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마약 청정국' 이제 아니다…일상 스며든 마약 범죄에 시민들 "충격"

올해 3~5월 마약 사범 3033명 검거…전년 동기 대비 15.5%↑
경찰 "마약 검사, 동의없으면 못해…적극 대응할 필요"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2-07-10 06:57 송고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손님들과 술을 마신 여종업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2.7.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손님들과 술을 마신 여종업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2.7.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인줄 알았는데 요즘 마약 관련 사건이 너무 흔해진 것 같아요. 사람이 죽을 정도라니…"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손님 4명과 술을 마신 30대 여종업원 A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여종업원과 함께 술을 마신 손님 중 1명인 20대 남성 B씨 역시 유흥주점 인근 공원에 정차된 차량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의 차안에서는 무려 2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마약 추정물질까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차량에서 사망한 B씨가 여종업원 A씨의 술잔에 마약류 의심 물질을 넣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 역시 교통사고가 아닌 마약류 의심 물질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국과수에 A씨와 B씨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다. 또 술자리에 동석한 손님 3명과 다른 종업원 1명에 대한 마약 정밀 검사도 진행했다.

1일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강제송환된 마약 밀수입 조직 총책 A씨가 국내에 밀수입한 필로폰 등 압수된 일부 물량. 경찰청은 이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및 국가정보원과 공조를 통해 검거한 동남아 마약 밀수입 조직 총책 피의자 A씨(35·여)를 국내 송환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2022.4.1/뉴스1
1일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강제송환된 마약 밀수입 조직 총책 A씨가 국내에 밀수입한 필로폰 등 압수된 일부 물량. 경찰청은 이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및 국가정보원과 공조를 통해 검거한 동남아 마약 밀수입 조직 총책 피의자 A씨(35·여)를 국내 송환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2022.4.1/뉴스1

◇일반인들한테도 접근 쉬워진 마약…文정부 청와대 행정관까지 적발
마약 범죄는 이같은 주점이나 클럽 등 유흥 쪽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 역시 이른바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이용한 '던지기'(판매업자가 필로폰을 숨겨두고 떠나면 이를 가져가는 것) 수법을 통해 마약을 구매했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잦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시기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하던 30대 남성이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0.5g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로 검거돼 재판에 넘겨지는 일도 있었다.

지난 3월에도 즉석만남을 통해 알게 된 여성의 술잔에 마약을 넣었던 20대 남성이 술집 종업원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으며, 지난 5월에도 강남의 한 호텔 파티룸에서 단체로 마약을 흡입한 20~30대 3명이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와 입건되기도 했다.

6일 여종업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입구에 마약 사용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붙여있다. 2022.7.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6일 여종업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입구에 마약 사용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붙여있다. 2022.7.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마약, 나와 관계없다 생각했는데…일상 스며든 모습 충격"

이처럼 마약 범죄가 일상으로 스며든 모습에 시민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요즘 강남이나 이태원 같은 곳에 있는 클럽에서도 유학 때 맡아본 대마초 특유의 달달한 냄새를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며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라는 말도 옛말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초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신세영씨(24·여)는 "같이 술마신 여성의 술잔에 마약을 몰래 넣은 남성의 이야기를 몇번째 보는건지 모르겠다"며 "누가 내 술잔에 이상한 걸 넣을지 몰라서 밖에서 술마시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두려움을 표했다.

역삼동에 위치한 직장에 다니는 한모씨(30)는 "직장 근처에서 마약 때문에 2명이나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마약같은 무서운 건 나와 관련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고 밝혔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경찰 "마약 간이시약 검사, 영장·동의없이 못해…적극 대응 방안 필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을 벌여 검거한 인원은 3033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검거된 인원(2626명)보다 무려 15.5%나 증가한 수치다.

이 중 비대면 거래 수단 인터넷·SNS 등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은 1174명으로 지난해 892명에서 31.6% 증가했다.

일선 경찰에서는 이같은 마약 범죄를 막기 위해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제한적이라 애로사항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형사과 관계자는 "이번 유흥주점 사건에서도 첫 신고 때 왜 경찰이 그냥 돌아왔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마약 간이시약 검사도 당사자 동의가 없을 경우 영장이 없으면 경찰이 임의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유흥주점 여종업원 A씨 역시 마약류 시약검사 및 병원 후송을 강력히 거부해 오전 7시54분쯤 1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그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에서는 음주 운전이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경찰이 음주측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며 "마약 투약이 의심될 경우에도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마약 범죄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ris@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