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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증인 채택으로 탄핵심판 지연…헌재 내부에 무슨 일이

"이미 신문한 최순실·안종범 또 증인채택 이해 안돼"
이정미 권한대행 한계 지적도…대통령측 지연술에 말렸나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2-07 19:00 송고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1차 공개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2017.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헌법재판소는 7일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심판 11회 공개변론 기일에서 대통령 측이 추가로 신청한 증인 17명 가운데 8명을 추가로 채택하고, 현재까지 잡혀 있는 기일 외 3일의 추가 변론기일을 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탄핵심판 변론기일은 오는 9일, 14일 외에 16일, 20일, 22일까지 총 5회 더 열리게 됐다.

대통령 측이 더 이상의 증인채택을 요청하지 않고 증인신문 기일을 22일로 끝마쳐도 2월 내에 탄핵심판의 종국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소속 이중환 변호사는 "(신청한)증인 17명 중 8명만 채택된 것이 불만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추가 증인 신청 계획에 대해서도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사유가 새로 나온다면 (추가증인신청을 안하겠다는) 장담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이 더 이상의 증인신청을 하지 않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탄핵심판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 직접 출정 등의 카드를 통해 다시 한 번 기일을 열 수 있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2월 내에 탄핵심판 종국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 셈이다.

◇ 최순실, 안종범 등 이미 신문 끝난 증인 다시 채택 왜?

헌법전문가들은 이날 헌재의 증인채택 등 소송진행 상황을 두고 "공정성에 치우쳐 대통령 측 지연전략에 말려 들었다"고 일갈했다.

특히 이날 추가된 증인들 가운데에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이미 증인신문이 끝난 인사들이 다시 포함됐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번 쯤 증언을 들어보는 게 탄핵심판 심리에 의미 있는 증인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번 신문을 끝낸 증인들까지 다시 신문을 하면서 대통령 측의 시간끌기에 발 맞출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라도 헌재가 이정미 재판관 퇴임 시점인 3월 13일 이전에 종국결정이 선고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민들이 헌재에 상당한 불만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미 헌재가 직접 신문을 했던 최순실과 안종범 등을 꼭 다시 부를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헌재가 대통령 측의 '공정성 공세'를 의식하기 이전에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요구하는 추가 증인신청을 잘 살펴 꼭 필요한 증인이 아니라고 판단 된 경우에는 과감하게 끊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번 헌재의 증인채택과 기일 연장을 본 국민들은 국정공백에 따른 혼란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헌재에 큰 실망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 교수는 "심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한 증인들이 같은 취지의 증언을 반복하고 있는 경우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미 일정부분 입증이 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증언할 증인들을 추가로 채택하고, 이미 신문을 마친 증인들의 추가 증언 등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일반인들조차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 때문에 헌재가 대통령 측의 지연 전략에 끌려다니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이정미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초기부터 일관되게 재판지연 시도를 해왔다는 점은 의혹 수준이 아니라 팩트에 가깝다.

이 때문에 헌재는 공개변론에서 대통령 측의 재판 지연 시도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한 국정공백의 조기 종식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연시도를 저지해 왔다.

하지만 대통령 측이 헌재의 조기결정 방침에 대해 '공정성' 시비를 벌이자 헌재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탄핵심판을 조기 종식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저버리고 공정성에 지나치게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교수는 "이미 심판이 지체되고 있는 상태로 국민들의 정치적 혼란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에 빠져 있는데 헌재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공성성 시비’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가 다수 증인을 추가 채택한 것에 비춰 재판관들 내부에서도 증인신청을 받아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조심스레 추측할 수 있다"며 "이런 의견을 가진 재판관들을 설득 또는 다독거리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정미 권한대행이 재판관들 내부의 의견차이를 아우르지 못해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판사는 "아무래도 권한대행이 재판소장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며 재판부를 아우르고 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정미 재판관이 선임재판관으로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개인적인 성향이 자기 주장이 강한 편이 아니고, 기수가 가장 낮고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재판부를 끌고 나가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어 "아무리 권한대행이라도 재판을 진행하고 있고 조속한 국정 안정 필요성 등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중요한 책임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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