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스마트팜논란]②"회사는 돈잃고 농가는 피해만"...팜한농의 비극

팜한농, 화옹 유리온실로 기업형 농업 첫선…농민 반대에 결국 매각
중소기업 인수한 유리온실 국내에 토마토 팔아 농가에도 피해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6-07-18 07:29 송고 | 2016-07-18 08:38 최종수정
편집자주 미래형 농업 '스마트팜'을 두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LG CNS는 스마트팜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보고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농업을 또 하나의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전경련은 스마트팜을 통해 농업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농민단체들은 스마트팜과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영세한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스마트팜이란 이슈에 대기업과 농민, 미래와 현재, 스마트와 아날로그 등 다양한 갈등이 표면화됐다. 풀기 어려운 방정식의 이모 저모를 살펴봤다.
© News1
© News1

스마트팜의 원조격으로 꼽는 곳은 팜한농이다. 팜한농은 동부그룹 계열사이던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대규모 유리온실을 짓고 토마토 농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팜한농은 농민 단체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농업 진출을 포기했고 결국 유리온실을 매각했다. 

팜한농 유리온실 사태는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 팜한농은 투자비의 절반 밖에 건지지 못했다. 유리온실은 농민들이 운영하지 못하고 중소기업에 매각됐다. 중소기업은 해외 시장 판로를 제대로 개척하지 못해 국내 시장에 토마토를 내놓았고 결국 농민단체들이 바랐던 농가 피해 방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대기업들에게 팜한농 유리온실 사태는 하나의 경고장이 됐다.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대규모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은 중국 및 일본 등 해외 시장과 새로운 사업 기회로 농업을 보고 있다. 하지만 농민단체의 반대에 시도조차안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농업은 지속적으로 영세화되고 있으며 고령화되고 있다. 국내 먹거리 시장은 외국산 농산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팜한농, 화옹 유리온실 467억원 들여 170억원에 매각
 
팜화옹은 지난해 9월 경기 화성 화옹간척지에 조성한 15만㎡ 규모의 첨단유리 온실을 농업회사 우일팜에 매각했다. 

당시 팜한농은 간척지에 대단위 농지를 만들어 수출 농업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팜한농은 2010년부터 3년간 화옹 유리 온실을 건설했고 토마토를 재배해 일본 등에 수출할 계획을 세웠다. 
화옹 유리온실에 들어간 돈은 467억원 규모다. 동부가 380억원, 정부가 87억원을 투자했고 성공적으로 토마토 재배를 시작했다. 

유리온실이 완공된 이듬해부터 농민 단체들이 극렬하게 반대했다.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국내 농가에 피해를 입힌다는 주장이다. 동부는 전량 수출을 약속했지만 농민단체는 믿지 않았다. 농민들은 동부팜한농 농기자재 불매운동까지 벌였고 동부는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2013년 3월 팜한농은 성명서를 내고 유리온실 포기를 선언했다. 팜한농은 "세계 시장을 겨냥해 유리온실 사업을 시작했고 시야를 세계로 넓혀 자동차 TV 반도체처럼 농산물을 수출할 기회를 모색했다"며 "농업인과 상생하는 기업 영농 모델을 만들고자 했으나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으로 매도하는 목소리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팜한농은 이후 농민들에게 화옹 유리온실 매각을 추진했다. 농협과도 협상을 벌였고 영농조합을 통해 경영을 위탁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번번이 불발에 그쳤다. 대규모 유리 온실을 관리하고 경영한 노하우가 있는 농민도 없었고 대규모 시설을 인수할 자금도 없었다. 

결국 중소기업인 우일산업이 우일팜을 세워 유리온실을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170억원. 동부는 투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했다.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모회사인 동부팜한농까지 LG에 매각되는 비극을 겪었다. 

23일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실시한 토마토 소비촉진 행사장에서 (사)한국토마토대표조직 최계조 회장(사진 오른쪽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안형덕 원예경영과장, 농협중앙회 김영주 회원경제지원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농협 제공) 2016.6.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3일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실시한 토마토 소비촉진 행사장에서 (사)한국토마토대표조직 최계조 회장(사진 오른쪽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안형덕 원예경영과장, 농협중앙회 김영주 회원경제지원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농협 제공) 2016.6.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농가의 비극…대기업만 막으면 될 줄 알았는데

화옹 유리온실을 인수한 우일팜은 중소기업인 우일산업의 자회사다. 종전까지 농업 관련 비즈니스를 한 곳이 아니며 우일팜을 통해 농업에 처음 진출했다. 467억원이 들어간 시설을 170억원에 인수하면 수익을 내는 데 문제가 없다는 계산 아래 투자를 단행했다. 

우일팜은 당초 유리온실에서 생산된 토마토를 전량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이어 받았다. 하지만 동부에 비해 약한 브랜드와 취약한 네트워크가 문제였다. 우일팜은 결국 일부 토마토를 수출하고 더 많은 물량을 국내에 풀어 놓고 있다. 

우일팜에서 생산하는 토마토 중 약 80% 가량이 도매시장과 대형 마트 등으로 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일팜에서 연간 생산되는 토마토는 약 5000톤 가량이며 약 4000톤 규모가 국내 시장에 풀리는 셈이다. 

국내 토마토 소비량은 연간 45만톤 가량이다. 이중 4000톤은 1%에 불과한 규모지만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농산물은 공급과 수요가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단 몇프로의 물량 변동만으로도 가격 차이가 크다"며 "우일팜의 토마토 공급과 최근 토마토 가격의 하락세도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aT에 따르면 토마토 10kg 평균 도매 가격은 15일 현재 1만5400원에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1320원에 비하면 27.8% 하락한 수준이다. 가격이 하락한 만큼 토마토 재배 농가가 피해를 입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일팜은 인터뷰를 거절하며 내수 및 수출 전략 등에 대한 질의에 일절 답변을 거부했다. 

전국농업인총연맹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에 대해선 다각도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에 대해선 여력이 닿지 않아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xper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