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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인 잡는 규제만 혈안…'진흥 정책'은 없다[코인 잡는 킬러규제]③

가상자산·블록체인, 진흥 부서 없는데 규제 부서만 존재…일본·홍콩과 달라
FIU 가상자산검사과장, 반년 새 2번 교체…업계 혼란 가중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2023-09-04 05:45 송고
편집자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비트코인 붐'을 기점으로 수많은 가상자산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규제 불확실성과 '그림자 규제'에 살아남은 기업은 많지 않다. 그동안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은 투자처를 넘어 신산업 분야인 '웹3'로 발전했다. 이에 가상자산 시장에 강경했던 일본, 홍콩 등은 규제를 풀며 신산업 발전을 장려하고 있으나, 국내 당국은 여전히 규제에만 치중해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스1>은 총 4회에 걸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킬러 규제' 문제를 들여다본다.
가상자산. © AFP=뉴스1
가상자산. © AFP=뉴스1

일본 경제산업성 내 '웹3 정책 추진팀', 홍콩 정부의 '웹3 발전을 위한 태스크포스'….

다른 아시아 국가 정부에서 구성한 웹3 전담 부처 이름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일본 정부 조직으로, 우리나라의 산업통상자원부나 중소벤처기업부에 해당한다. 산업 부처에서 웹3 진흥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팀을 따로 구성한 것이다.
홍콩도 올해 7월 정부가 직접 웹3 발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금융당국 인사가 이끌고 웹3 관련 분야 전문가 15명이 참여한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10월 가상자산 발전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가상자산을 웹3 생태계의 필수 요소로 보고, 2023~24년 예산에서 가상자산 및 웹3 발전을 위한 자금을 집행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상황과 크게 대조되는 행보다. 블록체인 기반의 웹3 산업 진흥책은 없는 실정이다. 정당에서 만든 디지털자산 특별위원회가 있으나, 정부 차원에서 구성한 조직도 없다.

가상자산과 관련된 주무부처 역할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검사과'가 도맡고 있는 실정이다. 말 그대로 규제를 위한 조직이다. 지난 2021년 만들어진 가상자산검사과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 업무, 현장 검사 등 사업자 관리·감독 업무를 맡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초창기만 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무부처를 맡아야한다는 여론도 높았지만 현재는 금융위로 모든 규제가 집중되고 있다. 진흥책은 없고 규제만 있는 셈이다.
◇'구두 지시' 가상자산검사과, 반년 새 수장만 두 번 교체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 FIU 가상자산검사과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일례로 다날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페이코인은 가상자산검사과와 숱한 소통을 거쳤으나, 검사과의 입김이 강한 탓에 국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코인은 올해 초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에 재도전했지만 가상자산검사과로부터 '자기발행코인(직접 발행한 코인)'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는 운영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답변 대부분은 구두로 이뤄졌다. 결국 페이코인은 국내 서비스를 포기하고, 현재 인력을 절반으로 감축하는 구조조정까지 감행한 상태다. 가상자산검사과의 구두 지시가 사업 종료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변경신고 수리 문제가 가상자산검사과에 묶여 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거래소이자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대표가 바뀌었고, 고팍스는 이에 따른 변경신고를 지난 3월 처음으로 제출했으나 수개월 동안 수리되지 않았다.

본래 수리 기한은 45일이지만 가상자산검사과는 이를 계속 연장해왔다. 이에 고팍스는 대표를 다시 변경했으며 최근에는 바이낸스가 아닌 새로운 인수자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가상자산검사과의 리더가 지난 6개월 간 두 번 교체됐다는 점이다. FIU 가상자산검사과장은 지난 3월에 한 번, 이달에 또 한 번 교체됐다. 업계 현안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주무부처의 잦은 인사 이동은 사업자들에게 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팍스처럼 사업자 신고 후 몇 달 동안이나 결과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 이동만 있으면 기업 입장에선 당국이 무책임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가상자산검사과의 행보는 사업자들이 스스로 사업을 포기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느겨질 정도"라고 말했다.

◇진흥 없이 규제만…"사업 중단시키는 데만 치중"

이처럼 '규제 부처'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 진흥의 역할을 하는 부서는 전무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블록체인 시범사업 참여 업체를 모집하고 있으나 사업 진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존재감도 미미하다.

가상자산검사도 사업을 중단시키는 데 치중하기보다, 사업자들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 다른 가상자산 기업 관계자는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업들은 모두 업력이 짧은 신생 업체들이다.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데다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 초반에는 가상자산검사과가 단속에 집중하기보다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가상자산 시장이 탈도 많지만, 일부 기업만큼은 미래에도 살아남아 혁신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가상자산 시장이 문제가 많지만 여러 기업 중 10%는 미래에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규제만 하는 현 상황에서 그런 기업이 나올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때다"라고 지적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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