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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대사관 인턴은 당연히 무급?

영리목적 아니라지만…생활고 가중, 기회 박탈

(서울=뉴스1) 심희정 인턴기자 | 2013-07-12 23:01 송고

졸업 후 국제기구 취업을 희망하는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 이모씨(25)는 방학을 맞아 인턴 자리를 찾아보다 좌절했다.
인터넷 취업카페에서 평소 관심있던 국제기구가 인턴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클릭했지만 근무조건을 확인하자 마자 마음을 접어야 했다.

주 5일 풀타임 근무하는데도 주어지는 임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던 이씨는 결국 인턴 지원을 포기하고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아르바이트 공고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인턴이 취업 전 필수코스로 자리잡고 있지만 일부 공공기관이나 단체들이 무급이나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급여로 대학생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이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최근 대학생들의 여름방학 계획을 물은 한 설문조사에서는 '취업준비'가 1순위로 뽑힐 정도로 방학을 맞아 관련직종의 인턴을 구하는 대학생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국제기구나 대사관, 영사관 등 특정분야는 무급의 조건이 관행처럼 자리잡아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조건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인턴 공고를 낸 유엔난민기구의 경우 '3개월 전일 근무(파트타임만 가능한 자는 제외, 6개월로 연장 가능, 무급)'를 근무조건으로 제시했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주 5일 풀타임 근무다.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 쓰는 대학생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근무조건이다.

또 다른 국제기구인 유네스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네스코는 최근 '제2회 유네스코 동아시아 역사화해 국제청년포럼'의 연수인턴을 모집했다.

근무조건은 주 5일 풀타임 근무에 월 50만원이다. 그나마 유엔난민기구보다 나은 편이지만 월 50만원은 시급으로 계산했을 때 3125원으로 현재 최저임금인 486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유네스코는 5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홈페이지에 '2013년도 ''제2회 유네스코 동아시아 역사화해 국제청년포럼' 연수인턴 모집공고'를 올렸다. © News1


무급이나 저임금 인턴을 운영하는 공공기관들은 영리보다 경험, 연수 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해명한다.

유엔난민기구 관계자는 "기구의 인턴십은 필연적으로 일반 영리기업의 인턴십과 그 성격을 달리한다"며 "모든 인턴은 이에 대한 합의 하에 근무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관계자는 "연수인턴 모집은 근로가 아닌 연수를 목적으로 한다"며 "근로에 대한 임금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연수수당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같은 취지에 동의해 공공기관 무급인턴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있다.

미국 주정부청사에서 2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한 성균관대 학생 노윤영씨(23)는 "식비와 교통비로 한달 60만원을 받았다"며 "돈 때문이 아니라 실무를 배우고 싶어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저임금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인턴을 하고 싶어도 한해 1000만원이 넘는 대학등록금에 30만원을 훌쩍 넘는 하숙비 등 평소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반적인 대학생들에게는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아 역차별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제기구에 지원하는 지원자들 사이에는 무급인턴 후 유급인턴, 임시직원, 컨설턴트, 정식 공무원 등 순으로 채용된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제기구 진출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무급인턴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전문분야 경력이 부족하다 보니 무급인턴을 통해서라도 현장경험이나 인적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대학생 윤이삭씨(24)는 "국제기구라고는 하나 지원자격이나 근무조건 등이 일반기업과 다를 게 없는데 특정 기구만 저임금을 지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서강민씨(25)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대학생들에게는 기회, 가난한 대학생들에게는 박탈감 등을 주는 것이 대학생 인턴의 현실이라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무급인턴에 대해 "무급이면 자원봉사와 다를 게 없지 않느냐"며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어야 하는 대학생들의 처지를 이용해 기업이 대학생을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기구가 비영리단체라고 해도 노동을 하는 대학생을 무급으로 쓰는 건 엄연히 '노동 착취'"라며 "인턴을 하는 대학생들도 스스로 노동자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hj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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