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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봉지, 커피 한잔도 OK"…만능 심부름꾼 '김집사'를 아시나요

배달은 기본, 중고거래도 대신…틈새시장 공략한 김집사
'언택트' 소비 타고 매출 25% '껑충'…"생활밀착 서비스 고도화"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20-03-20 06:01 송고 | 2020-03-20 16:17 최종수정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우리 아파트에는 약 한 봉지, 커피 한 잔도 사다 주는 집사님들이 있어요"

1인 가구 권모씨(33·여)는 지난 겨울 몸살감기로 몸져누웠다가 애플리케이션 '김집사'의 열혈 팬이 됐다. 약국에 갈 힘조차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국 배달'이라고 검색했다가 심부름 업체 '김집사'를 만난 것이 첫 인연이었다. 앱을 설치하고 심부름 주문을 누르자 20분 뒤에 초인종이 울렸다. 현관문을 열자 문고리에 약봉지와 복용 방법이 담긴 쪽지가 걸려 있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편의점 삼각깁밥 하나도 단돈 2000원에 집 앞으로 가져다주는 신개념 스타트업이 있다. 아파트나 복합주거시설을 중심으로 대신 심부름을 해주는 생활밀착형 컨시어지 서비스 '김집사'다.

최소 주문금액이나 가맹점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것이든 대신 사다 주는 배달 서비스는 기본이다. 자녀가 놓고 간 준비물을 대신 학교에 가져다주거나, 대신 중고거래를 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합법'적인 영역이라면 소비자의 상상력이 미치는 모든 심부름을 김집사가 거들어준다.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를 타고 배달업계 신흥 강자로 부상하는 '김집사'를 파헤쳐봤다.

◇돈가스 사러 가다 만든 '김집사'…배달은 기본, 중고거래도 해준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 스타트업 '달리자'가 운영하는 '김집사'는 지난 2018년 '2000원으로 어떤 심부름이든 해준다'는 모토로 탄생한 신개념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최우석 대표가 두 아들을 위해 직접 돈가스를 사러 가다가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아직 신생 스타트업 딱지를 벗지 못했지만, 론칭 2년 만에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4개 지역 43만 세대에 심부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가입자는 약 7만여명, 재주문율은 90%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김집사의 심부름 서비스는 간단하면서도 신박하다. 단돈 2000원이면 약국, 편의점, 음식, 커피, 슈퍼 장보기 등 어떤 심부름도 대신해준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는 1000원에 버려주고, 3000원을 내면 대신 우체국에 택배를 가져가 붙여주거나 세탁물을 받아준다.

흥미로운 점은 김집사의 심부름은 아직 한계가 없다는 점이다. 합법적이면서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주문이라면 무엇이든 요청할 수 있다. 예컨대 낯선 사람과 중고거래를 하기 꺼려지면 김집사가 달려온다.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김집사가 중고물건을 보고 S급인지 A급인지 알려줄 정도다.

달리자 관계자는 "고객이 '이런 심부름도 해주냐'며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며 "합법적이면서 무리하지 않은 범위라면 내부 논의를 통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접촉하는 '집사'들의 신원도 철저하게 보장된다. 달리자는 모든 김집사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심부름을 주문하기 전에 집사의 얼굴과 나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달리자 관계자는 "김집사는 고객의 재주문율을 따로 집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성도와 만족도가 높다"며 "일반 배달대행 서비스는 해주지 못하는 사소한 도움까지 드리고 있기 때문에 고객 호감도가 상당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거꾸로 김집사의 안전에 대한 보호체계도 철저하다. 달리자는 아파트 단지 인근에 '김집사 스테이션'을 마련해 임직원 대기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무리하거나 짖꿋은 심부름도 본사 차원에서 차단한다.

달리자 관계자는 "고객과 김집사의 소통은 모두 앱 채팅으로 이뤄지는데, 본사에서 모든 대화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난처한 심부름을 주문하는 경우에는 임직원의 안전을 위해 본사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집사 애플리케이션 구조(달리자 제공)© 뉴스1
김집사 애플리케이션 구조(달리자 제공)© 뉴스1

◇'언택트' 바람 타고 매출 25% '껑충'…"서비스 고도화 중"

코로나19의 여파로 '편리미엄', '언택트 소비' 경향이 뚜렷해진 점도 김집사에게는 뜻밖의 호재로 작용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원하는 소비활동을 저렴한 값에 해결해 주는 서비스가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한 덕이다.

김집사에 따르면 지난 1~2월 심부름 주문 건수는 지난해 11~12월 대비 약 25% 증가했다. 2월 평균 일일 주문건수도 1월보다 28% 이상 뛰었다.

달리자 관계자는 "유명 주문배달 서비스는 앱에 가입한 가맹점을 위주로 최소 주문금액 이상 주문해야 음식을 배달해 주지만, 김집사는 이런 제한이 전혀 없다"며 "통신사 할인, 쿠폰 등 주문자가 받을 수 있는 모든 할인 서비스도 김집사가 대신해 주기 때문에 가성비가 높다"고 자부했다.

달리자는 김집사의 차별점인 '생활밀착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후속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아동 돌봄 서비스, 가구 설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달리자 관계자는 "바쁜 맞벌이 부부 대신 자녀를 어린이집에서 픽업(pick-up)해주거나, DIY 가구를 설치해 주는 등 '진짜' 집사처럼 생활 전반의 편의를 보장해주는 서비스로 확장하는 후속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소비자 신뢰도 강화와 철저한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달리자는 오는 7~8월 김집사 로고와 앱 구조를 완전히 개편하는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다. 더 직관적이고 편리한 서비스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태규 달리자 최고마케팅책임자(CMO) "고객으로부터 '김집사는 사랑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강한 소명 의식이 생긴다"며 "전국 모든 주거지에서 김집사를 만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다듬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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