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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들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16-11-03 20:00 송고 | 2016-11-03 20:07 최종수정
 

정치에 영 관심이 없다가 18대 대선이 끝난 뒤 정치부 기자가 된 내게 박근혜 대통령은 '미지'였다. 여러모로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권 초반부터 야권으로부터 숱한 비토를 당했다. 아무리 경고가 나와도 변하지 않는 불통과 인사참사, 여당에서도 답답해했다.

그런데 굳건했다.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았다. 비박계가 아무리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린 들 당내 주도권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있었다. 아무리 정치권에서 난리가 난들 어쨌든 대통령 뜻은 관철됐다.

신기했기에, 만나는 여권 관계자들에게 박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냐고 자주 물었다. 박 대통령을 좋아하느냐 아니냐 온도차는 있었지만 공통적인 대답은 "측근 비리가 없고 원칙에 충실한 리더"라는 것.

최순실씨가 정국 전면에 등장하기 전, 2014년에 최씨의 남편이었던 정윤회씨가 먼저 '비선실세'로 지목됐다. 그때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오지도 않는 사람들이 무슨 권력을 휘두르냐. 말도 안되는 이야기"(2014년12월7일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오찬)라고 일축했다.

"실세는 청와대 진돗개"라는 농담을 곁들일 정도로 자신만만하게 그랬다. 오찬에 다녀온 의원들이 "정말 결백해서 저렇게 강경하구나를 느꼈다"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는 이렇게 박 대통령을 지탱해온 모든 근간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위임받은 권력을 갖지 못할 민간인이 국정을 좌지우지한 정황이 '빼박'(빼도박도 못하다)이다. 근간이 무너지니 지지율이 한자릿대로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정도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박 대통령을 비토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졌던 초반 "정치 공세"라고 일관하다 언론에서 증거를 들이미니 그제서야 박 대통령은 2분짜리 대국민사과를 했다.

왜 이제까지 진실을 밝히지 않았는 지 등에 대한 경위는 설명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궁금증과 분노를 부추겼다. 그 이후 대응은 점입가경이었다. 

시중에서는 박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있다. 여야는 이런 여론에도 현직 대통령이 하야하는 최악의 헌정중단은 피하자며 하야를 쉬쉬했다. 그러면서 논의하던 것이 거국중립내각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야당과 상의없이 국무총리와 장관들을 지명했다. 야당들은 아직도 독선을 못 버린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불난 곳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박 대통령이 이렇게 '골든타임'을 놓치니 누가 도와줄래도 방법이 별로 없을 듯하다.

청와대는 정치권의 중립내각 요구 취지를 반영한 인사이며 대통령은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할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설명의 진정성을 수긍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에서 낙마하든, 그 전에 자진사퇴하든, 총리가 되든 간에 작금의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국 혼돈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이 박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최순실씨와의 관계가 말끔히 설명되지 않고, 최씨 국정 농단에 박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한지 등이 국민들에게 설명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야권 출신 인사들이 내각에 들어간들 무슨 의혹이 풀리겠는가.

박 대통령은 스스로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한다고 했다. 정말 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의무를 다하려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대국민 회견을 자청해 숨김없는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 최씨와 어떤 인연인지, 최씨가 도대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최씨의 호가호위를 알고 있었는지…국민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온전히 박 대통령에게 듣고 싶어한다.

또한 박 대통령은 각종 의혹을 낱낱이 해명하고 검찰 수사에 스스로 임해야 한다. 헌법상 재직중 형사불소추특권이 어떻고 하는 이론들은 스스로 걷어치워야한다. 혹여 검찰이 현직 대통령 수사를 부담스러워한다 해도 대통령 스스로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 

이 기회마저 걷어차버린다면 저항은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다. 그땐 정말 어떤 처방도 먹히지 않고 대한민국은 나락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박근혜는 이라고 묻는 전국민적 물음을 더이상 피해서는 안된다.


eri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