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트럼프, 이란 핵협정 왜 탈퇴했나

자체 한계·오바마 반감 등 '복합적 산물'
이란 미사일개발 등 규제 원해…수혜는 이스라엘·사우디에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18-05-09 11:50 송고
8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JCPOA) 탈퇴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8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JCPOA) 탈퇴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는 친(親)이스라엘·사우디 중동 정책과 전임 행정부에 대한 반감, 협정 자체의 한계 등이 낳은 예고된 결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부패하고 타락한 현재 협정의 구조 하에서 이란의 폭탄을 막을 수 없다"며 "미국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할 것임을 발표한다"고 선언했다.  
또 "이란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라며 "미국은 이란에 고강도 제재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핵협정은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국 5개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독일, 이른바 'P5+1' 국가들이 이란과 체결한 것으로서 이란의 핵개발 중단을 대가로 국제사회가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제조약이다. 

이란 핵협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시작됐다. 2015년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는 미국이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했다며 이 협정을 '최악'이라고 규정했다.
이듬해 9월에는 상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하는 수단 중 하나로 이란 핵협정을 꺼내들며 "이란은 그들의 핵을 지킬 수 있는 담합(sweetheart deal)을 갖고 있다. 고맙다 힐러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취임 후인 지난해 9월에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준수할 수 없는 협정"이라며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냈다. 

주목할 점은 이란이 협정을 위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란의 협정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위반 사항이 없다고 평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말 이란이 '비밀 핵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주장했으나 전문가들은 새로울 게 없는 '짜깁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하는 협정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협정이 오는 2030년이면 효력을 다해 이란의 핵개발을 영구적으로 제한하지 않다는 것, 탄도미사일 개발·헤즈볼라 지원 등 눈엣가시 같은 이란의 행동들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이러한 점이 재협상되지 않는다면 협정을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부활시키겠다고 경고했고 끝내 실행에 옮겼다. 

그 사이 이란 핵협정 보전을 주장하는 '온건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모두 '초강경 매파' 마이크 폼페이오, 존 볼턴으로 각각 교체된 점도 협정 탈퇴 예상을 가능케 한 실마리였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 대한 반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후 '오바마 뒤집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전임 행정부의 과업을 철폐했다.

특히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중국·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냈고,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6월에는 세계 190여개국이 참여한 기후변화협정에서도 망설임없이 탈퇴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에 서명을 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위가 "미국에 골칫거리(an embarrassment)를 안겼다"는 등 수차례에 걸쳐 공개 비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탈퇴를 결정함에 따라 수혜는 이란과 대척점에 놓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에 돌아갈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졌지만 이란을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뿐 아니라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협정 탈퇴를 촉구해 왔다. 

미국의 핵협정 탈퇴는 이란과의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이스라엘과 사우디 모두에 유리한 정세를 조성할 전망이다. 인디애나대학의 미·이란 관계 전문가인 후세인 바나이는 온라인 매체 복스에 "이스라엘과 사우디에게 있어 (미국의 탈퇴는) 미국을 중동 지역에 묶어두면서 안전장치를 제공 받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soho0901@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