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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지금]①군부 쿠데타, 2년의 내전…민주화 투쟁 현재진행형

군부의 폭압과 물러서지 않는 민주진영…2565명 희생돼
나락으로 떨어진 미얀마 경제…시리아 전철 밟을까 우려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박동해 기자, 박혜연 기자, 이정후 기자 | 2022-12-13 06:00 송고 | 2022-12-13 08:39 최종수정
편집자주 미얀마 문민정부가 군부의 쿠데타로 무너진 지 1년 10개월이 지나갑니다. 지구촌 한 편에서는 월드컵이라는 최대 축제가 펼쳐지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미얀마 시민들은 지금도 군부의 총칼에 사망하고 있습니다. 뉴스1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희망하며 미얀마의 현 상황을 조명하고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기획물 3편을 송고합니다.
태국 방콕 주재 미얀마 대사관 밖에서 활동가들이
태국 방콕 주재 미얀마 대사관 밖에서 활동가들이 "민주주의를 원한다"며 시위에 참여했다. © AFP=뉴스1 © News1 

지난 2021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지 어느덧 2년 가까이 흘렀다. 그사이 군부의 폭압으로 2000명 넘는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지구 한 편에서 월드컵이라는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미얀마에서의 잔인한 탄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힘겹게 되찾았던 민주주의라는 '봄'을 다시 빼앗겼다.
문제는 줄어드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외면 속에서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과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군부에 대항하며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군부의 공포정치와 탄압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재 미얀마 사태는 해결되기 요원해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점점 더 잔인해지는 군부의 폭압…그리고 내전
지난 6일(현지시간)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 나토기 타운십 고속도로변에서 6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모두 민주주의민족동맹(NLD·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지지자로 미얀마 군부와 민병대원들에게 납치됐다고 전해진 사람들이었다.

발견된 시신은 모두 눈이 가려진 채 손이 등 뒤로 묶여 있었으며 머리에는 총상을 입었다. 시신 중에는 17세 소년 한 명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5일에는 옛 수도인 양곤에서 로힝야족으로 추정되는 시신 13구가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미얀마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흐르면서 군부의 폭압적 행태는 점점 더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들자 군부는 사태의 평화적 해결보다는 진압과 잔인한 폭력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으로 쿠데타 이후 시위나 집회에 나섰다 사망한 사람만 2565명이다. 또 진압 과정에서 1만6540명이 체포됐고 이 중 구금과 억류된 인원이 1만3068명이다.

지난 7월에는 민주인사 4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기도 했다. 미얀마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1976년 이후 처음이다. 쿠데타 이후 군부의 잔인한 공습과 진압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만 공식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계엄령을 발표한 군부는 민간인을 심리할 수 있는 권한까지 특수법원과 군사 법원으로 이전했다. 이는 곧 미얀마에서 공정한 재판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항소권 역시 있을 리 만무하다. 피고인들은 약식으로 심리를 받고 사형까지 집행되는 형국이다.

고문도 무자비하다. 앰네스티는 지난 8월 2일 구금시설에서 벌어지는 고문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군부는 구금과 억류된 사람들을 상대로 소총과 벨트, 쇠 파이프, 쇠사슬 등으로 무차별적인 구타를 일삼았다.

그사이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은 스스로 총리직에 올랐고 약속했던 총선 시기는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당초 군부는 쿠데타 직후 1년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비상사태가 종료되면 새롭게 선거를 치르고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상사태는 6개월씩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다. 군부는 내년 2월 1일까지 비상사태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상태며 흘라잉 총리는 국영 방송에 출연, "정당도 새로운 선거제도에 맞는 변화를 줘야 하고, 국민들에게도 이에 대해 폭넓게 알려야 하기 때문에 선거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민주화의 영웅 아웅산 수치 고문에 대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AFP에 따르면 수치 고문은 최소 18건 혐의로 기소됐으며,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최대 19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쿠데타 발발 초창기와 비교해 미얀마를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크게 줄면서 사태의 심각성은 우리 머릿속에서 잊히고 있지만 '미얀마의 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미얀마 현지 세종학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천기홍 교수는 "과거에도 민주화 운동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시민들의 저항이 오랜 기간 이어진 것은 처음"이라며 "군부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강한 만큼 출구가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미얀마 북서부 사가잉 지역의 한 학교에서 미얀마 군부의 공습으로 사망한 학생. 2022.09.17/뉴스1 © AFP=뉴스1 © News1
17일(현지시간) 미얀마 북서부 사가잉 지역의 한 학교에서 미얀마 군부의 공습으로 사망한 학생. 2022.09.17/뉴스1 © AFP=뉴스1 © News1

물론, 군부의 폭압에 미얀마 시민들이 그대로 당하고만 있는 건 아니다. 소수민족을 중심으로 결성된 반군은 주로 외곽 지역에서 군부와 비교적 큰 전투를 벌이고 있다. 군부도 이들을 상대로는 전투기와 헬기까지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도 이를 '내전'이라고 표현하며 쿠데타에 의한 군부의 완전한 지배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얀나잉툰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 특사(52)는 "미얀마 전역 중 군부가 장악한 지역은 40%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며 "양곤을 철통 수비하고 있지만 태국 접경 인근과 지역에서는 여전히 격렬한 전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에서도 게릴라 전투는 이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도심 위주로 청년들이 조직한 시민 군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이들에게 소총 등 무기가 반입되면서 게릴라 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의 주요 타깃은 관공서와 도심을 경호하고 있는 주요 초소들이다.

◇ 쿠데타는 민주주의만 무너뜨리지 않았다…나락으로 가는 미얀마 경제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경제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얀마의 올해 1인당 GDP는 11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쿠데타 직전인 2020년 1530 달러였던 미얀마의 1인당 GDP는 올해 1100달러로 미끄러졌다. 이 역시 추정치로 정확한 수치는 더 낮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쿠데타가 발발하기 전 미얀마는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국가였다. 미얀마는 2010년부터 10년 동안 연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2012년 미얀마는 군부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풀리면서 본격적인 경제 발전이 시작됐다. 값싼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은 수많은 해외자본을 불러들였고 지난 2013년 개발원조 (ODA)자금만 1년 만에 7배가 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미얀마에 투자가 이뤄졌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0분 거리에 한·미얀마 경제협력산업단지(KMIC)를 조성,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의 절대빈곤층의 비율을 살펴보면 드라마틱 하다. 2005년 48.2%에 달하던 절대빈곤층은 2017년 24.8%까지 줄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총선에서 패배해 권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는 국가 경제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미얀마 카렌주 한 정글에서 시민방위군 소속의 34살 전직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카렌족반군 점령지 안 훈련캠프에서 이발하고 있다. 2021.09.11. © 로이터=뉴스1 © News1
미얀마 카렌주 한 정글에서 시민방위군 소속의 34살 전직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카렌족반군 점령지 안 훈련캠프에서 이발하고 있다. 2021.09.11. © 로이터=뉴스1 © News1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의 대표 산업이 섬유업인 건 미얀마도 다르지 않다.

값싼 임금과 다수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섬유와 봉제업은 미얀마에서도 2005년 이후 빠르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치안이 불안해지자 미얀마로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발주처를 인근인 베트남 등으로 빠르게 돌렸다. 쿠데타 직전까지 섬유와 봉제 산업은 미얀마 수출의 25%를 차지했다.

600여 개에 달하던 중국 봉제공장은 모두 짐을 쌌다. 봉제업에서만 당장 40만 명이 실직했고, 금융업에 진출했던 해외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현지에서 고용됐던 미얀마인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익명을 요구한 미얀마 현지 한인 관계자는 "중국 봉제기업은 모두 사업을 철수했고 이에 따라 SPA 등 국제 수준으로 섬유와 봉제 발주는 사실상 끊긴 상황"이라며 "한국과 일본 기업이 일부 남아서 운영되고는 있으나 발주량이 크게 줄어 근근이 버티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미얀마에서 보이는 시리아라는 '기시감'…존재 이유 없는 국제기구

지난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정상들은 미얀마 군부 폭력 중단 등 일련의 미얀마 사태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으나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정상회의에서 미얀마를 사실상 아세안 회원국에서 강제 퇴출시키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회원국 자격 정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세안이 향후 1년 동안 평화 계획을 준수하도록 회원국을 압박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미얀마에 대한 압박을 주문하기도 했으나 어떠한 결과물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아세안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내정에 간섭할 수 없다"이지만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독재 가문이 다시 정권을 잡은 필리핀은 미얀마 사태가 자국의 정치 상황에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미얀마에 대한 강경 기조를 거둬들였고, 당장 군부가 집권 중인 태국이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권력과 군부가 가까운 나라인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역시 미얀마 사태에 적극적일 수 없다. 이처럼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미얀마 사태는 사실상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내전이 계속되는 건 미얀마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미 전 세계는 이 같은 상황을 10년 넘게 목격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유엔이 개입할 시기를 놓치면서 최악의 국내 상황과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가 그 예다.

아랍의 봄이 한창이던 2011년 3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을 학살한 시리아 군부는 내전의 명분을 제공했다. 학살과 내전은 끊이지 않았고 2012년 개헌 이후로는 일당독재 국가가 됐다.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으로 50만 명 안팎의 인구가 숨지고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난민 신세가 됐다. 그들은 여전히 고향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돌아갈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무도 시리아 내전이 이렇게 오래 진행될지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유엔과 미국도 시리아 내전에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다. 시리아 사태가 터졌을 때 역시 유엔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고 미국도 주요국의 반대로 개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는 사실상 방조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개입 시기를 놓친 시리아 내전은 이후 갈등의 골을 풀기 힘들 정도로 꼬여버렸다. 반군은 민족주의를 비롯해 이슬람 전선 등으로 분열되고 터키와 이란 등의 개입으로 중동 지역 전체의 화약고로 변화됐다.

그사이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는 수많은 인권유린을 벌이며 온전히 고통은 죄 없는 시리아 국민들이 받았다. 국제사회는 시리아를 그렇게 놓쳤다. 

미얀마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네피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얀마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네피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미얀마 사태가 시리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토마스 앤드류 미얀마 인권상황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지난 11월 21일 서울에서 가진 임무 종료 성명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얀마의 위기는 위태로운 변곡점에 부딪친 상황이다. 유엔 사무총장이 미얀마와 관련해 '국제사회 전체가 실패했다'고 말한 것과 같이 말이다. 전 세계가 이 실패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동해·박혜연·이정후 기자)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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