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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 '즉시분리' 의무화 한달…"완충역할" "악용가능"

의견 분분…"가해·피해 바뀔 수도" "적극 분리해야"
교육부 "사례·의견 수렴해 내달까지 보완방향 마련"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2021-07-26 14:24 송고 | 2021-07-26 17:31 최종수정
지난달 2일 서울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 News1
지난달 2일 서울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 News1

지난달부터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피해학생에게서 의무적으로 분리하는 조치가 시행된 가운데 교원단체 사이에서는 '즉시분리' 의무화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부터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즉시분리 의무화가 학교현장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신고'만으로 분리?…"악용 우려에 무죄추정 어긋나"

해당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은 가해학생 즉시분리 의무화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학교장은 학교폭력 사안을 인지한 경우 피해학생이 반대하지 않는 한 가해학생을 최대 3일간 즉시분리 조치해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아 2차 가해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 개정을 주도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6개월 경과규정에 따라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개정안 시행 때부터 교원단체들은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의도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재개정을 요구해왔다. 즉시분리 조치가 개정안이 의도했던 효과를 내기보다는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이유다.

교원단체들은 학교폭력 발생 초기에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뚜렷하게 가려내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피해추정학생'이 '가해추정학생'을 신고만 하는 것으로 가해추정학생을 즉각분리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이상우 실천교육교사모임 교권보호팀장은 "초등학교 저학년은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도 학생 말만으로 즉시분리가 오용될 수 있다"며 "진짜 가해자가 피해학생을 역신고 하는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시행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즉시분리 조치가 적용된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관련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북 한 고교 교사는 "양쪽이 가·피해자로 접수된 상황에서 피해 관련 학생이 가해 관련 학생 즉시분리를 내세우며 등교중지를 시킨 뒤 자신도 학교를 나오지 않는 등 상대를 곤란하게 만든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나중에 쌍방과실이 입증된다거나 가해·피해자가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며 "최근 사안에서 가해학생의 가해행위가 입증되긴 했으나 만약 가해학생이 반격 증거를 내놨다면 아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긴급조치 '소극'…분리조치 의무화 필요

기존에도 가해·피해학생을 분리하는 장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장이 가해학생을 대상으로 선도가 긴급하다고 인정할 경우 '긴급조치'를 통해 가·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학교장들이 긴급조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오면서 즉시분리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학교폭력 사안이 커질 것을 우려해 긴급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학생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탄희 의원도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제안 이유로 "학교 내 폭력 등 사안은 가해자와 피해학생 분리조치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학교장에게 긴급조치를 하도록 할 의무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학교장 사이에서는 즉시분리가 긴급조치를 내리기 이전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긴급조치를 결정해야 할 경우에도 초기에는 가해·피해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아 판단이 쉽지 않았다.

서울 한 중학교 교장은 "3일간 즉시분리로 시간을 두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담과 상담을 하면 어느 정도 가·피해가 드러날 수 있다"며 "그 이후에 긴급조치를 하면 되니까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신준하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국장도 "기존 긴급조치가 제대로 활용이 안 됐기 때문에 분리조치를 법으로 강제한 것"이라면서도 "교원단체에서 제기하는 우려도 타당한 부분이 있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을 통해 즉시분리 의무화 조치가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수집된 사례를 바탕으로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단체와 시·도 교육청 담당자 의견을 들은 뒤 다음 달 안으로 보완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제도가 잘 시행될 수 있도록 보완점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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