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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선출] '102일의 경선' 막전막후…수행실장 김남국 날아갈 뻔

李, 캠프 내 기본소득 '과격 추진' 걱정에 '단계적 실시'로 선회
캠프 "기자들과 말 많이 마라" 李 단속도…청년층 공략 숙제에 캠프 '골머리'

(서울=뉴스1) 이준성 기자 | 2021-10-10 19:13 송고 | 2021-10-10 21:12 최종수정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네거티브 중단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박홍근 캠프 비서실장(왼쪽), 김남국 의원과 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네거티브 중단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박홍근 캠프 비서실장(왼쪽), 김남국 의원과 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실력과 정책에 대한 논쟁에 집중하고 다른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적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1.8.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선출됐다. 지난 7월1일 비대면 영상을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부터 세면 102일째다. 예비경선 때부터 후발주자들과 넉넉한 격차로 선두를 유지해온 이 후보지만, 3개월이 넘는 경선 기간에 평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이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 자신의 핵심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에 대해 "제1공약은 아니다"고 밝히며, 다른 후보들에게 집중포화를 받아왔다. 이 후보가 유력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게끔 한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말을 바꿨다'는 공격이었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이 추진해야 할 주요 정책임에는 틀림없고,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기본소득 후퇴' 논란을 힘겹게 극복했다.
이 같은 기본소득에 대한 이 후보의 미묘한 입장의 변화는 캠프에 의원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자신이 영입을 타진한 인사들에게서 기본소득 정책의 '과격한 추진'에 대한 우려를 청취하며 연초부터 기본소득 정책의 시점과 규모 등에 대해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 끝에 나온 공약이 집권 2년차인 2023년부터 '청년 125만원·전국민 25만원'에서 시작해 임기 내 '청년 200만원, 전국민 100만원'으로 확대한다는 '단계적 추진'이다.

이 후보가 다양한 계파 구성원들로 캠프를 꾸리며, 경선 초반에는 캠프 내 '화학적 결합'이 잘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캠프는 이 후보와의 오랜 인연으로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측근 그룹 '7인회'를 위시해, 총괄본부장인 조정식 의원 등을 필두로 하는 이해찬계, 비서실장 박홍근 의원을 비롯한 옛 박원순계 등이 모였다. 다양한 의견이 하나가 되는 용광로 캠프를 지향했지만,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이 갈리며 대응이 늦어졌던 적도 있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먹방 논란 등이 일었을 때 캠프 차원의 빠른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기인했다.

먹방 논란에 대한 신속한 사과 등 중도층의 시각을 반영하려는 주장과, 반대로 황씨 논란에 대한 이낙연 캠프측의 공세에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이들이 팽팽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월19일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황교익씨 사퇴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같은날 전략본부장인 민형배 의원은 황씨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며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지역순회 경선을 앞둔 지난 8월에는 캠프 차원에서 이 후보에게 '말실수 경계령'을 내렸던 적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카페 '누구나'에서 열린 청년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카페 '누구나'에서 열린 청년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네거티브 경쟁이 격화되던 지난 8월 8일 이 후보가 직접 "다른 후보들에 대해 일체의 네거티브적 언급조차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논란거리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캠프 소속 의원들을 포함해 이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 후보에게 기자들과의 현장 질의응답을 최대한 줄이라고 조언했었다.

특히 황교익씨의 경기관광공사 내정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8월 16일에는 '황씨 내정 논란에 대한 생각을 물어도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요"라고 거부했고, 재차 질문하자 손사래를 치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민주당 워크숍 참석차 국회를 찾은 지난 8월 26일에도 언론중재법 등 현안 질문을 받자 "나중에 하겠다" "미안하다"면서 자리를 서둘러 뜨기도 했다. 현장에선 이런 이 후보를 두고 한때 '김 빠진 사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후보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율이 낮은 점은 경선기간 내에서도 여전히 캠프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 후보 캠프는 2030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후보가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캠프 관계자는 "보수 쪽에서 '인싸 이명박'처럼 자료를 재밌게 만들어서 돌리니까 반향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캠프는 최근 이 후보가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과학 관련 대담을 나눈 영상을 공개하며 '과학왕 이재명'을 익살스럽게 부각한 섬네일(thumbnail)을 내세웠다.

캠프 전략 쪽에선 청년층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이 후보의 거친 이미지를 상쇄하는 차원에서 '여성성'을 부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차원에서 캠프 일부 인사들은 이 후보의 수행실장을 김남국 의원에서 여성 의원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앙대 후배'이며 오랜 기간 알고 지낸 김 의원을 편하게 여기는 이 후보가 이를 마다해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고 한다.


js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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