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술맛을…' 한산소곡주 기원은? 일제와 군사정권 탄압에도

먹다 남으면 장에 팔던 것…현재 연간 100억 매출

소곡주가 술독에서 익어가는 모습.(서천군 제공)/뉴스1
소곡주가 술독에서 익어가는 모습.(서천군 제공)/뉴스1

(서천=뉴스1) 김낙희 기자 = 충남 서천군 한산면, 15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이 지역에서 250여 가구가 추석 명절에 인기인 소곡주를 빚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도 이와 같은 수치에 견줄만한 곳은 찾기 어렵다.

전통주는 대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소수의 전승자를 통해 명맥을 유지하는 반면 소곡주는 전승자에게서는 물론 한집 너머 한집에서 빚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 서천문화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산면 단상리에서는 전체 60가구 중 30가구가 소곡주를 빚고 있었다.

한산면 주민들은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의 탄압에도 굽히지 않고 전통을 지켜왔다. 그 결과 소곡주는 이제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산 어느 상점에 들어가도 소곡주를 살 수 있을 정도다.

이 전통은 멈추지 않는다. 단상리 주민인 이모씨는 “소곡주가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물론 30대인 아들에게 우리 집만의 독특한 제조법을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앉은뱅이 술’로도 유명한 소곡주는 1800년대 모시 거래가 흥했던 한산 오일장을 중심으로 보부상과 인근 금강 포구를 거쳐 전국으로 퍼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또 조선시대 중기 사람들은 백제의 술로 여겼다고 한다.

쌀과 물 등의 원료로 100일간 빚는 소곡주(도수 18%)는 단맛이 강한 게 특징인데, 이 탓에 ‘며느리가 술맛을 보느라 젓가락으로 찍어 먹다가 어느새 취해서 엉금엉금 기어 다녔다’는 구전도 전해진다.

소곡주는 1973년 7월에서야 충남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뒤, 고 김영신 씨가 소곡주 기능보유자로 인정되면서 처음 양성화됐다. 현재에 이르러선 연간 약 100억 원어치가 팔려나간다.

오다가다 가족들과 나눠마시고, 명절마다 찾아오는 손님 대접하고 남으면 장터에서나 팔리던 소곡주가 어느덧 지역의 큰 수입원이 된 셈이다.

이 뒤에는 서천군이 2011년 ‘한산 소곡주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이듬해 주민들을 이 조합에 가입하게 해 양성화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도록 제도화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주민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15년 열린 ‘제1회 한산 소곡주 축제’에서 12개 마을은 특색 있는 소곡주 40여 종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축제는 12만 명이 다녀갈 만큼 성공을 거뒀다.

한산면 주민들은 내달 13일부터 사흘간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코로나19로 지난 4년간 미뤘던 ‘제6회 한산 소곡주 축제’를 마침내 연다. 굽히지 않았던 한산면 주민들의 자부심과 열정이 담긴 축제다.

knluck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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