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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지연된 정의 실현하는 일"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2019-08-14 16:33 송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오후 3시 남산의 조선 신궁터 부근, 남산도서관 옆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헌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오후 3시 남산의 조선 신궁터 부근, 남산도서관 옆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헌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건립을 두고 "지연된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시장은 14일 오후 3시 남산의 조선 신궁터 부근, 남산도서관 옆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제막식에서 "이것은 지연된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라며 "국제적 연대를 통해 반드시 가능하다는 것을 (이런 자리에서) 확인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소녀상에는 소녀들과 손을 잡을 공간이 비어있다. 그 손을 함께 잡고 지연된 정의를 회복하고 이용수 할머니의 한을 풀고 정의를 밝히는 그런 일이 가능하기를 바란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이렇게 역사의 산 증인이 또렷이 있는데도 일본은 우리(피해자)가 스스로 갔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며 "또 박근혜 대통령 때 이병기 비서실장이 일본과 마음대로 협상해서 돈 10억엔에 우리를 팔아먹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렇게 세계에 '협상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저는 일본의 거짓말이라고 세계에 돌아다니며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본에게 끝까지 사죄를 받을 것"이라며 "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림비 공간을 제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우리 역사에서 제국주의와 전체주의 체제 하에서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에 동원돼 상처를 입은 '위안부', 종군 성노예 문제는 아프지만 영원히 기억해야 할 진실"이라며 "서울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청 관할 공간에 기림비가 세워지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쟁 책임,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정의의 문제를 어떻게 기성세대의 문제에서 미래세대로 전승할 것인가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며 "앞으로 서울과 전국의 학생들의 역사정의학습공간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박원순 시장과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을 기증한 김진덕·정경식재단의 김한일 대표·김순란 이사장, 마이크 혼다(Mike Honda) 전 미 연방 하원의원, 미 인권단체 위안부정의연대(CWJC) 릴리안 싱(Lillian Sing), 줄리탕(Julie Tang) 공동의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서해성 총감독과 함께 기림비 유치를 처음 기획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손자 이종걸 국회의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음악극 '갈 수 없는 고향' 공연에 이어 각계 인사들의 기념사와 축사가 이어졌고 기림비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도 상영됐다. 기림비 제막에 이어 박 시장은 이용수 할머니를 모시고 소녀상의 빈자리에 서서 손을 맞잡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남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은 당당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손을 맞잡은 160㎝ 크기의 3명의 소녀(한국·중국·필리핀), 이들의 모습을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가 평화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동상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건립에 큰 역할을 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비영리 단체인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시에 기증을 제안했고,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추진했다. 이후 교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기림비 동상 제작이 이뤄졌고 올 7월 부산항을 거쳐 서울로 왔다.

두 기림비 모두 국적과 세대를 넘어선 참여와 소통, 과거와 현재의 연대를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서울 기림비는 세 명의 소녀상 옆 한 켠을 비워 누구나 이들과 손을 맞잡아 채움으로써 완성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또 위안부 피해 문제를 더 가깝게 느끼고 기억할 수 있도록 기단 없이 땅을 딛도록 제작해 시민 눈높이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설치 장소도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성과 동시에 시민들이 많이 찾는 일상적 공간에서 위안부 피해 문제를 더 가까이 접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를 살려 조선신궁터 부근으로 정했다.

한편 서울시는 2013년 전국 최초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 서울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의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 일본군 위안부 영상 발굴과 남태평양 트럭섬에서도 조선인 위안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는 등 일본군 위안부의 아픈 역사를 기억·기록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hone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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