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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우도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이유

훈데르트바서 철학이 녹아든 테마파크·리조트
오스트리아·독일에서나 볼 수 있던 작품과 건축물들

(제주=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2022-04-09 06:00 송고
우도봉을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훈데르트바서 파크© 뉴스1 윤슬빈 기자
우도봉을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훈데르트바서 파크© 뉴스1 윤슬빈 기자
  
그간 당일치기 여행지로만 여겨진 우도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이달부터 '오스트리아의 가우디'로 불리는 건축가이자, 자연을 사랑하는 화가인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의 세계에 빠질 수 있는 테마파크 '훈데르트바서 파크'가 문을 열었다. 
 
우도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덕에 한해 약 200만명의 여행객이 찾는 제주의 대표적인 부속섬이지만, 대부분 여행객은 제주 동쪽 여행 중 잠시 들렀다가 섬을 빠져나간다. 버스나 미니 전기차를 타고 유명한 관광지 2~3개를 쓱 둘러보고, 카페나 음식점에 들르는데 3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서 일 테다. 

훈데르트바서© 뉴스1
훈데르트바서© 뉴스1
블루마우 온천마을 호텔 /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블루마우 온천마을 호텔 /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우도에서 보내는 시간을 배가시키는 이 테마파크는 훈데르트바서의 철학과 작품세계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전 세계에서는 알아주는 예술가로, 그의 작품과 건축물을 보기 위해 오스트리아나 독일여행을 하는 이들도 꽤 많다. 
'건축 치료사'로 불린 훈데르트바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장한 그는 생전에 메마른 도시의 건축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건축물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힘써왔다.

그의 건축물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꼽힌다. 오스트리아 빈의 혐오시설이던 '쓰레기소각장'은 필수 인증샷 명소가 됐고, 독일 작은 시골 마을에 자리한 허름한 성당은 지역을 살리는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울퉁불퉁한 대지 위에 올려진 건물 © 뉴스1
울퉁불퉁한 대지 위에 올려진 건물 © 뉴스1
오스트리아에서 공수한 도자리고 이루어진 기둥 © 뉴스1
오스트리아에서 공수한 도자리고 이루어진 기둥 © 뉴스1
훈데르트바서 파크에선 같은 창문을 볼 수 없다© 뉴스1

테마파크는 오스트리아에 있는 훈데르트바서재단과 훈데르트바서의 기획 및 디자인을 실제 건축물로 탄생시켰던 건축가 하인즈 스프링맨이 건축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그 덕분에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나 볼 수 있었던 훈데르트바서의 건축물을 우도에서도 만나게 됐다.
   
테마파크 내 건물은 '훈데르트바서뮤지엄'과 '우도갤러리', '파크 굿즈샵', '레겐탁으로 이루어져 있다. 4개의 건물을 빠르게 훑어보기만해도 왜 훈데르트바서가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와 비교되는 지 짐작할 수 있다. 어느 건물의 벽, 창문, 기둥, 계단 등만 보더라도 일정한 규칙으로 만들어진 게 없고 같은 게 단 하나도 없다.

건축물에 있는 총 78개의 기둥과 131개의 유리창 또한 각각 다른 형태를 지니며 화려하고 대담한 색감을 자랑한다. 기둥을 이루는 도자기는 모두 오스트리아에서 공수해온 것이라니, 다시 한 번 눈여겨 보게 된다.  
바닥도 그냥 평평하지만은 않다. 언덕과 곡선을 좋아하던 훈데르트바서 방식대로 구불구불 높낮이가 있게 조성됐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흙과 돌의 감촉은 자연 속의 인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관람객이 작품과 소통할 수 있도록 놓인 1인용 의자 © 뉴스1
관람객이 작품과 소통할 수 있도록 놓인 1인용 의자 © 뉴스1
훈데르트바서뮤지엄에선 어느 하나 같은 형태의 창이 없다 .© 뉴스1
훈데르트바서뮤지엄에선 어느 하나 같은 형태의 창이 없다 .© 뉴스1
 
훈데르트바서뮤지엄은 '드림 투게더'(Dream Together)를 테마로 회화관, 판화관, 생애관, 환경건축관, 파크관 총 5개의 전시관으로 나뉜다. 이 뮤지엄의 특별한 점은 국내 최초의 해외 유명 예술가 상설기념관이라는 점과 전시장 내에 창문 그리고 의자가 있다는 것이다.

햇빛으로 인해 작품을 훼손할 수 있어, 보통 전시장엔 창을 내지 않지만, 이곳에선 우도의 바깥풍경과 작품을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창 하나하나 같은 게 없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점이다. 그림 앞엔 1인용 의자들이 놓여있는데, 이는 작품과 오랜 대화를 나누면서 훈데르트바서와 소통을 할 수 있게 한 전시관 측의 배려이다.   

파크 굿즈숍에서 판매하는 엽서© 뉴스1
파크 굿즈숍에서 판매하는 엽서© 뉴스1
 
회회관은 이름 그대로 훈데르트바서의 회화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모두 복제품이다. 그러나 라이선스를 보유한 재단에서 한정 제작하는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작품이다.

전시된 복제품은 훈데르트바서가 세계여행을 돌며 사용했던 재료들을 똑같이 사용한 데다, 작은 손때 하나, 접힌 흔적까지 세밀하게 구현해 거의 진품이랑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판화관엔 진품인 판화 작품 20여점이 전시돼 있다. 생애관에서는 훈데르트바서의 삶을 조명할 수 있는 우표, 두들 등 각종 기록을 만나볼 수 있으며, 건축관에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있는 그의 유명 건축물 모형을 전시했다. 이 모든 모형 역시 오스트리아에서 날아온 것들이다.
  
지중해풍으로 지어진 훈데르트바서 힐즈© 뉴스1
지중해풍으로 지어진 훈데르트바서 힐즈© 뉴스1
현무암슈니첼, 뿔소라 갈치속젓 파스타© 뉴스1
현무암슈니첼, 뿔소라 갈치속젓 파스타© 뉴스1
 
훈데르트바서파크에서 하룻밤은 지중해풍 리조트인 '훈데르트힐즈'에서 보내면 된다. 테마파크 바로 옆에 지중해풍 저층형 리조트인 '훈데르트힐즈'가 자리하고 있다.

이 리조트 역시 훈데르트바서의 철학을 담아 대지의 자연스러운 경사면을 따라 우도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낮게 만들었다. 리조트 내엔 성산일출봉을 두고 시시각각 변하는 우도의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카페에선 맛볼 수 있는 우도넛(U-DONUT)도 먹어볼만 하다. 저녁이면 꼭 맛봐야 할 메뉴도 있다. 제주도 식재료로 만든 독특한 양식 요리인 '현무암슈니첼'과 '뿔소라 갈치속젓 파스타'는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이 리조트의 대표 메뉴다. 

우대 등대공원에서 내려다바라본 우도의 봄 풍경© 뉴스1 
우대 등대공원에서 내려다바라본 우도의 봄 풍경© 뉴스1 
바다와 하늘을 분홍빛으로 물들인 우도 일몰© 뉴스1
바다와 하늘을 분홍빛으로 물들인 우도 일몰© 뉴스1

우도엔 둘러볼 해변도 많고, 탁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오름도 있다. 주요 해변으로는 홍조단괴해변, 우도봉, 검멀레가 있다. 홍조단괴해변은 서빈백사나 산호해변으로 불리다가 백사장을 이룬 하얀 알갱이가 산호가 아닌 홍조류가 딱딱하게 굳어 알갱이처럼 부서지면서 만들어진 것이 밝혀지면서 홍조단괴해변으로 부른다. 홍조류로 이뤄진 백사장은 세계에서 드물어 보호하고 있다. 우도봉과 등대공원에 오르면 훈데르트바서 파크를 비롯해 우도의 전경을 바라볼 수도 있다.
 
우도엔 외부 차량이 반입이 제한되지만, 숙박하는 경우 렌트카로 여행을 할 수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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