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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보라 코인 활용한 '시간 NFT' 구매기…"이게 될까?"

[토요리뷰]3만원 주고 '10분'을 사서 100만원에 파는 'NFT 세계'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2-02-19 08:00 송고
프렌즈게임즈가 출시한 타임슬롯 NFT 서비스 '투데이이즈'의 18일 오전 11시 메인 화면. (투데이이즈 캡처) © 뉴스1
프렌즈게임즈가 출시한 타임슬롯 NFT 서비스 '투데이이즈'의 18일 오전 11시 메인 화면. (투데이이즈 캡처) © 뉴스1

"시간을 NFT로 소유하세요"

이게...말이 될까?
그간 IT업계를 취재하며 얻은 얕은 지식으로 설명하자면, NFT는 디지털 등기부등본이다. 게임 아이템, 예술품 같은 디지털 자산에 암호를 붙여 위변조를 막고, 개인의 소유권을 보장해준다.

그런데 시간 NFT라니. 어떻게 하면 무형의 시간에 NFT를 붙여 소유권을 보장할 수 있는지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심지어 '카카오'의 메타버스 핵심 계열사가 내놓은 서비스인데도 말이다.

이달 3일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메타보라는 타임슬롯 NFT 서비스 '투데이이즈'를 정식 출시했다. 회사 측은 "하루를 10분 단위로 나눈 '타임슬롯'을 NFT로 만들어 시간을 판매한다는 독특한 컨셉의 신개념 블록체인 서비스다"고 설명했다.

타임슬롯 NFT를 거래하기 위한 수단으론 암호화폐 '보라'(BORA)가 활용됐다. 투데이이즈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해 12월16일엔, 기대 심리가 반영돼 보라의 가격이 전일 대비 25% 상승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시간을 NFT로 만드는 '혁신'에 성공한 것일까. 신개념 블록체인 서비스 '투데이이즈'에 직접 접속해봤다.

(프렌즈게임즈 제공) © 뉴스1
(프렌즈게임즈 제공) © 뉴스1

◇ 10분을 3만원에 산다

18일 오전 11시, 투데이이즈에 접속하자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나타났다. 아래 설명란엔 "J-HOPE 생일 축하축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10분 후엔 컴퓨터 바탕화면에 나올 법한 '대자연' 사진으로 바꼈고, 또 10분 후엔 방탄소년단 제이홉 사진이 재등장했다.

투데이이즈는 하루 24시간을 10분 단위로 나눠 총 144개의 '타임슬롯'을 판매하고 있다. 이용자는 자신이 구매한 시간에 사진과 문구를 넣을 수 있고, 이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투데이이즈 메인 화면에 나타난다.

이용자가 10분을 사는데 필요한 보라 코인은 23.96개. 18일 기준, 보라 개당 가격인 1250원으로 계산하면 3만원. 즉, 메인 화면 10분을 3만원에 사는 것이다.

오늘 등록된 사진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타임라인'을 클릭하자 가수 제이홉, 가수 최강창민, 배우 박신혜 등 연예인 생일 축하 게시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신촌역, 강남역에서 본 연예인 지하철 광고가 뇌리를 스쳤다.

18일 타임슬롯 NFT 서비스 '투데이이즈'에 올라온 게시물 (투데이이즈 캡처) © 뉴스1
18일 타임슬롯 NFT 서비스 '투데이이즈'에 올라온 게시물 (투데이이즈 캡처) © 뉴스1

◇ 3만원에 산 10분을 100만원에 되판다

어쩌면 투데이이즈는 시간이 아닌 거대한 '광고판'을 팔고 있는 게 아닐까? 조금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직접 시간을 사보기로 했다.

거래가능한 시간은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를 거슬러 1900년도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지난 2월 16일 오후 6시 10분을 구매하고 당시 저녁으로 먹은 초밥 사진을 등록했다. 

그런데 구매와 동시에 '판매가'를 적으라는 창이 나타났다.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내가 산 시간을 다시 되팔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과거 타임라인을 살펴보니 새해 첫날인 2022년 1월1일 0시의 소유자는 이 시간을 1000보라(125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인 2021년 12월 25일 0시 역시 500보라(63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미래 타임라인을 살펴보니 제 20대 대선 투표 다음날인 3월 10일은 이미 대부분의 시간이 판매돼 있었으며, 대선 주자들의 사진이 여럿 게시돼 있었다. 3월 10일 0시를 구입하기 위해선 900보라(112만원)이 필요했다.

즉, 내가 돈 주고 산 디지털 광고판을 더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NFT의 핵심 가치로 꼽히는 '소유권 보장'을 느낄 수 있었다.

타임슬롯 NFT 서비스 '투데이이즈'에서 2022년 1월 1일 0시의 시간을 사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1000보라(약 125만원)다. (투데이이즈 캡처) © 뉴스1
타임슬롯 NFT 서비스 '투데이이즈'에서 2022년 1월 1일 0시의 시간을 사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1000보라(약 125만원)다. (투데이이즈 캡처) © 뉴스1

◇ 시간 NFT가 SNS에 적용된다면?

투데이이즈를 체험하며 내가 정말 '시간'을 사는 건지, '광고판'을 사는 건지에 대한 혼란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NFT가 대중적인 SNS와 만난다면 혁신이 일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대중적인 플랫폼에선 '배너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곳에 시간 NFT 개념을 도입한다면?

황금 시간대를 선점하기 위한 사업자의 무한 경쟁은 지금과 똑같겠지만, 사업자 입장에선 내가 산 시간의 가치를 높여 다시 되팔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 예술품이나 게임 아이템처럼 광고도 일종의 '디지털 자산'이 되는 것이다.  

개발사 측은 투데이이즈에 대해 "누구에게나 간직하고 싶은 추억, 기념하고 싶은 날이 있는데 투데이이즈는 그 시간들을 블록체인 NFT를 활용해 소장할 수 있게 해 주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소유한 시간에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넣을 수도 있고, 팬덤을 실어 선물할 수도 있으며, 다가오는 시간에 맞춰 사전예고나 출시 등을 알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투데이이즈가 지금은 독립적인 모바일 페이지에만 노출되고 있지만, 향후 전 국민이 이용하는 카카오톡 서비스와 연동 되거나, 카카오가 선보일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결된다면 그 영향력은 상당해질 수 있다. 다만 투데이이즈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밝혀지지 않았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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