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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넷플릭스 공짜망 논란…'이용자 독박' 안된다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20-10-30 06:30 송고 | 2020-10-30 09:12 최종수정
한국시장을 겨냥해 공세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기업 로고. 2019.1.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한국시장을 겨냥해 공세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기업 로고. 2019.1.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우리가 지면 증가하는 비용 부담은 결국 이용자에게 전가될 겁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 SK브로드밴드가 '망사용료'를 두고 협상을 벌이다 소송까지 벌어졌다. 한쪽은 '정당한 대가'를 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그럴 의무가 없다'고 버틴다.
무임승차니, 망중립성이니, 여러가지 거창한 수식어로 포장을 하며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지만, 각자의 날선 주장 이후에 따라오는 문장은 양측이 동일하다.

"우리가 지면 이용자의 요금 인상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망사용료를 요구하자 그 부담이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처음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수급하는 것처럼 망을 이용해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일종의 '원가' 개념으로 망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통신사 측의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망사용료는 자신들이 지급할 의무가 없으니 이용자들에게 부담을 지우겠다는 식으로 '요금인상' 카드를 꺼냈다.
SK브로드밴드도 요금을 들먹였다. 이들은 만약 넷플릭스가 화질별로 추가 수익을 챙기면서 통신망에 막대한 부하를 일으켜도 망사용료를 일절 지불하지 않는다면, 망을 증설하기 위해 연간 수천억원씩 투입되는 비용이 '이용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넷플릭스든 SK브로드밴드든 어느 한쪽은 패소한다. 이들 말대로라면 '지는' 쪽은 소비자 요금 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할 터다. 결국 이용자 입장에서는 누가 이기든 지든 요금 인상이라는 최악의 상황만 기다린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정작 두 기업 모두 '이겼을 경우'에 대해선 말이 없다. 분쟁에서 질 경우 발생할 막대한 비용 부담은 '이용자'에게 떠넘기겠다고 참 쉽게도 말하는 이 기업들은, 만약 우리가 이기면 이용자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하겠다고는 아직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통신사가 넷플릭스와의 분쟁에서 승소한다면 '넷플릭스 제로레이팅'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모바일 가입자의 경우 데이터 소진 없이 넷플릭스를 감상하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요금인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이익을 이용자에게 환원하는 식이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만약 분쟁에서 승소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공짜로 사용하며 막대한 수입을 얻는다면, 적어도 한국 이용자에게는 '초고화질' 요금을 추가로 받지 말고 일반화질 요금을 일괄 적용하는 것이 공짜 사업자의 도리가 아닐까.

해외에 한번이라도 나가본 경험이 있다면,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이나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유럽 대다수 국가들도 초고화질(UHD)은커녕 고화질(FHD)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버벅댈 정도로 인터넷 품질이 떨어지는 경험을 흔히 할 수 있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민에 대해 '이동금지'(록다운) 명령을 내리면서 집안에만 갇혀있게 된 사람들이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로 대거 쏠리자, 해당 국가 통신사들은 망 부하를 감당하지 못해 전체 인터넷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해당 국가 정부 차원에서 사업자들에게 '화질 저하'를 요청해 구글 유튜브 등이 일괄적으로 고화질이 아닌 일반화질(SD)로 서비스를 하향조정한 사실이 있다.

한국은 이같은 문제에서 비켜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막강한 이동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코로나19 대유행 때도 인터넷 품질저하가 없었다.

넷플릭스는 '화질'별로 추가 수익을 얻는 사업구조인데, 이를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가 떠받치는 셈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사례를 보건데 분명 망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사업자들이 인지하고 있음에도 "망 투자는 통신사의 의무일 뿐, 콘텐츠업체는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용자에게 그 수익을 되돌려줘야 마땅하다.  

냉정하게 말해 두 사업자가 분쟁 패소 직후 요금을 큰폭으로 인상할 확률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수익을 환원하라'고 지적한 이유는 이용자를 '볼모'로 삼는 기업들의 경솔함 때문이다. 두 회사는 말로는 '고객 피해가 우려된다'고 떠들지만 실제 행태는 '고객에게 독박 씌우기' 으름장이다.

통신사와 콘텐츠사업자의 망사용료 분쟁에서 '이용자 중심의 해결방안'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사업자간 협상에서 '재정'을 한다면, 양측의 비용이 망 품질 투자나 요금 인하 등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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