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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비극·上] '취업률 노예' 특성화고 실습생…노동실태는 ‘쉬쉬’

특성화 고등학교 취업률 올리기 급급…기업 협약 깨질까 성폭행, 폭력 행위 은폐 의혹
취업률에 얽매여 기업-학교 ‘갑을관계’ 형성…현실은 공장 ‘땜빵용’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2016-01-21 10:49 송고 | 2016-01-21 13:50 최종수정
편집자주 특성화고등학교 취업률 통계가 최근 5년 사이 두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특성화고 학생들은 사회로 첫 발을 떼기도 전에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고 불합리와 부조리에 묵묵히 적응하는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 뉴스1은 취업률에 묶여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이같은 문제점의 원인과 해법 등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학기 파업중인 노동현장에 현장실습생으로 파견됐던 학생들은 불법 대체인력으로 파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학교로 복귀했다. 기업은 단기근로 재계약을 맺고 다시 학생들을 고용했다. 겨울 방학을 맞은 고등학생들이 파업 공장에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 News1
지난 학기 파업중인 노동현장에 현장실습생으로 파견됐던 학생들은 불법 대체인력으로 파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학교로 복귀했다. 기업은 단기근로 재계약을 맺고 다시 학생들을 고용했다. 겨울 방학을 맞은 고등학생들이 파업 공장에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 News1


#1. 부산지역 G공업고등학교 A(18)군과 B(18)군은 지난 2학기 주식회사 H기업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오전 8시에 업무를 시작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강도 높은 노동이었다. 지난 해 10월 근무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온 A군은 일을 똑바로 못한다는 이유로 선배가 휘두른 주먹에 맞았다. 폭행은 5분 넘게 계속됐다. 현장을 목격했던 B군과 폭행을 당한 A군은 실습을 그만두고 복귀했지만 학교는 오히려 이들에게 2주 간의 교내 봉사 징계를 내렸다. 실습을 무단으로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왔다는 이유에서였다. 
#2. 부산지역 특성화 고등학교 3개교 소속 고등학생 16명은 지난 학기 외국계 자동차 부품기업에 파견됐다. 알고보니 학생들은 노동쟁의 중인 파업 현장에 불법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실습을 시행하기 일 주일 전에 작성해야 할 근로표준협약서는 문제가 불거지자 실습이 끝날 무렵인 지난 12월 초에 일괄 작성됐다. 뒤늦게 교육청이 나서 학생들에게 학교 복귀를 독려하자 해당 기업은 며칠 뒤 학생들과 '알바 형식'의 단기근로재계약을 맺었다.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되거나 대체 노동인력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교육청의 전시행정으로 외면받고 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감사원 등에 따르면 부산지역 특성화 고등학교의 취업률은 해마다 증가 추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의 노동환경 실태조사는 한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 특성화 고등학교 생존 전략 '취업률'...학생들은 장기간 대체인력 방치
"수출업체 명칭? (제가 맡은) 기계 만지는거요...그거말고는 잘 모르겠어요"

최근 외국계 자동차 부품기업 파업현장에 실습생으로 파견됐던 한 학생은 뉴스1 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업무를 배웠느냐는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했다. 

맡은 업무는 3kg짜리 부품을 나르고 조립하는 일이었다. 부품 자체가 무거운데다 반복적으로 옮기다 보니 한 동안 허리 통증이 가시질 않았다. 

매일 새벽 밥을 먹여 보낸 김군 어머니는 "아이들이 첫 사회경험을 배우러 나간 일터에서 파업 방패막이로 이용당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고 분했다"고 말했다. 현장 실습을 끝낸 김 군은 취업 대신 대학을 준비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지난 해 부산 교육청을 상대로 '특성화고 현장실습 지도·감독 부적정'을 통보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현장실습이 제한된 업체에 학생들을 파견하거나 현장실습 협약과 배치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수 차례 적발됐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발표한 '산업인력 양성 교육시책 추진실태'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지난 2013년 하반기 기준 '현장실습표준 협약서'를 지키지 않은 채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33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듬해에도 협약 업체가 아닌 곳에 학생들을 파견시키거나 야간 근로와 추가연장근로 환경에 노출시킨 학교도 여러 차례 적발됐다. 


불과 한 달 전에는 파업 현장에서 불법대체인력으로 16명의 학생들을 투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교육청은 학생 개별로 연락을 취하고 '복귀'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전혀 개의치 않고 학생들 전원과 단기근로 재계약을 맺었다. 교육청은 "강제로 그만두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문제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취업률에 따른 교장·교감 성과급…기업-학교 ‘갑을관계’ 

교육청이 사업장 관리 의무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관련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교육청에 개선안을 요구해도 사업장 관리 의무가 없다보니 일선 학교가 학생들의 피해사실을 은폐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그친다"며 "업체는 학생들을 싼 값에 노동력으로 이용하고 학교는 실습을 보내면서 취업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하인호 교사는 "특성화 고등학교는 취업률에 따라 교육 예산을 확보하거나 중소기업에서 여러가지 사업적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교장, 교감들의 성과급 평가 기준에 취업률이 고려되기 때문에 현장 실습생을 요구하는 회사는 어쨌든 갑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업을 담당하는 교사는 최소 주 2회 이상 현장에 나가 학생들의 실습 현장을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취업률과 예산줄을 쥐고 있는 기업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더라도 개인 교사가 문제제기를 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다. 


◇ 부산 교육청, 특성화고 현장실습 노동환경 실태조사 요구 ‘침묵’ 일관

청소년 노동인권 네트워크 실업위원회는 지난 해 6월 부산 교육청에 특성화고 현장실습과 관련해 전수실태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을 전달했다. 

부산지역에서 노동 취약환경에 내몰린 학생들의 실습 사례가 잇달아 적발되고 실습 기간 동안 4차례에 걸쳐 상사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겪은 여학생 사건까지 일어났기 때문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의견 전달 이후 교육청에서 반응이 없어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학교별로 취업률 경쟁을 하는데 실태조사에 들어가게 되면 근로표준 협약을 제대로 지키면서 학생들을 고용하는 기업이 불과 20-30% 수준으로 거의 없기 때문에 학교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성화고 취업률 통계 관리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 감사 실태 조사에서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자들의 취업률을 조사할 때 재직 증명서만으로 취업을 인정하고 실제 소득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 취업률 통계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당 18시간 이상 일하면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일정한 소득이 있는 자를 취업자로 인정한다'는 특성화고 졸업자의 취업자 인정 기준 탓에 정규직이 아닌 '알바생'으로 일하는 고등학생을 취업자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취업률 조사 시 직장 건강보험 등 4대 보험 가입 여부와 같은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자료를 활용해야 하지만 '취업률 올리기'에 급급한 학교들이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인호 청소년 노동인권네트워크 교사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협회를 구성하는 등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을 실습으로 파견하고 나서도 적응을 못하거나 취약 노동 환경에서 피해를 입은 학생이 돌아오면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겪은 어려움이 아니라 취업률이 떨어질 생각에 걱정을 한다"면서 " 지난 몇년간 꾸준히 반복돼 온 이런 악순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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