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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가 택시인가요"…'119 전면 유료화' 외친 응급실 의사들

응급의학의사회, 응급실 뺑뺑이 대책으로 구급차 유료화 주장
복지부 "범정부적 검토 필요…사회적 논의부터 우선 이뤄져야"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3-07-20 06:3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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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에 탄 중증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가 숨지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119 이용을 전면 유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응급의학과 의사들로부터 제기돼 그 취지와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응급실 방문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임에도 119구급차를 타고 오는 게 응급실 과밀화의 원인이라고 본 의사들은 공공재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경증 환자에 대한 비용 청구를 논의할 때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 별도로 검토되고 있지 않다며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의사단체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드래곤시티에서 학술대회 겸 기자간담회를 열고 119 전면 유료화를 제안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제공)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제공)

의사회는 119를 전면 유료화해 경증 환자 이송을 즉각 중단하고, 이송 지침을 위반한 이송을 지시한 상황실과 119가 책임지도록 제도화하라고 요구했다.
이형민 의사회장은 일부 사람들은 코피가 나도 119를 타고 온다면서 "구급차가 택시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실제로 중환자 이송 지연의 주원인으로 응급실 경증 환자 내원 폭증이 지적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022년 응급의료기관을 찾은 전체 환자 769만4473명 중 비응급(4~5등급)이자 경증 환자군이 53.4%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반면 중증 환자 비율은 6.1%에 불과했다.

최석재 의사회 홍보이사는 "119가 무료다보니 도덕적 해이가 자주 일어난다. 119를 타고 병원 외래를 가거나, 병원 밖으로 가는 일도 있고 구급대원이 봐도 경증이지만 환자를 거부할 수 없어 가까운 큰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일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119가 환자와 접촉했을 때 적재적소 응급실에 환자를 데려갈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는 무료 시스템에서는 해결 불가하다"며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뒤 경증이면 돈을 지불하도록 하고, 중증이면 경감하거나 무료로 하는 방식으로 경증 환자 이용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이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보면 누군가 위급상황에서 119 구급대원에게 구조·구급활동을 위해 협조를 요청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협조해야 한다. 세금으로 운영되며 응급처치가 필요한 국민 누구나 24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 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3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 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3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부는 119 전면 유료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민간이송 업체의 이송 처치료는 규정했어도 119 이용료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없다"면서 "비용 부과가 서비스 과용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범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한데 현재 별도로 검토되고 있지 않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119가 '사회안전망'으로 각인된 만큼 복지부는 유료화 주장에 동조하기보다 응급의료 이용에 대한 경증 환자 본인 부담 강화를 검토하는 모습이다. 특히 규제보다 국민 협조와 참여로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경증으로 가는 경우 본인 부담을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건의가 있어 검토 중"이라며 "구조적인 문제겠으나 경증 환자들이 너무 큰 병원에 많이 몰린다. 전문용어로는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졌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응급 환자의 응급의료 관리료는 일반 지역 응급의료기관에서 2만원대, 이보다 상급 규모의 지역응급의료센터는 5만원대, 최상급 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는 현재 7만6398원 정도다.
복지부는 큰 병원에 안 가도 되는 상황이면 지역 응급의료기관 등으로 갈 수 있게 119초기 상담을 강화하고 환자가 자기 증상에 따라 적절한 기관을 찾도록 돕는 자가 진단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하고 있다. 의료진 판단에 따라 '경증이니 작은 병원으로 가 달라'는 내용의 지침도 마련 중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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