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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냉랭해진 북한…미국엔 외교, 남한에는 '막말'

북한이 올해 발표한 대외 메시지들, 대남·대미 대비돼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까지 거침 없어…대미는 수위조절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2021-06-01 10:46 송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왼쪽부터)©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왼쪽부터)©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북한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대남, 대미 대화 교착 상황에서 미국에는 '외교'를 남한에는 '막말' 비난전을 펼치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였던 우리의 입지가 크게 후퇴된 모습이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던 지난 2018년과 달리 '하노이 노딜'로 불리는 이듬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남한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노골화하고 있다. 특히 사실상 대남 담화를 담당하고 있는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지난해 3월 첫 본인 명의 담화를 시작으로 여과 없는 대남 비난을 가하고 있다. 
올해 김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도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2월 제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 행사 정황을 정밀추적한 남한에 대해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들', '특등 머저리들'이라며 비난했다.

지난 3월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어리석은 수작'을 부리는 남한을 '태생적인 바보'라고 봐야 하냐면서 '판별 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가 되어버렸다고 조롱했다. 떼떼는 '말더듬이'를 놀리거나 조롱하며 사용하는 표현이다. 김 부부장은 남한이 '얼빠진 선택'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막말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 남북이 대화 국면에서는 최고지도자의 존엄은 건드리지 않는 관행을 깬 것이다. 김 부부장은 3월30일 문 대통령이 같은 달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에 우려를 표한 데 대해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 "미국산 앵무새", "자가당착", "철면피함" 등으로 거칠게 쏟아부었다.
이를 두고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대화나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또 북미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했던 남한에 쌓인 불만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침묵하던 북한이 전날(지난달 31일) 사실상 처음 내놓은 반응에서도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난이 담겨 있다.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사일지침이 종료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문 대통령을 겨냥해 "설레발", "역겹다" 등 원색적인 비난을 내놓았다. 북한 고위당국자도 아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평론가가 문 대통령을 직접 저격해 비난하는 건 흔치 않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반면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는 향후 외교 행보에 대한 '여지'를 두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김 평론가의 글에도 미국을 겨냥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미사일지침 종료에 대한 평가만 담고 있으며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3월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앞으로 4년간 발편잠(편한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것이 좋을 것"이라는 짤막한 메시지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같은 달 17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2월 중순부터 미국의 대북 접촉 시도가 있었다면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우선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3월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에는 리병철 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담화를 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 위반' 발언은 "자위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며 도발"이라고 했다. 지난달 2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과 외무성 대변인은 각각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연설에서 언급한 대북 정책 기조와 자국 인권상황을 지적한 미 국무부 대변인 성명에 대해 반발했다. 권 국장은 특히 "미국 집권자가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연설하면서 또다시 실언을 했다"면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압박했다.

이는 김정은 총비서가 올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대미 '강대강, 선대선' 원칙과 '선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기조를 유지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남한에게 막말을 퍼붓는 것과 달리 미국에는 '조건부, 혹은 여지를 두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대비되는 행보다. 특히 대미 주요 담화에서 드러난 언급들도 '비난'보다는 '외교전'에 해당하는 언급들로만 채워졌다.

북한은 지난달 초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를 마친 뒤 접촉을 제안한 데 대해 "잘 접수했다"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직까지 내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의 전체 내용을 비판하지 않는 것도 향후 대미 행보에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란 판단도 나온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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