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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졸업식이 장례식' 시체사진 찍는 中청년들, 한국은?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23-06-29 07:00 송고 | 2023-06-29 09:32 최종수정
중국의 한 대학 졸업생이 시체처럼 벤치 위에 늘어져 있다. - 웨이보 갈무리
중국의 한 대학 졸업생이 시체처럼 벤치 위에 늘어져 있다. - 웨이보 갈무리

중국에 불어닥친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축하해야 할 대학교 졸업식을 시체 사진 찍는 날로 바꾸어 버렸다.

최근 졸업하는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신세를 한탄하며 '사망 졸업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인 것. 중국 SNS에서 졸업 가운을 입고 땅으로 고개와 팔을 떨구는 등 죽음을 연상시키는 자세로 찍은 사진이 널리 퍼지고 있다.
한 대학생이 교탁 위에 축 늘어져 있다. 칠판에는 '졸업축하'라는 글이 쓰여 있다 - 웨이보 갈무리
한 대학생이 교탁 위에 축 늘어져 있다. 칠판에는 '졸업축하'라는 글이 쓰여 있다 - 웨이보 갈무리


한 대학생이 계단 위에 대자로 누워 있다. - 웨이보 갈무리
한 대학생이 계단 위에 대자로 누워 있다. - 웨이보 갈무리


두 대학생이 계단위에 대자로 누워 있는 가운데, 미화원이 무심히 청소를 하고 있다-웨이보 갈무리
두 대학생이 계단위에 대자로 누워 있는 가운데, 미화원이 무심히 청소를 하고 있다-웨이보 갈무리

이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6~24세 중국 청년 실업률은 20.8%를 기록했다. 청년 5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라는 말이다. 이는 전월의 20.4%를 상회하는 것으로 사상 최고다.
지난 5월 중국의 전체 실업률은 5.2%였다. 청년 실업률이 4배 정도 높은 셈이다.

여기에 올 여름 사상 최대 규모인 116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취업 시장에 쏟아진다. 이에 따라 청년 실업률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지난 6월 20일 열린 중국 우한대 졸업식. 졸업생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지난 6월 20일 열린 중국 우한대 졸업식. 졸업생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6월 14일 쓰촨성 이빈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 대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6월 14일 쓰촨성 이빈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 대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졸업식이 장례식이라는 탄식이 나오며 시체 사진 찍기가 유행할 만한 상황인 것이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 자동화가 많이 진행돼 대기업들이 인력 충원을 줄이고 있는 점 △ ‘제로 코로나’ 폐기 이후 경기 회복이 둔화해 중소기업이 신규 인력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점 △ 대부분 대졸인 청년들이 힘든 육체노동을 피하고 있는 점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청년들이 육체노동을 회피하고 있는 점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지금도 중국 건설 현장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대졸인 중국 청년들은 IT기업이나 회계, 법률 등 최고급 서비스 직종에 취직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같은 일자리는 한정적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전업자녀’(全職兒女)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직장이 없는 자녀가 요리와 청소, 세탁 등 집안일을 전담하고 부모에게 월급(?)을 받는 것이다.

이들은 한화로 약 70만~8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 도시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100만 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현지 언론도 “언제든 부모의 퇴직연금이 고갈할 수 있어 불안정한 일자리”라며 “백수라는 불안감을 덜기 위한 임시방편일뿐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의미있는 것은 전업자녀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가 최근 청년 8000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40%가 ‘전업자녀가 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반대는 22.5%에 불과했다.

취업이 얼마나 어려우면 40%가 전업자녀가 될 의향이 있다고 답했을까? 중국 청년 취업난의 심각성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중국보다 덜 하지만 한국도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과 중국의 청년 실업률을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나이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16~24세인데 비해 한국은 15~29세다.

그러나 트렌드를 비교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지난 5월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5.8%였다. 이는 지난 3월 7.1%까지 상승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5월 전체 실업률은 2.7%다.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다. 중국의 4배보다는 낮지만 한국의 청년 실업률도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특히 한국은 높은 청년 실업률로 젊은층의 사회진출이 원활하지 않자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 전국 최초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첫번째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청년 비율이 4.5%로 추정됐다. 이를 서울시 인구에 적용하면 12만9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약 61만 명에 달한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실직 또는 취업의 어려움(45.5%)’이라는 응답이 단연 1위였다. 

중국의 시체놀이는 차라리 건강해 보인다. 청년들이 그들의 불만을 어떤 형태로든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들은 표출마저 못하고 있을 터이다. 중국처럼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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