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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경영·후계양성" vs "불공평·폐쇄적"…금융지주 '부회장제' 폐지되나

이복현 "은행지주 부회장직 폐쇄적 운영…외부인사 차단" 지적
금융지주 연말 조직개편 앞두고 '부회장제' 존폐 여부 촉각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23-12-13 10:18 송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2.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한때 금융지주의 '책임경영', '후계양성' 수단으로 주목받던 '부회장' 제도가 존폐기로에 섰다. 금융당국이 공정한 경영 승계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기 때문. 당장 연말 조직개편을 앞둔 금융사들은 '부회장제' 유지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발표한 '은행지주 지배구조에 대한 모범관행'에서 현행 CEO선임·경영승계절차 문제점으로 '부회장제'를 꼽았다.
은행지주들이 내부 후보에 대해서는 부회장직을 통해 역량개발은 물론 이사회 참석, 워크숍 등 이사들과의 다양한 접촉기회를 제공하면서, 외부 후보는 쇼트리스트(숏리스트·최종후보군) 확정 후에야 후보임을 통지하고 짧은 준비기간을 부여해 '불공평'하다는 것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과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회장 제도의 경우 셀프 연임보다는 훨씬 진일보된 제도이지만, 내부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 발탁이라든가 외부 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 드렸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 중 부회장제를 운영 중인 곳은 KB금융과 하나금융 두 곳이다. 두 지주 모두 종합 금융그룹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2008년 부회장직을 신설해 폐지·부활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부회장제는 거대한 금융지주 산하 각 핵심 사업부문의 협업 체계를 강화해 경영 효율을 높이는 한편,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업무를 분산하고 부회장 중심의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도입됐다.

또한 금융지주의 후계양성과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검증 수단으로도 활용돼 왔다. 각 계열사에서 경영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은 CEO에게 지주 부회장직을 맡기고, 사업부문 순환을 통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뽑는 방식이다. '주인없는 회사'에서 '차기 리더' 후보군들을 검증하고 발굴하기 위한 내부의 치열한 시험대인 셈이다. 한때 금융당국도 금융지주의 이러한 체계적인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모범사례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4대 금융지주 사옥 전경.© 뉴스1
4대 금융지주 사옥 전경.© 뉴스1

그러나 최근 들어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의 부회장제가 사실상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회장 승계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부회장=차기 회장'이란 결론이 이미 나버린 상태에서 외부 후보들이 불공평한 경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부회장의 경우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두루 거쳤고, 이사회와의 네트워킹도 충분히 구축된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외부 후보군이 진입해 대등한 경쟁을 펼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관계자는 "금융지주 부회장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경쟁력 있는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외부 낙하산 인사를 견제하는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를 단번에 카르텔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발표한 은행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에서 부회장직 등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엔 외부 후보자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부여하고 은행의 역량개발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 등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당장 연말 예정된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조직개편 때 부회장제의 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지주는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만큼 부회장제가 폐지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KB금융은 앞서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양종희, 허인, 이동철 3명의 부회장을 선임한 바 있으며, 지난달 양 부회장의 회장 취임과 동시에 나머지 2명의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공석인 상태다.

하나금융은 현재 이은형·박성호·강성묵 3인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3인 부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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