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의 '티셔츠 데이'로 표현하는 캐나다의 '마이너리티 존중'[통신One]

오렌지·핑크·레드…색깔은 달라도 존중, 인정, 화합 등 메시지는 같아

2023년 9월 3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 대학에서 '오렌지 셔츠 데이(Orange Shirt Day)' 행사가 열렸다. 2023.09.30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2023년 9월 3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 대학에서 '오렌지 셔츠 데이(Orange Shirt Day)' 행사가 열렸다. 2023.09.30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엄마, 내일은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고 가야 한대"

"뭐? 내일은 또 오렌지라고? 왜?"

캐나다에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들은 학교에 갔다 오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그러면 나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줄 알고 부랴부랴 옷을 준비하곤 했다. 어느 날은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가야 한다고 하고, 또 어느 날은 빨간색 티셔츠를 입어야 한다고 해서 학교에서 보낸 이메일을 꼼꼼히 체크하게 된다.

캐나다는 특정한 날에 그날의 의미와 관련된 색깔의 옷을 입고 기념하는 문화가 있다. 처음에는 나도 정신없이 아들에게 그냥 옷만 준비해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에게 왜 특정 색의 옷을 입고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니, 아들은 나의 궁금증을 싹 해소해 줄 정도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줄줄이 해주었다.

아들이 잘 알고 있을 정도로, 학교에서는 항상 그 기념일이 다가올 때마다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함께 옷을 맞춰 입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에게 그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이러한 날들은 캐나다의 문화적, 역사적 의의를 담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달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 학기에 가장 먼저 입게 되는 옷이 오렌지색 티셔츠이다. 캐나다의 '오렌지 셔츠 데이(Orange Shirt Day)'는 매년 9월 30일에 기념되며, 이날 원주민들이 레지덴셜 스쿨( Residential School)로 끌려가던 날이었기 때문에 이날을 '오렌지 셔츠 데이'로 지정하였다.

레지덴셜 학교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말까지 운영되었으며, 약 150,000명의 원주민 아동이 강제로 부모로부터 격리되어 백인 문화를 주입받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신체적, 성적 학대와 영양실조로 사망했으며, 현재 약 80,000명의 생존자가 있다.

'오렌지 셔츠 데이'는 필리스 웹스타드(Phyllis Webstad)라는 6살 소녀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그녀는 레지덴셜 학교에 입학한 첫날에 할머니가 사주신 반짝이는 오렌지색 셔츠를 빼앗겼다. 이 이야기는 원주민 아이들이 겪은 고통과 상실을 상징하게 되었고, "Every Child Matters"(모든 아이는 소중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매년 학교와 공동체에서 오렌지색 셔츠를 입고 기념한다. 이날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모든 아이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2월에는 '핑크 셔츠 데이'가 있다. 매년 2월 마지막 수요일에는 핑크 셔츠를 입고 학교에 간다. 핑크 셔츠 데이는 2007년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9학년 학생인 찰스 맥닐(Charles McNeill)과 트래비스 프라이스(Travis Price)는 한 학생이 첫날 학교에 핑크색 셔츠를 입고 왔다가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들은 괴롭힘을 당한 학생을 지지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다음 날 학교에 핑크색 셔츠를 입고 오기로 결심했다. 이 운동은 곧 학교 전체로 확산하였고, 학생들은 핑크색 셔츠를 입음으로써 괴롭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이 운동은 빠르게 캐나다 전역으로 퍼졌으며, 이후 다른 나라들에서도 채택되었다. '핑크 셔츠 데이'는 학교, 직장, 커뮤니티 등 다양한 장소에서 기념되며, 많은 사람이 핑크색 옷을 입고 괴롭힘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해결 방안을 찾아낸다.

'핑크 셔츠 데이'의 핵심 메시지는 "Kindness Matters"(친절이 중요하다)이며, 모든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괴롭힘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이날은 단순히 색깔을 맞춰 입는 행사를 넘어, 괴롭힘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중요한 날이다.

5월 5일에는 '레드 드레스 데이'가 있다. 이날 학생들은 붉은 계열의 옷이나, 빨간 손수건, 붉은 계열의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학교에 가고 도시 곳곳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이날은 수천 명의 실종 및 살해된 원주민 여성과 소녀들의 영혼을 기억하고 그들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중요한 날이다. 이날은 사회에서 비정상적인 수준의 폭력을 당했던 수천 명의 원주민 여성, 소녀, 2SLGBTQQIA+(두 영혼,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질문자, 간성, 무성애자)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표하고 인식을 제고하는 날이다.

이 아이디어는 캐나다의 원주민 집단인 메티스(Métis) 예술가 제이미 블랙(Jaime Black)의 레드 드레스 프로젝트(REDress Project)에서 시작되었다. 2010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 전역에 걸쳐 많은 수의 실종 및 살해된 원주민 여성을 상징하는 붉은색 드레스를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 작업은 슬픔과 회복의 상징이며 이들의 존재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레드 드레스 데이'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사람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 가족들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그들에 대한 관심과 존중을 증진하는 연례적인 행사로 자리잡았다. 이를 통해 캐나다와 국제사회는 원주민 여성과 소녀들이 겪는 폭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 나는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소통이 어려운 언어, 다른 인종, 다른 문화, 그리고 낯선 모습으로 인해 차별을 받거나 아이가 남자라서 또래 친구들로부터 폭력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아마도 많은 이민자 부모님이 처음에는 이런 걱정을 하면서,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다행히도 우리 아이는 그 어떤 차별을 느껴본 적도 없고, 오히려 학교가 즐거워서 주말이 오는 것을 싫어한다. 주변에 있는 다른 이민자들도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힘든 일은 있지만, 인종 차별이나, 언어, 육체적인 폭력을 겪은 일은 아직 본 적이 없다.

너무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티셔츠 데이는 단순히 특정 색깔의 옷을 입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연대와 이해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날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차별과 폭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그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을 배우면서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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