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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 트럼프의 중국 포위 작전

(서울=뉴스1) 박형기 칼럼니스트 | 2017-02-06 17:27 송고 | 2017-02-17 13:34 최종수정
편집자주 한때 한국 천주교회에서 ‘메아 쿨파(Mea culpa)’ 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메아 쿨파는 라틴어로 ‘내 탓이오’란 뜻이다. ‘시나(Sina)’는 라틴어로 중국이다. 따라서 ‘시나 쿨파’는 중국 탓이란 뜻이다. 중국이 굴기하면서 전 세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웃인 한국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웬만하면 중국 탓’인 시대가 온 것이다. 박형기 전 머니투데이 국제부장의 차메리카(Chamerica) 시대 읽기를 연재한다.
# 장면 1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전화통화를 했다. 그런데 통화시간이 무려 한 시간이었다. 미러 정상 간의 통화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래 처음이다. 최근 미국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자국의 대선에 개입했다며 35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러 정상 간의 장시간 통화는 극히 이례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장면 2

러시아 사법부는 지난달 말 정보기관 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의 부국장이자 사이버정보 담당부서 책임자인 세르게이 미카일로프를 반역혐의로 구속했다. 미카일로프는 미국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 해킹부대의 우두머리다. 미국이 러시아의 해킹 행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자 이에 화답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 장면 3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이는 지난 1979년 이래 지속돼 오던 외교 프로토콜(의전)을 깬 행동이었다. 지금까지 미국은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을 용인했기 때문에 대만을 국가로 간주하지 않았다. 따라서 두 정상의 통화는 미중 간 40여년 동안 지속돼 오던 외교적 합의를 깬 것으로, 외교상 결례를 넘어 도발에 가깝다.

장면 1, 2, 3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트럼프의 중국 포위작전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냉전시대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적은 구소련이었다. 미국은 구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 구소련을 포위할 필요가 있었다. 유럽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있었고, 동북아시아에는 한국과 일본이 있었다. 만약 소련의 앞마당인 중국만 미국 편에 서준다면 구소련을 완전히 포위할 수 있었다. 세기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가 나섰다. 키신저는 1972년 그 유명한 핑퐁외교를 통해 중국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였다.

당시 중국이 미국에 내건 조건은 딱 하나였다. ‘하나의 중국’을 용인하라는 것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대만을 수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의 마지막 대업이 대만 수복으로, 완전한 천하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한국전쟁 때문이었다. 공산당이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승리를 선언한 시점이 1949년 10월 1일(건국기념일)이다. 당시 인민해방군은 육군만 있었다. 공군과 해군이 없었다. 따라서 해군을 육성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터졌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에도 미군을 주둔시켰다. 중국이 대만을 수복하려 한다면 한국전에 이은 또 한 번의 미중 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이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대가로 대만을 수복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미국은 1972년 핑퐁외교 당시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수용했고, 1979년 중국과의 정식 수교를 위해 대만과의 외교 관계도 단절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대만간 방위조약이 폐지됐고, 미군 철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대만인들이 분신자살을 하는 등 격렬히 항의했다. 그러나 미국 외교의 최우선은 구소련 포위였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지금.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 미국의 유일한 적국은 중국이다. 미국은 냉전시대 구소련을 포위했던 것처럼 중국을 포위해야 한다. 중국을 포위하는 것은 간단하다. 중국의 뒷마당인 러시아만 미국의 편으로 끌어들이면 된다. 트럼프의 이 같은 시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중국이 구소련처럼 붕괴할까? 그렇지는 않다. 구소련과 중국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구소련은 터무니없이 과대평가된 나라였다. 구소련은 이데올로기 때문에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을 뿐 경제 실력은 형편없었다. 우주선은 만들었지만 화장지 하나 제대로 만들 수 없는 나라였다. 구소련의 경제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 소련판 개혁개방인 페레스트로이카였다. 페레스트로이카의 실패로 소연방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사실 구소련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세계에서 1등 국가를 한 적이 없었다. 항상 2류 국이었다. 오죽했으면 피터대제는 유럽을 흉내 내기 위해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겼다. 구소련의 땅은 세계에서 가장 넓었다. 그러나 경작 가능한 땅은 넓지 않았다. 그리고 인구도 1억5000만여 명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중국은 온대와 아열대에 걸쳐 있어 전 국토가 경작 가능한 땅이다. 수억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3억, 중국은 13억의 인구를 먹여 살리고 남은 잉여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구소련과 중국이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구소련은 세계경제권 밖에 있었지만 중국은 세계경제권 안에 있다는 점이다. 구소련은 세계경제의 근간인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WTO에 가입했고, 그 체제 내에서 성장했다. 미국이 세계화를 포기하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화의 챔피언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은 완전히 세계경제에 편입돼 있으며,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때 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협했던 일본도 세계경제 체제 안에 있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지만 중국은 미국의 핵우산 밖에 있다. 일본은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시에 엔화가 달러에 비해 3배나 평가절상되는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자체 핵우산 아래 있다. 따라서 미국에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트럼프의 중국 포위 작전과 미중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 전쟁의 승자가 세계의 패권을 거머쥘 것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외교안보라인이 얼마나 적절히 대응할지 걱정된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이란 사자성어가 유달리 커 보이는 시절이다.


s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