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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다시 또 이효리 전성시대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0-06-23 12:00 송고 | 2020-06-23 18:42 최종수정
이효리/MBC '놀면 뭐하니?' 인스타그램 © 뉴스1
이효리/MBC '놀면 뭐하니?' 인스타그램 © 뉴스1
참 신기한 일이다. 20년을 봤는데도 여전히 새롭고, 참 멀리 있는 별인데도 이상하게 옆집 언니처럼 익숙하니 말이다. 그야말로 다시 이효리 전성시대다.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싹쓰리 멤버 린다G로 활동 중인 이효리의 모든 것이 인기와 화제로 이어지는 요즘이다. 유산슬(유재석) 조지나(박나래) 등 예능인들이 시도하며 방송가에서 '부캐'(부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쓰이는 때이지만, 이효리야말로 그동안 수많은 '부캐'를 보여주면서 '본캐'의 입지를 탄탄히 해온 엔터테이너다. 대놓고 '부캐'의 세계관을 만든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는 그야말로 제대로 논다. 20년의 오랜 '부캐'의 역사를 바탕으로.
가수 이효리2012.5.9 뉴스1
가수 이효리2012.5.9 뉴스1
◇ 청순한 핑클리더 이효리와 섹시스타 '텐미닛' 이효리

그룹 형태의 아이돌이 대거 등장한 1990년대 후반 이효리는 핑클의 리더로 데뷔했다.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사랑을 노래하던 '소녀'들은 만인의 첫사랑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청순미에 털털한 매력, 나아가 그룹 활동 중반기에는 여전사 이미지의 콘셉트도 소화하며 날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이효리는 핑클의 인기의 중심에 있었다. 그룹활동이 마무리지어진 후 이효리가 선택한 것은 여성 솔로, 섹시 콘셉트였다. 2003년 이효리가 내놓은 솔로 데뷔곡 '텐미닛'은 이효리 신드롬을 일으켰다. 10분 안에 마음에 드는 남자를 유혹하겠다는 이효리에 대한민국이 홀렸다. 파격적인 섹시 콘셉트. 핑클 시절과 완전히 대비되는 반전이 이효리의 매력을 더욱 강화했다. 이후 '다크엔젤' '톡톡톡' 에 이어 '유고걸'로 메가히트를 기록했고, '치티치티뱅뱅' '배드걸' 등 늘 변화하는 이효리표 섹시는 가요계, 문화계 트렌드를 선도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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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능퀸 이효리와 제주댁 이효리
이효리는 청순한 첫사랑, 섹시 아이콘 등 비현실적 이미지의 스타인데도 예능을 통해 대중과 가까이서 호흡했다. 타고난 센스와 입담, 과감한 성격이 예능과 어울렸다. 1990-2000년대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주도적인 남성 출연자, 보조하는 역할의 여성 출연자 구도는 이효리에게 맞지 않았다. 이효리는 KBS '해피투게더'에서 신동엽과의 '티키타카' 호흡,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유재석과 나눈 국민남매 호흡이 좋았다. 과감하게 토크를 주도하고, 꾸밈없는 진솔한 매력이 빛났다. 이에 그는 SBS 연예대상을 수상하는 등 '예능퀸'의 타이틀까지 거머쥔다.

반면 결혼 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이효리의 모습은 과거와 달랐다. 역시 진솔하고 꾸밈없는 성격은 여전했으나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보다 더 깊은 생각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대표적으로 JTBC '효리네 민박'은 결혼 후 공개되지 않았던 이효리의 일상과 변화를 가장 담백하게 담았다. 과거 화려한 무대 위의 섹시스타가, 녹음이 우거진 제주도 숲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모습은, 담담한 방송내용과는 달리 그 자체로 파격적이었다. 이효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려가는 방법' '자신을 치유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이야기가 아닌, 자신이 느끼고 고민했던 이야기이기에 더욱 진정성이 있었다.
이효리 5집 수록곡 '미스코리아' 뮤직비디오 갈무리(CJ E&M MUSIC 제공). © News1
이효리 5집 수록곡 '미스코리아' 뮤직비디오 갈무리(CJ E&M MUSIC 제공). © News1
'효리네 민박' SNS © News1
'효리네 민박' SNS © News1

◇ 패셔니스타 이효리와 생각이 닮고 싶은 이효리

이효리가 하는 모든 것이 패션계를 흔들던 때도 있었다. 화려한 '이효리 스타일'이 붙으면 '완판' '품절' '인기'가 따라왔다. 이효리의 인기는 영향력으로 이어지고, 곧 그의 위상을 더 단단하게 했다. 그런데, 이제 이효리는 외적인 스타일이 닮고 싶은 사람을 넘어 생각이 닮고 싶은 사람이 됐다. 모피 코트를 입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유기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동물은 '사는' 것이 아닌, 입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모습과 확 달라진 모습에 이효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이효리는 자신의 과거도 날 선 시선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변화한 모습으로 꿋꿋이 산다. 그는 최근에도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구두를 신고 카메라 앞에 섰다. 자신의 영향력을 선한 방향에 쓰는 것, 그것이 이효리가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는 삶이다.
더불어 이효리가 하나씩 깨는 금기, 생각의 변화는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그는 자신의 결혼식은 스몰웨딩이 아닌 호화 결혼식이었다고 말한다. '효리네민박'을 보고 남편과 부부싸움을 한다는 이들에게는 평범하게 직장생활하면서 그렇게 사는 게 더 어려운 일이 아니겠냐고 한다. 단순히 비현실적인 연예인의 삶에 자신을 대입해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지 말라고, 그건 나 혹은 상대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JTBC '한끼줍쇼'에서 그는 어린 아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돼라는 다른 출연자의 말에 '뭘 훌륭한 사람이 돼? 아무나 돼'라고 말한다. 아무렇지 않은 인삿말 속에 담긴 뜻을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싹쓰리 비, 이효리, 유재석(왼쪽부터)/이효리 SNS © 뉴스1
싹쓰리 비, 이효리, 유재석(왼쪽부터)/이효리 SNS © 뉴스1
◇ 이효리의 모든 '부캐' 결정체인 린다G

'토토가'에서 '오빠 나 서울가고 싶어'라던 제주댁의 한마디가 실현됐다. 왕년의 청순아이돌, 섹시스타, 제주댁, 예능퀸까지 기존의 이효리가 보여준 모든 모습이 모인 린다G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 싹쓰리 프로젝트는 이효리가 놀기에 최적화된 환경이다. 그는 과거 90년대 문화를 거쳐온 사람이자 가수, 예능 활동의 최정상에 서 본 이다. 이효리는 적극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요즘 음악과 문화를 더해 새로움을 찾으려 한다. '나때는 말이야'나, '요즘 애들'이라는 말을 꺼내도 그가 왕년의 스타 혹은 꼰대로만 보이지 않는 건, 요즘 문화를 궁금해 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 그러면서 이효리는 단순히 자신과 함께 나이를 먹은 이효리 세대의 공감만 받는 게 아닌, 요즘 애들까지 '이효리 세대'로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또 이효리니까 가능한 입담은 어떤가. 비 앞에서 '꼬만춤'을 추고 싶다고 하고, 자신이 나타나면 모두 '지린다'며 '린다G'를 닉네임으로 정한다. 타고 난 입담에 경험치가 더해져 쌓아올린 예능 내공이다. 디스를 하는데 무례하지 않고, 그 누구보다 '센 캐' 같은데 '쭈구리' 매력이 있고, '나, 이효리야'를 강조하는데도 주변인 모두의 캐릭터를 살려주는, 참 공존하기 어려운 것들이 모여 만드는 이효리의 매력에 홀린다. 언제나 그랬듯 이효리의 시대이고, 또 다시 이효리의 시대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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