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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옆경' 이도엽 "마태화, 빌런·사이코패스라 전제하지 않고 연기" [N인터뷰]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3-01-17 06:00 송고
배우 이도엽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배우 이도엽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배우 이도엽은 지난 2022년 그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493km' '아다마스' '작은 아씨들'과 단막극 '양들의 침묵' 그리고 '소방서 옆 경찰서'까지, 맡은 배역마다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특히 '소방서 옆 경찰서'에서는 무자비하고 사악한 빌런 마태화 역을 맡아 연기 내공을 펼쳤다. 이도엽은 "날 때부터 빌런,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악행을 벌이게 됐는지, 하나씩 하나씩 설정을 쌓아가려고 했다"라며 '소방서 옆 경찰서'의 마태화가 되었던 시간을 돌아봤다. 

연극, 영화로 먼저 얼굴을 알린 이도엽은 뒤늦게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부대원 중 1인이었다는 그는 위장크림을 잔뜩 바르는 바람에 화면에 얼굴이 나오지 않아 속상했던 신인시절을 떠올리며 웃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더욱 궁금한 분야였다. 그는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연기를 공부했고, 지금은 현장에서 활약하는 배우이자 어린 후배들을 가르치는 (국민대학교) 교수이기도 하다. 
연기로 꽉 채운 2022년을 지나 올해도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잘하는 배우로 시청자 및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이도엽과 마주 앉았다.  

-마태화는 어떤 인물일까.

▶시즌1 대본에 해설과 지문을 보면 조금은 유쾌한 느낌이었다. 행동도 '다다다닥 뛰어간다' 이런 톤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헤어나 의상도 현란하고 화려한 색감의 빌런 느낌이었다. 시작은 그랬는데 조금씩 재정비하면서 캐릭터와 작품을 다시 모니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무게감을 가지고 빌런의 보편성에서 출발하자고 생각했다. 목소리톤도 밀도 있고 낮은 느낌으로 했다. 음향감독님에게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연기할테니 잘 잡아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난다. 작품이 전체적으로는 라이트한, 밝은 느낌이 있는데 악의 무리가 등장할 때는 누아르같은 분위기가 있다. (마태화는) 진지하면서 유쾌한 면이 있는 캐릭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세한 설정은 개인적으로는 실제 기업인의 이미지도 참고한 부분이 있다.
배우 이도엽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배우 이도엽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하찮은 마태화' '귀엽다' 같은 반응도 나왔다.
▶일단 나는 반응을 보는 걸 두려워하는 편이어서 보지는 않았다. 내 연기 철학 중의 하나가 '인물의 일관성'이다. 한 인물 안에 다양한 모습이 있고 그걸 자연스럽게 표현할 때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경수 감독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스탠포드 경영학과를 나왔을 것이다' '불어를 쓸 것이다' '외국에서 공부한 수재일 것이다' 등등. 킬러와 사이코패스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서 시작했다. 오만한 엘리트의식이 있는 인간, 그래서 범죄를 저지를 때 죄책감이 없는 것이다. 나는 그런 의식에 물들어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코믹한 면모가 드러난 장면이 많이 화제가 됐다.

▶법보행, 진술신이 '깨방정'으로 보이는 장면이다. 그런 것은 철저하게 대본이다. (마태화가) 이제 법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아닌가. 인간으로서 갖는 두려움과 기대고 싶은 마음이 원초적으로 드러난 거라고 생각하고 그 점을 드러내려고 했다. 초반과 비교했을 때 낙폭이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귀여워 보이거나 인간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

-참고한 역할이 있나.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천 베일? 놀랍게도 작가님도 크리스천 베일을 떠올렸다고 하시더라. 한국 정서와는 다르니까 톤을 좀 다르게 생각했다. 일단 나는 빌런이라고 전제하고 연기하지는 않았다. 가정이 있고 기업에서 고위직이고 유능한 사람인데 자기 세게에 빠져있는 거다. 그렇게 보니 마태화라는 인물이 입체적으로 보이더라.
배우 이도엽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배우 이도엽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마태화는 배우로서 새로운 것에 많이 도전할 수 있던 캐릭터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조력자 역할이 많았는데 넘버원이 됐다. 무게감을 찾으려고 했다. 또 인간 이도엽은 소시민에 가까운데 역할은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보니 말투, 걸음걸이, 시선 등을 아예 새롭게 설정해야 했다.

-귀족적인, 상류층의 설정의 예시를 들자면.

▶마태화의 취미가 뭘까 생각했다. 차를 좋아하는 인물로, 사무실 통유리 안에 자동차 소품이 있다. '더 크라운'을 봤는데 엘리자베스 여왕 집무실에 차가 많더라. 그리고 언어는 다르지만 말하는 속도나 말투를 많이 참고해 인물에 적용하려고 했다.

-김래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원래도 배우 김래원 팬이었다. 목소리 톤, 연기 스타일이 좋다. 처음 만나서도 팬이라고 했다. 역할상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었으면 더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인물의 무게감이 필요하다 보니 다른 분위기를 유지해야 했다. 보면 소방팀은 라이트하고 우리는 누아르였다. 김래원 배우가 여러 부류의 캐릭터들을 다 만나야 하니까 연기하면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호흡이나 발성 등을 거침없이 멋있게 표현하는데, 나에게 없는 면이 많아서 유심히 보고 공부하게 되더라.

-후배들에도 좋은 자극을 받는 것 같다.

▶후배들을 보면서 준비를 더 하게 된다. 현 시대에 맞는 인물들을 많이 표현하고 있지 않나. 김래원 손호준 등과 대화를 나누며 연기 이야기도 하고는 했다 .

-마태화 이후로 캐릭터 스펙트럼이 더 넓어질 것 같다.

▶한 인물에도 여러가지 면모가 있지 않나. 때로는 배우의 입장이 아니라 시청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일까 고민한다. 망가질 때는 정말 제대로 망가지는 걸 좋아하실 것 같으니 깔깔깔 웃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한다. 배우로서는 민망할 수도 있지만 더 '사이다' 재미가 있도록, 더 찌질해보이도록 고민했다.
<strong>배우 이도엽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strong>
배우 이도엽 /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배우인 아내 (전수아)는 어떤 반응인가.

▶아내는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다. 과거에 내가 연기를 하고 '잘했다'라는 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어떠냐'고 물었는데 정말 심각하게 '왜 그렇게 해?'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난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아내가 지적한 것이 큰 깨달음이 됐다. 아내도 요즘 활동하고 있다. '더 글로리'에서 보건교사로 출연했다. 서로 응원해주며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22년을 정말 바쁘게 보냈고 올해도 예정된 작품이 많다.

▶특별출연도 있다. 올해 SBS, JTBC 드라마 등 세 작품에 나선다.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한다. '소방서 옆 경찰서' 시즌2 마태화도 잘 봐달라. 캐릭터상 조금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도 열심히 활동하겠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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