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 예측? 전문가도 모른다…"맹신이 가장 큰 패착"[박원갑의 집과 삶]

20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보이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20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보이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마이클 모부신 교수는 전문가는 이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대중의 지혜가 확산하고 정보처리기술까지 향상되면서 전문가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위상의 하락은 오래된 사고습관에 갇혀 스스로 함정을 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개인들은 특별한 능력이나 노하우를 지닌 사람으로 흠모한다고 그는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미 해당 분야에서 나름대로 경험과 지식을 쌓았으므로 인식의 틀을 가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하루하루 판에 박힌 일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이해나 판단 능력이 일반인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기존에 만들어진 인식의 틀에 맞춰 기계적으로 정보처리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예측 전문가들은 기존의 사고나 행동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에 어떤 결정을 내리고 결과가 좋았다고 하자. 그러면 나중에 유사한 상황이 나타나면 되풀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자기 무리 짓기(self herding)’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예측 범위를 넘어가는 갑작스러운 일이 터지면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 잘 학습된 사고방식은 안정된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가변적이고 복잡한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것이다. 요즘 빠른 정보전달로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시장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월가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변화하지 않는 분야에서만 전문가로 입증될 수 있지만, 변화하는 분야에서는 어렵다고 했다. 가령 병아리 감별사, 수학자, 물리학자는 시시각각으로 달라질 게 없어 전문가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금융예측 전문가, 경제학자, 주식 중개인, 개인 금융상담사는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 입증할 수 있는 전문가 영역에서 제외했다. 그래서 경제 예측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학은 통계지만, 예술은 주관적 감정에 가깝다.

물론 전문가들을 무조건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남다른 식견과 권위를 갖기까지 밤잠 안 자고 땀 흘린 노력은 존경하라. 그리고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귀담아들을 가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의 예측이나 전망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문제다. 주식시장이든, 부동산시장이든 상승기에는 상승론자, 하락기에는 하락론자가 득세한다. 그리고 한두 번 시세를 맞추면 이를 따르는 팬덤이 만들어진다. 맹신만큼 무서운 게 없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집 사는 문제를 특정 전문가의 말만 믿고 의사결정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러니 전문가들의 말은 가려서 들어라. 특히 한쪽의 얘기만 나열하는 전문가는 피하는 게 좋다. 냉철하고 균형적인 시장 분석보다 당위성에 입각한 담론 가능성이 커서다. 또 전문가들이 하는 판단도 더러는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주 일부 전문가들은 약간의 자료에 시장 분위기, 소문을 듣고 주먹구구식으로 결정을 내려놓고 과학과 통계로 포장하기도 한다. 각종 화려한 수사적 기교나 언어 포장술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경제 전문가들의 말은 내 판단의 참고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전문가의 후광효과만 보고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 좋은 방법은 한 전문가를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전문가의 중지(衆智)를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 흐름에 늦게 마련인 통계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이들 방법이 실수요자들이 전문가의 함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가 아닌가 싶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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