 강점이다. 가령 사이드바에 파파고를 띄워놓고 해석을 원하는 부분을 드래그하면 바로 번역해서 볼 수 있다.

웨일에서 영어를 드래그시 자동으로 번역되는 기능.(캡처)© 뉴스1
웨일에서 영어를 드래그시 자동으로 번역되는 기능.(캡처)© 뉴스1

또 pdf 파일을 크롬과 인터넷익스플로러 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글뷰어 프로그램 없이도 hwp를 웨일에서 열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웨일 개발자들은 웨일연구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있다. 접수된 개선 아이디어는 현재까지 2만6000건이 넘으며 오류 제보도 PC·모바일 합쳐 2만2000건을 넘어섰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웨일을 활용한 비대면 평가 기술, 차량용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을 개발해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고 매니저는 "국내 이용자의 의견을 토대로 적합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웨일 연구소 이용자들을 초대해서 의견을 수렴한 적이 있었는데 평일에 참석해 의견을 낸 고등학생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웨일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 변화로 오는 불편함을 대체할 대안인 점을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진출하려는 국가에 대체 서비스(제품)의 존재 유무에 따라 판매·서비스 정책이 다를 때가 많은데 여기에서 오는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정책 변화로 인한 국내 이용자의 불편함도 줄일 수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고 매니저는 "지난해 크롬에서 애드 블록(광고 차단)을 작동하지 못하게 정책을 바꾼다 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심했다"며 "이에 반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애드 블록 기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만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 이용자들에 불리한 정책을 펼 경우 웨일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소스, 참여·개발·공유가 기본 정신…활용 노하우 공개"

브라우저 개발은 이렇다할 수익 없이 유지비용만 드는 만큼 기업이 뛰어들지 않는 시장 중 하나다. 이미 사용 중인 브라우저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인만큼,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이상 바꾸지 않아 점유율을 높이기도 어렵다.

그런 그가 브라우저 개발에 뛰어든 것은 '오픈소스'가 가진 가치 때문이다. 오픈소스란 개발에 필요한 핵심인 소스코드를 공개적으로 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웨일, 크롬, 엣지 등 주요 브라우저는 모두 '크로미움'이라는 오픈소스 운영체제 프로젝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후원자는 구글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상당히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매니저는 "웨일은 다른 거대 기업에 비해 후발주자이면서 규모도 훨씬 작지만 오픈 소스를 접점으로 삼아 앞서나가는 팀의 장점을 흡수할 수 있다"며 "더 나은 웹 환경을 위해 서로가 협력하는 오픈소스 기반의 브라우저만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데뷰 2019' 행사에서 '미니 치타' 로봇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네이버 제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데뷰 2019' 행사에서 '미니 치타' 로봇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네이버 제공)© 뉴스1

고 매니저는 이 경험을 토대로 오는 25~27일 열리는 국내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2020'에서 1~2년자 주니어 개발자들을 위해 강연을 펼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으로 열리는 이번 데뷰2020에선 실습 위주 발표로 구성된 '핸즈온(Hands-on) 세션' 외에도 주니어 개발자들을 위한 주니어 세션이 신설됐다.

그는 이번 데뷰에서 어떻게 하면 오픈소스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노하우를 공개할 예정이다.

고 매니저는 "오픈소스는 참여·개발·공유가 기본 정신"이라며 "능력있는 개발자들 사이에선 브라우저 개발 유무가 가고 싶은 기업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픈소스는 수없이 공개돼있지만 회사나 학교에서 알려주듯 '이렇게 하라'고 알려주진 않는다"며 "개발자가 오픈소스를 활용하기 막막할 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노하우를 공유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는 25~27일 열리는 데뷰는 개발자들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며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들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콘퍼런스다. 이와 함께 최신 기술 트렌드도 공유할 수 있다.

고 매니저는 사흘차인 27일 오후1시부터 오픈 소스에 관심은 있으나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개발자를 대상으로 '오픈 소스 활동을 시작하기 위한 작은 가이드' 강연을 펼친다.


v_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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