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운드 지폐© News1 김명섭 기자 |
영국 파운드화가 다음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요동치고 있다. 파운드는 오는 8일 조기 총선에 대한 엇갈린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출렁였다. 집권 보수당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파운드는 최대 0.5% 떨어져 1.28달러까지 밀렸다. 하지만 유럽 시간대로 31일 오후 거래에서 파운드는 0.3% 오른 1.2901달러까지 반등했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영향이다.
시장 전망은 여전히 메이 총리의 승리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학습효과에 시장은 예상을 깨는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영국 선거 리스크에 눈을 떴다'며 애널리스트들이 최근까지도 완전 배제했던 시나리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사무엘 툼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영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메이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크게 이길 것이라는 시장의 기존 예상이 위협받기 시작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가 조기 총선을 결정했던 4월에만 파운드는 2% 넘게 뛰었다. 투자자들은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의 압승을 예상하며 메이 총리가 유럽과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필요한 권한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 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기존 시나리오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폴 마크햄 뉴톤투자관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노동당이 이기거나 헝의회(어느 정당과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가 탄생하면 변동성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 AFP=뉴스1 |
노무라증권은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파운드가 두단계로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처음에는 투자 자금 흐름이 줄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져 파운드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동시에 소프트 브렉시트와 정부지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파운드에 상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노무라는 전망했다.
파운드의 움직임은 영국 증시와 특히 밀접하게 연관된다. FTSE 100 기업들은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벌어 들이기 때문에 환율에 따라 증시가 크게 움직인다. 최근에는 파운드 약세로 증시가 올랐지만 최근 박빙의 여론으로 인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올리비에르 하비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메이 총리가 의석을 잃는다면 사임할 가능성이 높고 하드브렉시트를 주창하는 인물로 교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 시장 중론은 낙관적이다. 파운드 변동성에 대비한 파생상품 비용이 2016년 브렉시트 선거와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당시에 비해 낮다. 클라인워트 함브로스의 모하메드 추케이르 수석투자책임자는 "박빙의 여론조사는 불확실성을 의미한다"면서도 "여전히 보수당이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kirimi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