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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스타트]①세운상가의 변신, 반려견 로봇이 '뚝딱'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던 세운상가, 청년 아이디어 더해지며 탈바꿈
장인들과 콜라보, 아침에 부품 주문하면 오후에…창업 메카로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2018-03-28 06:00 송고 | 2018-03-28 09:49 최종수정
CIRCULUS(서큘러스)가 제작한 반려견 로봇 '파이보(PIVO)'/자료제공=서울시© News1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절차가 세운상가에선 원스톱으로 해결됩니다. 사소한 부품부터 포장에 필요한 인쇄소까지 주변 인프라 모든 것이 창업을 위한 공간입니다."

반려견 로봇 '파이보(PIVO)'를 제작하는 박종건 CIRCULUS(서큘러스) 대표의 말이다. 그가 세운상가에서 창업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재생을 통해 세운상가가 청년들의 창업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기업을 다니며 창업의 꿈을 키웠던 그에게 세운상가는 말 그대로 '희망의 빛'이었다. 박 대표는 "세운상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올해 하반기 파이보 정식 출시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정부와 지차체 도시재생 박차…법적 근거 마련

도시재생은 노후 주거지를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정비하는 동시에 구도심을 지역의 혁신 거점으로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맞춤형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지역주민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토록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지역 내 자발적인 상생 협력을 유도해 도시재생의 이익을 지역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도시재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도시재생뉴딜 사업으로 68곳을 선정했다. 사업별 특성에 맞는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맞춤형 재생'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도시재생특별법에 상생협약 근거도 마련했다.

지난 27일엔 당정협의를 통해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발표하며 앞으로 5년 동안 구도심을 중심으로 청년 스타트업 등이 모이는 혁신공간 250곳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각각 시세 50%, 80% 이하의 임대료만 부담하는 청년창업 인큐베이팅 공간과 영세상인 공공임대상가도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통해 조성된다.

서울시도 사람을 중심에 두고 '고쳐 쓰고 다시 쓰는' 도시재생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서울로 717, 다시세운프로젝트, 창신숭인 등의 결과물로 이어졌다. 특히 서울형 도시재생은 문재인 정부의 뉴딜의 모체로 고쳐서 다시 쓰는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도심 창의산업 육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며 "산업재생을 위한 다양한 활성화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제공© News1

◇세운상가, 도시재생과 만나 청년 창업공간으로 탈바꿈

실제로 1970년대 탱크나 잠수함도 제작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술력이 우수했던 세운상가는 도시재생을 통해 4차산업 거점으로 재탄생했다.

세운상가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자들이 모여 도심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소규모 기술이 밀집돼 도심산업 생태계 핵심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창의산업 육성을 위해 실행에 돌입했다. 특히 세운상가만의 특성이 반영된 청년지원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창업공간인 세운메이커스 큐브에 기업 17곳이 지난해 9월부터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3D프린터를 제작하는 이동엽 Anatz(아나츠) 대표도 세운상가 입성은 새로운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 제약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아나츠의 강점은 바로 가격 경쟁력. 이는 기업들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아나츠의 3D 프린터를 찾게 만드는 이유다. '한치의 오차가 없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연구를 이어간 이 대표의 결과물이다.

그는 "세운상가엔 가공할 수 있는 재능과 기술들이 무궁무진하다"며 "엄청난 자산들이 모여 있는 세운상가가 사라지면 개성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창업가들은 세운상가 장점을 바로 주변 인프라와 장인들의 경험을 꼽았다. 실제로 세운상가엔 7000여 개의 산업체가 몰려 있다. 도시재생이 없었다면 세운상가의 개성을 살릴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침에 부품을 주문하면 오후에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고 창업가들은 입을 모았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충분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세운상가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기존 장인들과의 협업이다. 창업가들은 장인들로부터 부족한 기술자문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장인들은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창업가들은 세운상가 상인들의 부족한 판매 경로 확대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도심 창의산업 육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며 "산업재생을 위한 다양한 활성화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도시재생을 통해 탈바꿈한 세운상가의 모습© News1

◇도심 도시재생 출발점…역세권 노후빌딩 변신


최근 낙후된 도심 속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속 가능한 상권을 살리겠다는 도시재생도 나타났다. 도시재생 스타트업 기업인 유니언플레이스는 지하철 교대역 인근 건물을 매입해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개념을 결합한 새로운 상품을 선보인다.

1988년 들어선 이곳은 애초 인근 학원생들의 학사(기숙사)였다. 하지만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했다.

유니언플레이스는 역세권이라는 장점과 풍부한 유동인구에도 상권을 잃은 지역을 중심으로 건물을 매입했다. 현재 당산역 인근 건물도 사들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활용도가 떨어진 건물을 매입해 호스텔 등으로 브랜드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침체된 상권뿐 아니라 건물들이 되살아나는 도시재생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좁은 개념 도시재생만 추진…다양성 확보해야" 

업계 안팎에선 도시재생의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대다수가 '좁은 개념'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단순히 '고쳐 쓰는' 의미에 갇혀 있다는 얘기다. 수십년 시간이 필요한 도시재생뿐 아니라 지금보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예를 들어 일본 롯폰기 힐스는 토지주 설득만 17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지주공동사업으로 토지주 동의는 필수였던 탓이다. 실제로 롯폰기 힐스 사업 성공으로 일본 내 도시재생 인식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앞에 실적에만 매달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현재의 도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강민이 모리빌딩 부장은 "단기간 성과에만 안주하지 말고 장기적·단계별 도시재생이 필요하다"며 "개발 주체와 주민이 서로 필요성을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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