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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 헤엄친 80살 엄마거북의 죽음…등갑은 '산산조각'

2년 전 일본서 방류, 선박 충격에 즉사…역대 최대 크기
두 달간 3차례 거북 사체 발견…해양쓰레기 사인되기도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2020-07-25 08:00 송고 | 2020-07-27 09:54 최종수정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지난 6월 9일 제주 해상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푸른바다거북 부검이 진행되고 있다. 어선에 부딪혀 즉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거북의 등갑이 산산조각난 모습이다.(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2020.7.25 /뉴스1© News1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지난 6월 9일 제주 해상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푸른바다거북 부검이 진행되고 있다. 어선에 부딪혀 즉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거북의 등갑이 산산조각난 모습이다.(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2020.7.25 /뉴스1© News1

지난 6월 제주 해상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은 2500㎞ 떨어진 일본에서 방류된 지 2년 만에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간 푸른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다 제주에 도착한 멸종위기 거북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5일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일본바다거북협회에 따르면 이 거북은 2018년 6월 제주 해상에서 2500㎞ 이상 떨어진 일본 오가사와라 치치지마섬에서 방류된 개체다.

망망대해를 자유롭게 누비던 이 거북은 지난달 9일 제주 해상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거북 뒷다리에 붙어있는 일본해양연구소 인식표로 미루어 보아 일본서 번식 후 바다로 방류된 개체로 추정했다.
인식표는 대개 새끼를 낳기 위해 육지에 올라온 거북이 다시 바다로 돌아갈 때 부착된다.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보호활동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 거북 역시 번식을 위해 일본에 잠시 정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지난 6월9일 제주해상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의 부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2020.7.24 / 뉴스1© News1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지난 6월9일 제주해상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의 부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2020.7.24 / 뉴스1© News1

이 거북은 80년 이상 산 성체 암컷이다. 무게 144kg, 길이 103cm, 폭 80cm에 달해 국내에서 포착된 푸른바다거북 중 가장 큰 개체로 기록됐다.

거북의 등갑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난 상태였다.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 이혜림 수의사의 부검 결과 척추뼈 및 등갑 뼈 골절로 볼 때 선박에 부딪혀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등갑이 완전히 조각날 충격으로 미뤄볼 때 즉사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80년간 거친 바다에서 온갖 위기와 고초를 겪어냈을 거북의 최후치고는 허망했다.

장 내에서 소량의 쓰레기가 발견됐으나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었다. 위장 등에 남아있는 먹이 상태로 볼 때 전반적인 건강은 양호한 편이었다.

지난 6월9일 제주해상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 다리에 붙어 있는 일본해양연구소 인식표.(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2020.7.25 /뉴스1© News1
지난 6월9일 제주해상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 다리에 붙어 있는 일본해양연구소 인식표.(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2020.7.25 /뉴스1© News1

안타깝게도 방류 후 제주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될 때까지 이 거북의 여정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열대지방 등 따뜻한 바다에서 번식 후 정주하지 않고 해상을 누비는 푸른바다거북 특성상 먹이를 찾기 위해 제주 바다로 왔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김일훈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박사는 "거북에 위성추적 장치가 부착돼 있지 않아 인식표를 단 위치와 시기, 발견한 위치를 통해 두 지점 간 거리·기간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며 "더 자세한 정보는 인공위성장치를 통한 연구가 필요한데 예산이 많이 들어 일부 개체에만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 잇따른 바다거북의 죽음…원인은 사람?

지난 21일 오후 2시24분쯤 제주 제주시 외도2동 대원암 50m 앞 갯바위에서 푸른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됐다.(제주해양경찰서 제공.2020.7.22 /뉴스1© News1
지난 21일 오후 2시24분쯤 제주 제주시 외도2동 대원암 50m 앞 갯바위에서 푸른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됐다.(제주해양경찰서 제공.2020.7.22 /뉴스1© News1

최근 두 달간 제주 해상에서 멸종위기종이자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푸른바다거북이 3차례나 죽은 채 발견됐다.

2년의 여정을 죽음으로 마무리한 이 거북 외에도 지난 21일, 22일 연이틀 푸른바다거북 사체 발견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1일 제주시 한림 해상에서 발견되며 당초 매부리바다거북으로 알려졌던 개체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확인 결과 푸른바다거북으로 최종 확인됐다.

지난 22일 제주시 외도동에서도 등갑이 파손된 푸른바다거북이 육상에서 생을 마감했다.

푸른바다거북은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멸종위기종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호조치가 내려져 있다. 

제주는 타지역에 비해 먹이장이 비교적 잘 형성돼 있어 전국적으로 거북 사체 발견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한 해에만 10~15마리의 멸종위기 거북이 발견된다.

제주해양경찰서 관계자가 지난 9일 오전 제주항에서 발견된 보호대상해양생물 푸른바다거북 사체를 인양하고 있다.(제주해양경찰서 제공)2020.6.10 /뉴스1 © News1
제주해양경찰서 관계자가 지난 9일 오전 제주항에서 발견된 보호대상해양생물 푸른바다거북 사체를 인양하고 있다.(제주해양경찰서 제공)2020.6.10 /뉴스1 © News1

바다거북의 죽음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사람이 버린 플라스틱 등 쓰레기도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 3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제주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4구를 부검한 결과, 2구에서 해양쓰레기가 발견됐다.

푸른바다거북 2구의 내장 기관에는 각각 30여 개, 50여 개의 해양쓰레기가 들어 있었다.

해양쓰레기 종류는 비닐봉지와 어업에 쓰이는 밧줄 등으로 다양했다.

전문가들은 바다거북이 흐느적거리는 비닐봉지 등을 먹이인 해초나 해파리로 오인해 삼킨 것으로 추정했다.

2018년 8월 제주 중문해수욕장에서 인공증식 후 방류된 붉은바다거북은 불과 10일만에 사체로 발견됐으며, 장 내에서는 해양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김병엽 제주대학교 교수는 "거북 등 해양생물이 죽는 이유는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어구에 혼획돼 죽었는지,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섭취해 죽었는지 등은 부검을 통해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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