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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해체론 들끓는데 허창수 회장은 이번에도 '뒷방'

[이슈터치]조직수장으로 최소한의 역할도 없어..회원사 답답
그사이 전경련 위기 더 증폭…지금이라도 몸부림쳐야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6-11-02 18:25 송고 | 2016-11-03 09:37 최종수정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6 경제계 보육지원사업 MOU 체결식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2016.10.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9월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엔 두가지 큰 일이 있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모금과 관련해 전경련에 대해 검찰이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한 압수수색은 오후 6시 넘어서 마무리됐다.

같은날 전경련은 국회의원 및 주요 지방자치단체장을 초청해 어린이집 지원 MOU 행사도 진행했다. 지자체가 여는 어린이집 101곳을 지원하는 것을 재계가 참석해 기념하는 행사였다. 비보잉 축하공연까지 곁들인 잔치 자리였다. 

오후 1시50분. 허창수 회장은 어린이집 MOU 행사장에 나타났다. 하지만 평상시와 달리 뒷문으로 입장했다. 콘퍼런스 센터 대회의장 뒷문은 음식을 서빙하는 웨이터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좌우로 음식 자재가 쌓여 있고 보관 중인 의자나 탁자가 즐비한 창고 같은 분위기다. 60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GS그룹 회장이자, 재계 수장이라 불리는 전경련 회장이 드나들기엔 너무 초라한 공간이다. 전경련의 최근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로도 읽힌다.

전경련은 올들어 유달리 구설수에 많이 오르 내렸다. 보수 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에 편법으로 자금을 지원했다가 구설수에 올랐고 이번엔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에 앞장서 구설수에 올랐다. 전경련이 돈줄 역할을 한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지만 조직을 책임진 허창수 회장은 또 묵묵부답이다.

온화한 성품으로 평소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정국을 뒤흔드는 태풍 속에 자신이 수장을 맡고 있는 단체 존립이 걸린 시점에서 피해 다니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허물을 인정하고 단체가 지켜가야 할 역할과 가치는 존속시키려는 강단있는 발언과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허 회장은 "받을 건 받아야지"라고만 말했다.조직 수장이 맞는지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허탈한 답이다. 

사실 전경련이 대기업의 재단 모금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은 이승철 상근 부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조사 및 국회 국정 감사 과정에선 허 회장 대신 이승철 부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고 조사를 받았다. 

직접 책임은 없다 해도 나몰라라 하는 처사는 위기에 처한 조직수장으로서 온당치 않다. 스스로 얼굴마담에 불과했음을, 조직장악력이 없었음을 고변하는 일일 뿐이다. 지금 전경련과 허회장은 다른 기업대표들과 함께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싫든 좋든 전경련 해체론까지 거론되는 위기 상황에 전경련 쇄신을 주도할 정점은 '회장'이다. 그러나 허 회장은 이같은 역할에 대해 거의 손을 놓고 있다. 허 회장은 전경련 쇄신안을 내놓겠느냐는 질문엔 "나오겠지요"라는, 또 허탈한 답을 내놨다.

과거 전경련 회장 중엔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며 재계의 목소리를 낸 인물도 많았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표적이고 효성 조석래 회장도 할 소리는 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허 회장에게는 그런 강단이 느껴지지 않는다.

미르·K스포츠 스캔들은 엄밀히 따지면 정부와 비선실세가 압력을 행사에 기업들에게 돈을 뜯어낸 사건이다. 그런맥락에서 기업들도 일종의 피해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해자들에게 도리어 비난의 화살까지 쏟아지는 상황이다. 

스캔들에 연루된 전경련과 그 수장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비난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연루된 개별 기업들은 더 답답한 노릇이다. 허창수 회장이 대표하는 GS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8개 계열사를 통해 42억원을 지원했다.

전경련으로서는 이제 더 이상 숨길 것도, 숨길 수도 없다. 수사는 본궤도에 올랐고 사건의 중앙에 청와대가 있다는 윤곽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이승철 부회장도 당초 입장을 바꿔 '청와대 외압설 내지 지시설'을 시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허 회장은 몸부림이라도 쳐야 한다. 권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가담했다면 그 현실을 국민 앞에 인정하고 조직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근거없는 억측에 대해서는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위기지만 도리어 그렇기 때문에 단체로서 전경련의 가치를 회원사에게 인식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2011년부터 전경련 회장을 3연임한 허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기를 마냥 기다리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전경련은 더 위험한 처지에 처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그것은 허 회장에게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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