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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엘리트②] 국정농단 연루 서울대 출신 줄줄…"부끄럽다"

서울대생들 '부끄러운 동문상' 제정…1위 우병우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박승희 기자 | 2017-01-07 10:00 송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 중 웃음을 짓고 있. 2016.12.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농단 사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로 '엘리트'가 꼽힌다. 촉망받는 관료, 명예를 먹고 사는 교수나 교수 출신 인사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아닌 '최순실 게이트'의 조역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엘리트'들의 추락은 젊은 세대들에게 허탈감과 아노미(규범의 혼돈)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엘리트들의 산실이자 국내 최고 명문인 서울대 출신 인사들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상당 부분 연루되면서 탄식과 자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인사들을 상대로 '최악의 동문상'까지 제정하고 나섰다. 

◇서울대생들 "국정농단 서울대 선배들 너무 부끄러워"

"당연히 부끄럽다, 너무 부끄럽다. 정말 부끄럽다."

6일 오후 서울대에서 만난 경영대학 졸업생 이정연씨(여·27)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서울대 출신 선배들이 연루되었다는 점에 "부끄럽다"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이씨는 "서울대 출신 중 누가 제일 부끄럽나"라는 질문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제일 부끄럽다"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정직과 인권에 대한 의식, 직업적 사명감이나 소명 등 어느 하나 존중할 만한 모습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국정농단 서울대 인사들은) 서울대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떼버리거나 졸업장을 반납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서울대라는 타이틀이 어떻게 잘못 쓰이면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내는지 책임감을 느끼게 해줘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비꼬았다.

서울대생 이주희씨(여·24) 역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실장이 제일 부끄럽다"며 "후배들은 그 길을 가지 않겠다. 그것이 옳을 것이라고 절대 생각 안 하고, 편하고 안전한 권력의 보호를 받는 길일지라도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서울대의 모토에 맞게 후배들은 진리를 찾아서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정농단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들 가운데 서울대 출신들이 많다.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어 왔으며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을 받고 있고 박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역시 각종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동문들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이러한 현실을 꼬집어 '최악의 동문상'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2일 서울대생들의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9일 '제1회 부끄러운 동문상 설문조사'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작성한 아이디 '북촌'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국가권력이 사유화되고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봤다"며 "무엇보다 가슴아팠던 것은 일부 SNU(서울대) 동문들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되는데 크게 일조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자기 반성,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경계의 마음으로 스누라이프에서 뽑은 부끄러운 동문상을 추진해볼까 한다"라며 상의 제정 이유를 밝혔다.

게시물에 따르면 2016년 최악의 동문상 후보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윤선 문체부 장관, 진경준 전 검사 등이다. 6일 현재 총 2090명의 서울대생이 투표(중복투표 가능)를 했으며 1위는 우병우 전 수석(1999표), 2위는 김진태 의원(1394표), 3위는 조윤선 장관(839표)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개교 이래 대한민국 헌정사에 해악을 끼친 동문을 선정하는 '제1회 멍에의 전당' 추천 동문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724명 참가 중 1705표(98%)로 압도적 1위를 나타냈다. 최악의 동문상 및 제1회 멍에의 전당 투표는 오는 8일까지 진행되며, 최악의 동문은 득표순으로 대상, 금상, 은상 등이 수여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서울대 교수들 역시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에 몸 담고 있는 교수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운 얘기다. 서울대 출신들이 그렇게 좋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많은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정치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며 "어쨌거나 지금까지는 현실이 그러니까.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학생은 학생대로 교수들은 교수대로 직시하면서 자성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 일각에서는 국정농단에 서울대 출신 인사가 연루된 부분 등에 대한 시국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는 다음달 22일쯤 국정농단 사태에서 서울대 등 대학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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