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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금비 "故터틀맨 기억 감사…이젠 밝은 모습 보여줄게요"

거북이 출신 금비, 소속사 GB엔터테인먼트 설립
"연예계 떠나 사무직도 해봤죠…가치관 완전 바뀌었어요"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2020-12-25 06:30 송고
그룹 거북이 출신 금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룹 거북이 출신 금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룹 거북이에서 가수이자 소속사 대표 금비(38)로, 그는 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떼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1년 혼성그룹 레카로 가요계에 입문한 금비는 2003년 거북이 메인보컬로 합류하며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돌입했다. 시원한 가창력으로 거북이 노래의 포인트를 맡았던 금비는 '비행기' '빙고' '왜이래' '사계' '싱랄라'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정규 4집 타이틀곡 '비행기'는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를 기록한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8년 4월 리더 터틀맨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금비는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2년간 얼굴을 비추지 않다가 2010년 세미 트로트곡 '콩닥콩닥'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고, 2011년 새 멤버를 영입해 거북이를 재결성했으나 이 역시도 5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연예계를 떠나고 싶었던 금비는 보컬 학원, 병원 등에서 일하며 평범한 생활을 이어오다가 지난해 음원을 발표하며 연예계로 돌아왔다. 특히 지난 9일 방송된 엠넷 '다시 한번'을 통해 AI로 복원된 고(故)터틀맨과 완전체로 무대를 꾸며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느새 데뷔 20주년을 앞둔 금비는 지난 몇 년 간은 거북이 노래를 듣지 못할 정도로 힘든 나날도 보냈지만 평범한 생활을 보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최근 뉴스1과 만난 금비는 "정말 감사하게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많은 분께 받은 사랑 베풀며 밝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그룹 거북이 출신 금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룹 거북이 출신 금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최근 '다시 한번'을 통해 오랜만에 거북이 노래를 불렀어요.

▶8월에 섭외를 받았어요. 원래 소규모 공연이었는데 하다 보니까 랜선콘서트 형태로 커졌어요. AI로 하는 이런 프로젝트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까 부담감이 컸고, 여러모로 걱정도 많이 됐죠. 그래도 이 무대는 터틀맨, 거북이를 위한 무대이고, 많은 분들이 오빠(터틀맨)의 노래를 많이 기억해 주시는 거라는 생각에 참여했어요. 특히 팬분들이 무대 뒤에 랜선으로 참여한 모습을 보고도 많이 울컥했어요.
-무대에서 AI로 복원된 고 터틀맨 모습과 목소리를 보았을 땐 어땠나요.

▶오빠 목소리를 무대에서 처음 듣고, 크로마키도 공연하다가 처음 봤어요. 목소리가 복원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리허설까지도 프로듀싱 맡은 작곡가분의 목소리여서 어떻게 나왔는지 전혀 몰랐어요. 오빠 모습도 무대 중반에 나온 걸 보고 정말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느낌이었어요. 진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어요.

-거북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어떤 마음으로 '다시 한번'에 참여하게 됐나요.

▶우선 거북이라는 팀이 저한테도 그렇고, 대중분들에게도 '아픔'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가 없게 됐죠. 같이 아파하시고 그리워하시고, 같이 눈물을 흘려주셨어요. 그래도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했고, 이제는 거북이가 모두에게 큰 아픔으로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앞으로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노래를 한 거북이와 터틀맨으로 많이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사실 정말 놀랐어요. 오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12년 만에 완전체 무대인데도 여전히 그리워해 주시는 것에 정말 감사했어요. '내가 이런 대단한 팀에서 노래했구나' 다시금 생각하게 됐죠.
엠넷 방송 갈무리 © 뉴스1
엠넷 방송 갈무리 © 뉴스1
-거북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힘들지는 않나요.

▶저도 한 몇 년 간은 저희 노래를 듣지도, 부르지도 못했어요. 너무 슬프더라고요. 노래는 정말 밝고 좋은데, 들으면 바로 눈물이 나왔죠. 그리고 오빠 생각도 많이 났고요. 그런데 한 2년 전부터 '비행기'도 부르고 '빙고'도 부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된 것이, 한 10년은 걸린 것 같네요.

-거북이 하면 밝고, 힘을 주는 노래가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거북이의 어떤 노래를 가장 좋아하나요.

▶전 '빙고'를 가장 좋아해요. '빙고'로 활동할 당시가 20대 초중반이었는데 그땐 노래 가사 의미를 정확히 몰랐죠. 이제 저도 내년에 앞자리가 바뀌는 나이가 되는데 인생이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고, 또 호락호락하지가 않다는 걸 느꼈죠. 시련이 많았던 사람인데 '빙고' 가사들이 기억에 더 많이 남더라고요. 저한테도 힘이 됐어요.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런 가사가 있는데 저도 힘들 때 이 노래를 들으며 긍정의 힘으로 버텼던 기억이 나요.

-거북이로서도 오랜만이지만, 2011년 이후로 한동안 연예계를 떠나있기도 했어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보컬 트레이너도 했고, 병원에서도 일했어요. 제가 10대 후반부터 연예계 생활을 하다 보니까 이 외에 다른 세계에 대해선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살기 위해선 적응을 해야죠. 활동을 접고 처음으로 우리나라 직업을 다 찾아봤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병원 상담이나 의류업 정도였는데 옷을 팔면 아무래도 눈에 띌 수 있으니 그게 싫어서 갇힌 공간에서 일할 곳을 찾았죠. 그게 병원 상담이었어요. 총 3년 반 정도 일했는데, 초반 6개월은 정말 적응을 못 했어요. 울면서 출근했죠. 하하. 그래도 늦은 나이에 시작했고, 빨리 적응해야겠단 마음이 커서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당시엔 연예계에 돌아오겠단 생각도 안 했으니까요. 그렇게 아예 떠나 있었어요.
그룹 거북이 출신 금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룹 거북이 출신 금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사무직으로 일한 경험은 어땠나요.

▶사실 10대 땐 건방지기도 했어요. 제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하하. 그런데 월급 150만원을 받으면서 서른 살 때 처음 대중교통을 타고 매일 출퇴근을 하고, 사무실에서 많은 일을 하는 걸 겪으면서 우리나라 직장 생활하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도 생겼어요. 그러면서 이 3년 반이라는 시간이 제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죠. 가치관, 마인드가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됐죠. 예전에는 정말 두려웠어요. 내가 인기가 없어지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날 다 잊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만 들어서 무서웠는데 사무직으로 일하고 나니 다 사라졌어요. 연예인이 조금 특수한 직업이지 나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만약 또다시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다시 아르바이트해서라도 움직이는, 그런 것들에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용기가 생겼어요.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지난해 솔로로 음원을 발표했고, 올해 2월 소속사 GB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대표가 됐어요. 다시 돌아온 계기가 있나요.

▶30대 중반에 연예계를 떠나 있으면서 가장 안정감을 느꼈어요. 행복이 별거 아니란 걸 느끼는 순간이었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가니까 공허함도 찾아왔어요. 왜 그런지 몰랐죠. 이유를 찾는데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계속 생각해보니 다시 원래 했던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물론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고, 나이도 적지 않아서 두려웠지만 행복하지 않은 게 컸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행복하단 걸 알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단 마음을 먹고 나니까 다시 도전하게 됐어요. 이번에 '다시 한번'에서 노래할 때 정말 재밌더라고요. 이 무대 맛을 잊고 지냈는데 라이브하고, 안무하니까 즐거웠어요. 예전에 내가 이런 마음으로 준비했단 생각이 떠올랐어요. 노래를 오랫동안 부르지 않아서 자신감도 떨어졌지만, 주위에서 칭찬해주니까 정말 감사하고 용기가 생겨요.
그룹 거북이 출신 금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룹 거북이 출신 금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소속사 대표가 되고 나니, 당시 소속사를 이끈 고 터틀맨이 더 생각날 것 같네요.

▶맞아요. 우선 오빠가 성격이 화를 잘 내는 분도 아니셨죠. 같이 둥글게 융화를 이뤄가면서 리더십 있게 이끄시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가장 어렵잖아요. 사람이 가장 어렵죠. 하하. 예전에는 몰랐는데, 대표로 하다 보니까 어려운 걸 느껴요. 그래도 그 리더십과 융화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나갔던 점을 본받으려고 해요. 제가 오빠와 띠동갑이었는데 내가 철없는 막내였단 걸 느꼈어요. 나이를 먹고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까 그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이제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있어요. 긴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가수 금비는 어땠나요.


▶20년 같지 않아요. 10대 후반, 레카라는 그룹으로 데뷔해서 이 시간이 필름처럼 지나가요. 좋았던 시간도 많지만 고생했던 시간이 더 많았죠. 그래도 연습생 때 어떤 마음으로 연습했는지가 많이 떠올라요. 그때만큼 힘들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없었던 것 같고요. 이제는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일할 수 있단 생각이 들어요. 벌써 이렇게 됐구나 싶네요. 가수로서 영광의 순간도 많았고, 반면 경험하기 어려운 아픔의 시간도 있었고요. 아예 여길 떠났다가 다시 나타나서 하는 내 모습을 보면 '너도 절대 평범하지 않구나' 생각이 들어요. 하하.

-소속사 대표이자 가수 금비로,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예전엔 굉장히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못하면 속상해했는데 올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인생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매일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 생각입니다. 어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성장해있지 않을까요.(웃음) 회사는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에요. 앞으로는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안 해본 일, 작은 비중이더라도 연기를 해보고 싶고요. 가수에 국한되지 않고 기회가 있으면 즐기면서 재밌게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룹 거북이 출신 금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룹 거북이 출신 금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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