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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북한 보도 뒤에야 '미사일 발사' 확인한 까닭은?

초기 탐지 고도·비행거리만으론 '탄도미사일' 평가 못한 듯
'김정은 참관' 놓쳤을 수도… 日도 하루 지나 "미사일 쐈다"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2022-04-17 15:06 송고 | 2022-04-17 21:32 최종수정
1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2.4.1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1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2.4.1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우리 군이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사실을 포착하고도 이를 한나절 가까이 지난 뒤에서야 공개해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오전 7시46분쯤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리 군은 어제(16일) 오후 6시쯤 북한이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2발의 발사체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의 이 같은 발표는 북한이 이날 오전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무기 시험 사실을 공개한지 약 1시간46분 만에 나왔다. 합참이 발사체를 최초 탐지했다고 밝힌 16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하면 무려 14시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의 이번 발사체는 정점고도 약 25㎞에 비행거리는 약110㎞, 최고 속도는 마하 4.0(초속 1360m) 이하로 탐지됐다.

합참 등 군 당국은 북한이 공개한 이번 무기 시험발사 사진을 근거로 '신형전술유도무기'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당국은 그동안엔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을 땐 그 사실을 곧바로 언론에 공표해왔다. 그러나 이번 '신형전술유도무기'의 경우 발사 당일엔 관련 공지가 없었고, 이튿날 오전 북한 관영매체에 관련 기사와 사진이 실린 뒤에야 이를 '확인'해주는 형식으로 언론 공표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군 당국이 북한 발사체 제원을 탐지한 초기엔 '공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한미 간에 추가적인 분석도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이 이번에 쏜 '신형전술유도무기'의 비행거리와 정점고도 등은 북한이 올해 쏜 여러 미사일들에 크게 못 미친다. 정점고도만 놓고 봤을 땐 지난달 20일 쏜 평안남도 숙천군 일대에서 서해방향으로 쏜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다소 웃도는 정도다.

당시 북한이 쏜 방사포탄의 비행거리는 약 30㎞, 정점고도는 약 20㎞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가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17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가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17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때마다 우리 군 당국과 '속보 경쟁'을 벌여온 일본 방위성도 이번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와 관련해선 17일 오후에서야 "북한이 어제(16일) 어떤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앙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비행거리 110㎞는 SBRM치고는 비정상적으로 짧은 것"이라며 "한국 합참이 처음엔 이를 SRBM 범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도 비행거리가 너무 짧아 공개하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비행거리가 최대 수백㎞ 수준인 SRBM에 대해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이란 별도 분류체계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합참은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 직후 "군과 정보기관, 국가안보실 간 긴급회의를 통해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방안을 협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이번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참관했음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이 '공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판단했다면 정보 분석·판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북한 매체 보도 기준으로 김 총비서는 올 1월11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급 '극초음속미사일' 최종 시험발사, 그리고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때 현장에 있었다.

북한이 지난달 24일 발사한 ICBM을 신형 '화성-17형'(우리 군 당국은 기존 '화성-15형'으로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김 총비서가 개발 완성단계에 있는 신형무기 시험 때만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해 보인다.

이 때문에 군과 정보당국이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현장을 김 총비서가 참관한 사실을 이날 오전 노동신문 보도 전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TEL) 차량의 움직임을 우리 군 당국이 미리 알아채지 못하게 기만행위를 하다가 기습 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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