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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용산 드림'..서부이촌동 부동산시장은 '고사'

재산권 규제 풀려도 거래·집값 회복은 미지수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3-09-23 21:04 송고 | 2013-09-24 13:07 최종수정
서부이촌동 인근 상가골목. 상가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은 상태다 © News1

서울 용산구 옛 철도정비창 부지 상가골목에는 사람들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용산역세권 개발로 이 부지에 있던 코레일, 한솔제지, 서울우편집중국 등 기관과 기업들이 나가며 상권이 죽었다.


23일 찾아본 용산 서부이촌동은 이달 말 개발구역 해제를 앞두고 무거운 적막감만 감돌았다. 상가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지만 그나마 남았던 상가 주인들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서울시가 구역지정 해제를 고시하면 7년째 지지부진하던 용산 개발사업이 종지부를 찍게 된다. 예고된 일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 개발지에 적용되던 토지거래 제한 등 재산권 규제가 풀려도 죽은 상권과 떨어진 집값이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이들의 허탈감만 커지고 있다.


◇잃어버린 7년..죽어버린 상권


용산역 철길을 넘어 철도창 부지부터 이촌동으로 이어지는 상가골목에는 문 닫은 상가가 부지기수다. 7년 전만 해도 하루 유동인구 3000명을 넘어서는 알짜상권이었지만 기관 및 기업 종사자들이 떠나며 음식점부터 문을 닫았다. 토지거래 제한과 집값 하락 탓에 아파트 거래가 끊기자 폐점한 공인중개소도 눈에 띄게 늘었다.


철도창 부지 맞은편 상가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임은욱(52)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년 전 가게를 정리하려 내놨지만 나서는 사람이 없다. 추석 연휴에는 손님이 없어 자장면 네 그릇을 판 게 전부다.


임 씨는 "떠나고 싶어도 상가가 나가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남았다"며 "생계를 위해 집을 담보로 빚을 내 살아 왔는데 길거리로 쫓겨나야 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인근 이촌동 대림아파트(전용 84㎡)에 살고 있는 임씨는 장사가 되지 않자 집을 담보로 3억 5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한 달 평균 이자만 170만원으로 대출만기가 코앞이라 원금 갚을 일이 걱정이다.


개발초기 200가구가 넘었던 철도창 부지 상가들은 현재 100가구 남짓 남았다. 대부분 임씨와 같은 처지로 집을 담보로 받았던 대출금과 보증금을 까먹자 삶의 터전을 등졌다.


안효상 한우리 법무법인 사무국장은 "남아 있는 상가들 역시 장사가 되지 않아 월세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까지 감안하면 서부이촌동 상가의 60∼70%가 비어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재산권 규제 풀려도 "집값 회복은 까마득"


개발대상지에 포함됐던 서부이촌동 아파트는 대림아파트, 성원아파트, 동원베네스트아파트, 중산아파트 등 2300여 가구다. 구역지정 해제가 끝나면 해당 지역에 적용되던 재산권 규제는 풀리게 된다.


빚 부담에 경매로 내몰렸던 주민들 입장에선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구역 지정이 풀리고 주택거래가 다소 회복되면 경매가 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팔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촌동 동원베네스트(전용 84㎡)에 살고 있는 김종기(45)씨는 "서울시와 드림허브가 제시한 보상금을 믿고 5억원 가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며 "정상적인 거래로 빚을 갚으면 좀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이촌동 대림, 동원 아파트(전용 84㎡)는 7억8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달 서부지방법원에 나온 같은 크기의 대림아파트는 3회 유찰 뒤 6억6100만원에 낙찰됐다. 정상거래로 집을 팔게 되면 손실을 1억원 넘게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구역지정 해제 이후 현재 형성된 매물가에 거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009년 이후 서부이촌동 실거래량은 현재까지 6건에 불과하다. 종종 경매로만 매물이 오가고 있어 막상 거래가 이뤄지면 집값이 더 떨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몇 년 동안 거래가 끊긴 상황이라 현재 나온 매물가를 시세로 보기 어렵다"며 "서부이촌동 아파트 중 절반이 빚을 지고 있고 상권은 물론 배후수요도 죽은 상황이라 실거래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촌동 E공인 관계자 역시 "부동산 경기 자체가 어렵고 집값에 도움이 될 만한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개발계획 발표 전인 2006년 5억원에서 6억원 수준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폭탄돌리기에 주민들만 '죽을 맛'


용산개발이 막을 내리자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 됐다. 집을 담보로 빚을 냈던 주택 소유자들의 채무상환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구역지정 해제를 앞두고 금융권이 이 지역에 풀었던 주택담보대출 회수를 본격화하고 있어 집주인들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중국집을 운영하는 임씨 역시 우리은행에 대출 만기연장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은행권이 대출회수에 속도를 내며 대부분의 만기연장 신청이 거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E공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만기연장이 도래한 집주인들에게 상환독촉을 하고 있다"며 "몇 달만 원리금이 연체 되도 집을 법원경매에 부치고 있어 주민들만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이 지역 아파트 중 올해 9월까지 법원경매에 나온 아파트는 총 12개다. 이들 아파트 1채당 평균 감정가는 10억원 남짓이다. 지난달 같은 크기의 대림아파트 낙찰가율이 55%였던 점을 감안하면 낙찰가는 5억5000만원에서 6억원 사이다.


이곳 주민들이 지고 있는 대출 빚은 평균 3억5000만원 가량이다. 빚 부담에 집을 경매장에 내놔도 손에 쥐는 돈은 많아야 2억원 정도다. 수도권 외곽의 전셋값에도 못 미치는 돈이다.


임씨는 "거래 제한이 풀린다 해도 집값과 거래 회복을 확신할 수 없어 집주인들만 좌불안석"이라며 "용산개발이 발표되고 나서 은행들이 먼저 빚을 권해놓고 손실은 주민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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