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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에 느려진 지구 자전…역사상 첫 마이너스 윤초 3년 뒤로

빙하 녹아 지구 질량 분포 변화…자전 속도 느려져
"전산·GPS에 영향 미치는 윤초 시스템…미리 대비해야"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4-03-31 08:30 송고
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주노에서 빙하가 녹아 홍수가 발생하자 붕괴 직전인 강가의 집.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주노에서 빙하가 녹아 홍수가 발생하자 붕괴 직전인 강가의 집.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기후변화로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져 인류 최초의 '음의 윤초' 대비 시간을 벌었다.

과학계에서는 지구 자전 속도가 빨라지며 조만간 마이너스 윤초를 적용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3년가량 미뤄지게 됐다. 다만 음의 윤초 적용은 불가피한 만큼 전산 혼란 대비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31일 과학계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의 던컨 애그뉴 교수 연구진이 게재한 논문이 발표됐다.

이 논문에서는 기후변화와 지구 자전 속도의 관계를 살폈다.

세계 협정시(UTC) 체계에서 1일은 8만 6400초다. 이 1초는 원자시계로 측정한다. 문제는 지구의 자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전 기준으로 만든 천문시(UT1)와 오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UTC와 UT1 사이의 미세한 오차가 누적되면 정오에 해가 머리 위에 있지 않고 기울어 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 오차가 1초 이상 넘을 우려가 있으면 보정을 하려고 세계는 '윤초'를 도입한다. 규칙이 정해진 윤년과 달리 윤초는 지구 자전의 불규칙한 변화를 반영해 그때그때 도입된다. 지구의 자전이 빨라지면 음의 윤초가 필요하고 느려지면 양의 윤초가 필요하다.

1972년 UTC 채택 후 윤초는 27회 더해졌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 표준시 기준 2017년 1월 1일 오전 8시 59분에서 60초 지난 시점을 9시가 아니라 '8시 59분 60초'라고 정의해 1초를 삽입했다.

지구의 자전은 초대형 지진, 해류 순환, 내핵 운동, 지구 표면의 질량 분포 등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극지방에서 얼음이 녹아 해류를 통해 저위도 지방으로 옮겨지며 자전 속도를 느리게 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이번 연구에서는 기후변화 및 지구 핵의 변화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2029년 안에 음의 윤초가 필요한 상황이 온다고 전망했다.

최근 몇 년간 과학계에서는 자전 속도가 빨라지며 '음의 윤초' 도입 전망이 나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음의 윤초가 기후변화가 없었으면 2026년에 필요했지만 기후변화로 필요 시점이 3년 뒤인 2029년으로 미뤄졌다고 분석됐다.

과학계가 윤초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 측정을 넘어 전산 및 통신, 위성 항법 등도 얽혀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산 시스템이 UTC 체계를 기반으로 동기화 등 작업을 수행하거나 클라우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식으로 연결된 상태다. GPS 등 위성 항법 시스템도 원자시계를 이용한다. 과거 메타, 아마존, 구글 등은 윤초 보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으니 윤초를 손보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파트리치아 타벨라 국제도량형국(BIPM) 시간부 연구원과 제리 미트로비차 미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는 네이처 기고문에서 "윤초는 점점 더 연결되는 현대 사회에서 컴퓨터 인프라에 급격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음의 윤초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시간 지침이 바뀌지 않는 한 인류 사회의 무수한 기술 기반은 (음의 윤초에 대비해) 업데이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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