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생존율 100.1%'…갑상선암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국립암센터 원장 "갑상선암 찾아내 진단할 필요 없어"
전문의들 "갑상선암도 암…조기 검진 중요"

한 병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서 환자들이 복도를 오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한 병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서 환자들이 복도를 오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갑상선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그것은 암에 안 걸린 일반인보다도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이 더 생존율이 높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찾아내 진단할 필요없다는 뜻입니다. 이미 국립암센터는 2015년에 '증상이 없는 국민들은 갑상선암 검진을 할 필요없다'고 발표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 갑상선암이 3년 연속 '국내 암 발생율 1위'를 차지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국가암등록통계를 주도적으로 만든 국립암센터의 서홍관 원장은 통계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국가암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갑상선암이 1위인 것은 당혹스럽다"며 갑상선암에 대한 과잉진료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후에도 서 원장은 "이 정보를 널리 퍼뜨려달라"며 개인 SNS를 통해 "암에 안 걸린 일반인보다도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이 더 생존율이 높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갑상선암은 찾아내 진단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 원장의 말처럼 갑상선암은 지난 2019년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걸리는 암' 자리를 3년간 지키고 있다. 이 와중에 암 환자가 진단을 받은 시점부터 5년 간 사망하지 않고 생존할 확률을 나타내는 '5년 상대 생존율'에서 갑상선암은 100.1%를 나타냈다.

이에 서 원장은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 국민들의 생존율을 100으로 놓고 비교하는 것인데 갑상선암은 100.1이 돼 놀라움과 당혹감을 줬다"며 "이는 우리가 불필요한 암을 많이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하지만 현장에서 갑상선암 환자들을 만나는 전문의들은 서 원장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는 암이다 보니 증상이 느껴진 후 검사를 받는다면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안화영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암 자체가 증상이 없는데 만져질 정도로 커지거나 전이가 되고 증상이 생겼을 때는 생존율이 낮아지실 수 있고 완치 가능성도 높지 않다"며 "그런 위험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희준 일산차병원 감상선암센터 교수도 "갑상선암은 보통 85% 정도는 무증상"이라며 "목 가운데가 튀어나와 보이고 만져진다거나 목 옆쪽에 림프절로 전이가 됐을 때 그게 커지면서 만져지거나 기도, 식도를 누르는 등 증상이 생기는데 이때는 이미 전이가 많이 됐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이초록 용인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도 "모든 암에 있어서 증상이 나타난 다음에 진단이 된다는 건 대단히 진행이 됐다는 의미고 갑상선암은 증상 나타났을 때는 이미 갈 때까지 간 것"이라면서 "2013년에도 이번처럼 갑상선암으로 크게 한 번 난리가 난 적이 있는데 그 후 초기엔 수술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도 나왔고 사람들이 검진도 안 하고 해서 진단율도 많이 떨어졌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갑상선암을 둘러싼 이런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2013년 암 발생율 1위를 차지해 과잉 진료 비판이 일어 일부 의사들은 2014년 '갑상선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만들기도 했다. 서 원장은 이때도 이 의사연대에 합류해 과도한 진단으로 갑상선암 환자를 대량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때 감상선암 발생률은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가 2019년부터 현재까지 다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화영 교수는 "우리나라는 검진을 많이 하기 때문에 무증상 상태에 조그마한 걸 발견해서 치료를 하는 게 문제인 건데 사실 요새는 무조건 다 수술하지 않고 좀 지켜본다"며 "변화가 없으면 수술을 안 하고 초음파만 보면서 관찰하다가 커질 때쯤이나 약간 변화가 있을 때 수술을 한다"고 말했다.

이초록 교수도 "연구들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10년 지났을 때 10명 중에 1명에서 암이 커지고 5% 정도에서 임파선 전이가 생기는 '안 크고 안 번지는 암'이 더 많은 건 사실"이라며 "그래서 의사들도 요즘에는 무조건 '암이니까 수술하자'고 하지 않고 1cm 미만의 초기 암은 수술을 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자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와 환자가 상의해 추적 관찰하기로 결정하면 6개월이나 1년 간격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며 크기를 지켜본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News1 소봄이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News1 소봄이 기자

실제로 갑상선암은 진행이 빠른 암은 아니다. 과잉진단이 화두가 될 정도로 느리게 자란다. 예를 들어 현재 1cm 정도의 암이 약 10년 이상 경과 후 90% 정도는 나중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갑상선암도 암이다 보니 의사도 환자도 예측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초록 교수는 "사이즈가 1cm가 되지 않고 임파선 전이도 되지 않아 지켜보자고 했는데 환자가 수술해달라고 해서 해보니 예후가 좋지 않았던 환자들도 있었다"며 "이건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매우 빠르고 공격적으로 퍼지는 갑상선암도 있다. 안화영 교수는 "확률은 높지 않지만 분화갑상선암이 역형성 갑상선암으로 바뀔 수 있는데 이 경우 진단받고 4~6개월 정도 생존한다"며 "요새는 워낙 초기부터 찾아내서 역형성 갑상선암으로 바뀌기 전에 다 수술을 해버리는 것인데, 갑상선암이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정말 착한 암일 거냐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 상대 생존율이 100%가 넘는다는 건 통계 수치에 기반한 내용일 뿐 대규모의 환자를 계속 추적하면서 몇십 년에 걸쳐 ‘이 사람들이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을 거냐’에 대해서 연구한 건 없다"며 "과잉 치료인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일부는 이 치료로 인해 진짜 생존율이 높아지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이득이 있다면 1000명 중에 한 명이라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희준 교수도 "최근엔 양쪽에 있는 갑상선 중 암이 있는 곳만 제거하는 게 추세인데 조기에 검사하지 않고 병을 키운 뒤 수술을 하게 될 경우 범위가 커지게 되니 결국 들게 되는 치료 비용도 훨씬 많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직장검진에서 갑상선 검사를 많이 하는데 사회생활을 한 뒤 2~3년에 한 번씩 초음파를 해보는 게 좋다"며 "가족력이 있다면 1년에 한 번씩은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초록 교수도 "5년 상대 생존율이 100%가 넘는다는 건 사실상 환자와 의사에겐 와닿지 않는 말"이라며 "전세계적으로 갑상선암 환자가 늘고 있고 우리나라도 계속 1위를 차지하는 이유가 검진을 열심히 받아서인 이유도 있겠지만 증상이 생기기 전까지 목을 들여다 보지 말라는 건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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