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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생이별' 속타는 효심…"요양원 부모님 못 뵌 지 한 달"

대부분 요양원·요양병원, 코로나 감염 우려에 면회금지
"좋아하시던 간식 챙겨드리고파…어서 끝나길 바랄 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최현만 기자 | 2020-03-20 05:03 송고 | 2020-03-20 10:54 최종수정
18일 오전 환자와 직원 등 70여 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입원 환자로 보이는 노인들이 창문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2020.3.1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좋아하시던 간식을 가져다 드려야 하는데 못해서 그게 신경이 쓰여요. 1주일에 한 번씩은 찾아갔는데 못 뵌 지 3주가 됐네요. 전화로 '보고싶다'고 하실 때마다 애가 탑니다."

"이제 연로하셨으니 돌아가시는 건 담담히 받아들여야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황망하게 돌아가시면 안 되잖아요. 격리상태에서 돌아가시면 자식으로서도 할 도리가 아닌데. 마음이 계속 안좋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전국 대부분 노인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가족들의 면회를 차단하고 있다.

면회를 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게는 한 달을 넘어가면서, 연로한 부모를 요양시설에 맡긴 자녀들은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노인 요양시설 집단감염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직접 부모의 상태를 확인할 수는 없는 '생이별' 상황에도 속을 끓이고 있다.

울산 남구에 사는 김모씨(60·여)는 아흔살 노모를 집 근처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다. 김씨는 "이달 첫째 주부터 요양병원에서 면회를 오지 말라고 했다"며 "원래 1주일에 한 번씩은 뵀는데, 감염 우려가 있으니 면회를 못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요양보호사들이나 간호사들을 믿으면서 전화로 안부를 묻고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이애선씨(54·여)도 요양병원에 있는 팔순 노모를 직접 보지 못한 지 3주가 지나고 있다. 이씨는 "어머니가 밖에 나가고 싶다, 보고 싶다고 하면 애가 탄다"고 속상해했다.

부모가 연로한데다 치매에 걸린 경우는 더 애가 탄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모씨(60·여)는 경기 하남시의 요양원에 97세 노모를 모시고 있다.

이씨는 "어머니가 아프시기 전에도 외로움을 많이 타셨는데, 치매에 걸린 와중에도 '자식들이 보러 오지 않은 지 오래됐다'는 어렴풋한 느낌은 아신다"며 "가끔 요양보호사들이 전화로 목소리를 들려주기는 하지만, 직접 얼굴을 보고 괜찮으신지 살펴보고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환자와 직원 등 70여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대구 서구 비산동 한사랑요양병원에서 18일 오후 119구급대가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2020.3.1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전북 전주의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최모씨(57·남)는 "연로하셔서 예전부터 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요양병원에서 혹시나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어머니도 시골에서 혼자 생활하시는데, 방문을 자제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아버지가 귀가 어두우셔서 전화통화도 하기 어려운데, 아들을 많이 보고 싶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할아버지를 종종 찾아뵀던 선모씨(27·남)는 "요양병원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직접 볼 수가 없으니 그게 제일 걱정이 된다"며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은 갔었는데, 가지 못한 지 두 달이 다 돼서 정말로 면회를 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선씨는 "이전에는 요양보호사들이 영상통화를 시켜주기도 했는데, 요즘은 병원에서 바쁜지 그것도 여의치가 않다"며 "치아가 안 좋으셔서 병원 밥을 모두 갈아서 드시는데 그걸 입에 맞지 않아 하셔서, 과일을 갈아 만든 요구르트 같은 걸 드리는 걸 좋아하셨는데 다시 챙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경북 경산이나 대구 등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감염 사례가 발생한 것도 이들에게는 큰 걱정거리다.

이애선씨는 "간병인 분들이 요양병원에 항상 머무르는 것도 아니고 출퇴근을 하는데 그것이 항상 불안하다"며 "간병인을 통한 감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항상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김씨도 "코로나19가 무증상이 많다고 하니까 걱정이 되고, 요양보호사들이 교대근무를 한다고 하는데 교대 시점에 오가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고 걱정스러워했다.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상황이 끝나면 더 많이, 더 자주 면회를 가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과일이나 간식을 가져다드리는 걸 좋아했는데 마음이 아파요. 정부도, 요양병원도 관리를 잘해서 연로한 부모님에게 별일이 없이 부디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환자와 직원 등 70여 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 서구 비산동 한사랑요양병원에서 19일 오전 보호복을 착용한 119구급대원이 확진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옮기고 있다. 20.3.1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kays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