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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동물원을 없앨 수 없는 이유

[동물원 바로보기] 창살 너머 그들을 위한 행동①

(서울=뉴스1) 라이프팀 | 2017-01-11 11:58 송고
전주동물원의 불곰. (사진 최혁준) © News1

'동물원 바로보기' 시리즈는 지난 5개월 동안 동물원 관람객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이야기, 동물원이 쉬쉬하며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등을 다루며 '오늘날의 동물원이 동물에게 어떤 곳인가'를 말해왔다.

여전히 동물원은 한없이 부족한 곳이었다. 동물원은 야생동물을 가두는 것으로 모자라 온갖 동물쇼와 동물체험에 이용하고, 새끼를 기를 수 없는 환경임에도 새끼를 낳게 하여 인공포육하고, 실질적인 역할도 작고 성과가 부족함에도 스스로를 종 보전 기관으로 홍보하며 윤리적 부담을 덜고 있다.

관람객들 또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관람객들은 동물원 동물들을 자극하고 조롱하는 행위를 일삼고, 동물원에서 금지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감행하며, 동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물쇼와 체험을 소비하여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더욱 유행하게끔 만들기도 했다.

연재 글에 달린 댓글 캡처화면. © News1

동물복지가 꽤나 공론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런 동물원의 현실을 본 네티즌들은 '동물원을 없애자', '동물원에 가지 말자' 등 동물원을 부정하는 내용의 댓글들을 올렸다.

그렇다면 정말 동물원은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무려 5개월에 걸쳐 매주 동물원의 잘못된 점을 설파하던 사람이 동물원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하니 의아할 수 있다. 물론 필자 역시 동물원 동물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고, 특히 위와 같은 주장을 할 때면 마음이 아주 무거워진다. 또한 필자 역시 야생동물을 야생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원이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상업 동물원의 역사가 300년을 향해 가는 지금, 동물원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물원을 없앨 수 없게 하는 것은 어떤 요인들이 있는지, 그동안 가장 많이 달린 위 세 가지 댓글을 통해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연재 글에 달린 댓글 캡처화면. © News1

▲'동물들 다 풀어줘라': 동물원 동물들을 원래의 서식지로 돌려보내주자는, 급진적인 동물원 폐지의 한 방법으로 흔히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동물원으로서 이 의견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말이다.

우선, 슬프게도 현재 지구에는 전 세계 수백만 마리 동물원 동물들이 돌아갈 자연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근대의 동물원은 일반적인 통념처럼 야생에서 동물들을 잡아다 전시해왔다. 그러나 동물원 내에서의 자체적인 번식이 가능해지고 자연보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원이 야생 개체군에 주는 영향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 1970년대에 들어서며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CITES)이 발효되며 동물원에서 주로 전시하는 종들을 야생에서 포획하여 전시하는 행위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동물원은 동물원에서 번식한 개체를 동물원끼리 주고받거나 사고파는 형식으로 개체를 수급하고 있다.

에버랜드의 벵갈호랑이들. 야생의 호랑이는 전 세계 모든 아종을 합쳐도 4000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동물원과 번식 농장, 서커스와 개인 가정에서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의 숫자는 5000~1만 마리 가량으로 추산된다. (사진 최혁준) © News1

이는 곧 동물원의 동물들이 야생의 상황과는 무관하게 숫자를 늘려온 역사가 생각보다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원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을 때, 그 동물들의 원래 서식지는 계속해서 분할과 소멸을 거듭하며 줄어만 갔다. 그 결과 지나온 세기와는 다르게 오늘날의 멸종위기종들은 서식지는 남아있으나 개체 수가 부족한 상황보다는 애초에 서식지가 부족해서 개체 수도 함께 부족한 위기에 처해 있다. 잘 보존된 서식지의 경우 개체수가 포화한 곳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 많은 동물원 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야생 서식지는 현재로서는 없다.

혹여 돌아갈 곳이 있다 한들, 현재 동물원에는 '돌아갈 수 있는 동물'들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서울동물원의 남방큰돌고래. 서울동물원은 불법포획 된 남방큰돌고래들을 다시 야생에 방류하는 한편, 기존의 개체들에 대해서는 ‘사육된 기간이 길어 야생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계속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방향을 택한 바 있다. (사진 최혁준) © News1

'동물원은 정말 노아의 방주일까 1편(링크)'에서 보았듯이 이미 수 세대 이상 사람 손에 사육된 동물들은 다시 야생에 적응하기 어렵다. 보통 야생동물이라고 하면 '야생의 본능을 가지고 있을 테니 풀어주면 잘 살겠거니'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동물원에서 주로 전시하는 포유류와 조류의 경우 본능이 해결해주는 부분만큼이나 후천적인 학습과 경험에 의해 습득하는 부분도 많다. 때문에 인공 환경에서 자란 동물들은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냉엄한 원리가 적용되는 야생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이런 점 때문에 방사 훈련도 받고 단계적으로 연방사도 하고 서식지 관리도 한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야생 적응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동물원에서 교잡을 배제하는 번식관리를 시작한 역사가 그리 길지 못한 탓에 아직 전 세계 동물원에는 순종 여부를 알 수 없는 동물, 정확히 어떤 종(또는 아종)인지 알 수 없는 동물이 많다. 이런 동물들을 임의로 방사할 경우, 각자의 서식환경에 맞춰 분화된 결과물인 야생 개체들의 유전적 교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들은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다.

결과적으로 설령 동물원을 없앤다 한들 최소한 지금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까지는 불가피하게 전부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장은 동물원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동물들을 풀어주어 동물원을 없애자는 의견은 현실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창살 너머 그들을 위한 행동' 2편은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최혁준(공주대 특수동물학과 2년,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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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n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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