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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돌풍 '동물의 숲'…시위부터 결혼까지, 게임속으로 들어온 일상

출시 한 달…닌텐도 품절대란에 웃돈 주고 중고 거래
코로나19로 '집콕' 증가…"무력감 해방 위해 게임 접속"

(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권구용 기자 | 2020-04-25 08:00 송고
코로나19 이슈가 한창이던 지난달 말, 닌텐도 스위치를 사기 위해 서울 용산 전자상가로 몰려든 사람들(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뉴스1
코로나19 이슈가 한창이던 지난달 말, 닌텐도 스위치를 사기 위해 서울 용산 전자상가로 몰려든 사람들(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뉴스1

출시된지 한달이 넘은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인기가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며 게임 속에서 정치 성향을 드러내고 취소된 결혼식을 대신 치르는 등 게임속 가상세계가 현실을 대체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일상생활이 게임 속으로 옮겨온 것이다.

◇"없어서 못팔아요"…열풍 파고든 피싱사이트까지 등장

지난달 20일 출시한 '동물의 숲'은 출시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출시 당일 대구지역의 한 이마트에서는 동물의 숲을 사기 위한 이용자들이 몰려들어 엎어지고 넘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출시 당일 이후에도 동물의 숲을 사기 위한 이용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만큼 이마트는 안전을 고려해 3차 판매부터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동물의 숲을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닌텐도 스위치의 가격도 급증했다. 주요 온라인 몰에 따르면 36만이었던 닌텐도 스위치는 60~70만원으로 올랐고, 동물의 숲이 포함된 특별판의 경우 75만원~90만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중고 제품 판매 사이트에선 닌텐도를 구매·판매하는 글이 분 단위로 올라오고 있으며 웃돈을 얹어 거래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동물의 숲 열풍을 파고들어 닌텐도 중고 판매를 위장한 '피싱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중고 제품 판매 사이트(캡처)© 뉴스1
중고 제품 판매 사이트(캡처)© 뉴스1

게임 방법은 간단하다. 이용자가 무인도에서 집을 짓고 낚시를 하며 동물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가꾼다는 단순한 설정이다.

4월 초 온라인 쇼핑을 통해 동물의 숲을 산 송모씨(34)는 "귀여운 캐릭터와 폭력적이지 않은 줄거리, 직접 집을 꾸미고 장작 패기나 낚시 등 생산활동을 하는데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라며 "다양한 콘텐츠 뿐 아니라 전세계 이용자와 교류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또 "주식 투자와 비슷한 활동인 '무트코인(무+비트코인)' 등 실제 사회 생활도 유사하게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재미 요소"고 말했다.

이모씨(31·여) 역시 "게임의 자유도가 높은 만큼 애착과 성취감이 느껴진다"라며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실제 자연과 흡사한 풍경, ASMR 같은 효과음 등이 심신에 평화를 안겨줬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장소와 시간의 제한 없이 온라인으로 전 세계 사람과 연결돼 있어서 '현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시위부터 결혼식까지 '이색 풍경'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에 '사회적 거리두기' 물결이 잇자 오프라인에서 있어왔던 일상이 동물의 숲으로 옮겨오는 현상도 생겨났다.

지난해 6월초부터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어왔던 홍콩에선 이용자들이 게임 내 기능을 이용해 '자유 홍콩'을 외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끌어 온 주역인 조슈아 웡은 트위터를 통해 "동물의 숲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홍콩 시위대의 새로운 길이 되고 있다"며 '광복 홍콩, 시대 혁명'이라는 문구로 장식한 자신의 게임 화면을 공유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난 이후 최근 중국내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동물의 숲이 사라지는 일도 발생했다. 현재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동물의 숲(动物森友会)을 검색하면 해당 게임은 검색되지 않고 관련 액세서리만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정황상 정치적 이유 때문에 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업체들이 온라인 매장에서 게임을 팔지 않는 것이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스스로 결정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동물의 숲'을 검색한 모습(캡처)© 뉴스1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동물의 숲'을 검색한 모습(캡처)© 뉴스1

이밖에 미국의 한 커플은 코로나19로 결혼식이 취소되자 '동물의 숲'에서 결혼식을 재현했다.

미국의 소셜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글을 올린 이 이용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준비하고 있던 결혼식이 취소됐다"며, "약혼자와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모여봐요 동물의 숲'으로 결혼식을 재현했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일상이 온라인 게임으로 넘어오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는 이용자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생긴 무력감을 해방하기 위해 게임으로 몰려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집에 갇힌 사람들이 무력감에서 해방되기 위해 오프라인 친구를 게임으로 초대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지인들과 소통하는 부분은 과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유사하다"라고 말했다.

또 "기존 게임들의 경우 경쟁과 아이템 과금에서 오는 피로도가 있었다"라며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고 수집하는 식의 포켓몬고가 유행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당분간은 지금의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NS 캡처© 뉴스1
SNS 캡처© 뉴스1



v_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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