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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美, 中 견제 위해 日 키운다…닛케이 33년래 최고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23-06-05 14:28 송고 | 2023-06-05 15:50 최종수정
한 행인이 닛케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자료 사진>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한 행인이 닛케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자료 사진>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지난 2일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전일보다 1.21% 상승한 3만1524.22엔을 기록했다. 이는 1990년 7월 이후 약 33년래 최고치다. 

거시지표 상 일본 경제는 신통치 않다. 예컨대,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달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에도 일본은 금리인상에 돌입하지도 못했다. 그만큼 디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일본 경제에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증시는 연일 상승하며 33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일본증시 투자를 늘리는 등 국제 자본이 앞다투어 일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 로이터=뉴스1 © News1 정희진 인턴기자
워런 버핏 © 로이터=뉴스1 © News1 정희진 인턴기자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키우고 있어서다. 마치 미국이 1970년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키웠던 것처럼 말이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이후 중국은 글로벌 제조업 기지가 됐다. 이로 인해 중국은 빠른 성장을, 미국은 중국산 저가 상품 덕에 저인플레이션 속에서 초장기 호황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이 견제해야 할 정도로 커버렸다. 미국은 이제 그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일본에 엄청난 제약을 가했다. 2차대전 직후 미국은 일본이 또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사실상 무장을 해제했다.

이에 일본은 군대 대신 '자위대'를 창설했다. 자위대는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일 수 없다. 방어만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일본의 군권을 박탈한 것이다.

이후에도 미국은 플라자합의와 미일 반도체협정을 맺음으로써 일본의 부상을 막았다.

플라자합의는 미일 무역 역조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간에 엔화의 가치를 3배 정도 절상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미국은 일본에 미일반도체 협상을 강요했다. 미일 반도체협상은 일본이 싼값에 반도체를 대량 생산, 미국에 수출하자 미국의 반도체 무역 역조가 심해짐에 따라 미국이 일본산 반도체에 반덤핑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협정은 1985년에 체결돼 1996년까지 계속됐다.

이후 일본 반도체 산업은 몰락했다. 당시 세계 반도체 1, 2, 3위 기업을 포함해 세계 10대 상위기업 중 6개가 일본 기업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10대 반도체 업체에 일본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플라자합의와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은 이른바 ‘잃어버린 30년’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일본은 미국에 반항할 수조차 없었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일본을 계속 억제했던 것은 일본 경제가 급부상함에 따라 미국을 제칠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었다.

일본은 한때 미국의 상징 록펠러 빌딩을 매입하는 등 미국을 추월할 기세였다. 미국은 위기감을 느끼고 플라자합의와 미일반도체 협정을 강요함으로써 일본을 주저앉혔다.

뉴욕 맨해튼 록펠러 플라자 건물.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뉴욕 맨해튼 록펠러 플라자 건물.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현재 미국은 중국을 마구 패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 배싱'(China bashing)이다. 사실 차이나 배싱의 원조는 '저팬 배싱'(Japng Bashing)이었다.

저팬 배싱으로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세월을 보내야 했고,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일본은 이제 끝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최근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일단 세계의 유명 반도체 업체들이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잇달아 설립하고 있다.

일본이 미중 반도체 전쟁의 피난처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 등을 보유한 반도체 강국이다. 그러나 미중이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어 지정학적 위기에 취약하다. 

미국의 대표적 메모리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이 일본 진출을 선언했고, 한국의 삼성전자도 일본에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로고의 모습.(뉴스1 DB)2021.1.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로고의 모습.(뉴스1 DB)2021.1.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같은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워런 버핏이다. 그는 지난 4월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이토추를 포함한 일본의 5대 무역상사 주식보유 비중을 2020년 5%에서 최근 7.4%로 늘렸다”며 “추가 매수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 무역상사의 주가가 연일 랠리하고 있다.

투자 현인 워런 버핏이 앞장서자 전세계 뭉칫돈이 일본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일본이 미중 패권전쟁의 반사이익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한때 디플레이션과 고령화로 지는 해였던 일본이 미중 패권전쟁 덕분에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조야에서 그동안 우리가 일본을 너무 홀대했으며, 중국이 아니라 확실한 자유 진영의 일원인 일본을 통해 소련을 견제했어야 했다는 '만시지탄'이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격언을 새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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