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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유통]①4조 실탄 확보하는 쿠팡, 네이버 잡고 '한국판 아마존' 꿈

손정의 투자금보다 많아…물류센터·인력 확대, '인수설'까지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2021-03-08 07:20 송고 | 2021-03-08 09:30 최종수정
편집자주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에 이어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티몬도 국내 증시 상장 절차에 착수했고 홈플러스 매각설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상장 이후 쿠팡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유통업계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베이코리아가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유통업계 판도 또한 큰 요동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변화에 직면한 국내 유통업계의 오늘과 미래를 분석했다.
쿠팡. © 뉴스1
쿠팡. © 뉴스1

쿠팡이 쏘아올린 작은 공에 대한민국 유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약 4조원에 이르는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과연 이 막대한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쿠팡이 이 자금을 바탕으로 수도권과 주요 대도시에 국한된 로켓배송 권역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면 네이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동시에 3위와 격차를 더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네이버가 17%, 쿠팡이 13%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쿠팡이 이베이코리아나 홈플러스를 인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12% 수준으로 추정된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네이버를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다. 홈플러스 인수는 부족한 오프라인 점포망과 물류센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이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IT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커머스와는 전혀 다른 사업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선보인 쿠팡 플레이가 좋은 본보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총 1억2000만주의 보통주를 주당 27~30달러 공모가로 발행하겠다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1주당 30달러(약 3만3870원)를 기준으로 하면 36억 달러(4조644억원)를 조달하게 된다. 이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한 30억달러(3조3870억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 '로켓배송' 전국화 불가능한 꿈 아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배송 역량' 강화다. 쿠팡의 최대 경쟁력은 단연 '로켓배송'이다.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 오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까지 배송이 완료되는 서비스다.

이는 '로켓제휴'로 대표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실현할 수 있었다. 쿠팡이 구축해 놓은 알고리즘이 재고를 예측해 셀러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면 셀러는 쿠팡의 로켓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킨다. 이후 상품보관부터, 배송, CS응대까지 모두 쿠팡이 처리한다. 쿠팡이 재고를 직접 관리하는 만큼 물품 분류와 배송까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쿠팡은 전국 30개 도시에서 150여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구 분포도로 따졌을땐 국내 인구의 70%가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로켓배송의 '전국화'를 완전히 실현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현재 전지역 로켓배송이 가능한 곳은 수도권과 제주뿐이다. 물품을 입고, 관리하고 빠르게 출고할 수 있는 물류센터가 비수도권에선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로켓배송의 전역화를 이루기 위해선 물류센터의 확장이 필수적이다. 이에 쿠팡은 수년내 8억7000만 달러를(약 8922억원) 투자해 수년 내 7개의 지역 풀필먼트 센터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목표를 상향할 가능성도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4조원이면 수도권에만 A급 물류센터를 15개 이상 건설할 수 있다. 

쿠팡은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지난해 말 기준 1만5000명 넘는 직고용 배달부(쿠팡맨)가 있다"며 "(기반확장 및 신규채용을 통해) 거의 모든 주문에 대해 전국에서 당일배송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5만명을 신규 고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 2000만 이용자가 쏟아내는 '빅데이터'…"뭐든 못할까"


쿠팡은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자금을 바탕으로 신사업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쿠팡의 신규고용 목표 5만명에는 배송을 담당하는 인력뿐 아니라 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사업혁신과 신사업 창출을 이끌 인력도 대거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월 쿠팡 이용자는 1978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쏟아내는 빅데이터는 쿠팡의 다음 행보를 가볍게 해 주는 최대 무기다. 고객 성향을 분석해 니즈에 적합한 제품을 기획한다면 그만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기존 제조업체들도 신제품 개발을 위해 소비자 성향을 분석하고 있지만 조사대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쿠팡이 우선 의류 및 뷰티,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 자체 브랜드(PB) 개발 및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애플이 대만 폭스콘을 통해 아이폰을 생산하고 나이키가 제품 개발 후 하청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미 쿠팡은 PB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목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PB상품의 최대 장점은 수익성이 높다는 점이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PB 상품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사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와 자사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쿠팡플레이', 라이브커머스 '쿠팡 라이브', 음식배달앱 '쿠팡이츠' 등 자사 플랫폼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쿠팡플레이의 경우 월정액 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와우회원들은 월회비 2900원만 내고 무료 로켓배송과 추가 할인혜택에 OTT서비스 등까지 이용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진 넷플릭스, 티빙 등과 비교해 상영 콘텐츠가 적고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쿠팡은 향후 이용 가능 콘텐츠와 플랫폼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쿠팡스트리밍' '쿠팡티비' '쿠팡비디오' 등 상표권을 출원하고 동남아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훅디지털도 인수했다. 쿠팡이 이를 통해 OTT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면 신규 회원 유입을 이끌 막강한 장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요기요·홈플러스·이베이코리아…빅딜 이뤄지나


쿠팡이 좀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음식 배달앱 '요기요'나 대형마트 '홈플러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이베이코리아' 등과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요기요를 인수한다면 쿠팡 이츠를 단숨에 '배달의민족'과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앱 이용자 중 81.76%(중복 응답)가 배달의 민족(배민)을 사용했다. 요기요가 36.89%, 쿠팡이츠가 17.1%로 뒤를 이었다.

현재 요기요의 시장가치는 2조원대로 추정된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4조원의 실탄을 장착하게 된 쿠팡이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커머스 사업으로 입지를 구축한 뒤 미국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를 인수, 오프라인으로 '역진출'한 아마존의 선례를 따를 것이란 예측에서다.

특히 홈플러스는 초기 온라인 경쟁에선 다소 뒤처졌지만 신선식품 경쟁력과 매장 인프라, 전국 마트에서 즉시 배송이 이뤄지는 당일배송 서비스를 통해 이를 빠르게 만회하고 있다.

실제 홈플러스는 점포 내 주차장 등 유휴공간을 리뉴얼해 풀필먼트센터 구축,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전국 253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선 인근 지역 1시간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온라인 사업 매출이 1조원에 육박했으며, 올해는 1조3000억원, 2023년에는 2조4000억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쿠팡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쿠팡의 '로켓프레시'와 홈플러스 기존 인프라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쿠팡과 홈플러스 모두 인수 및 매각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설도 쿠팡측의 미온적 태도에도 불구,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오는 16일 예비 입찰을 앞두고 이베이코리아 매각 희망가로 5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쇼핑의 출범 이전 이커머스 업계 1~2위를 다투던 두 회사가 손을 잡는다면 네이버의 아성을 위협할 '초대형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별개의 플랫폼을 유지하되 해당 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는 쿠팡"이라며 "쿠팡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26%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전사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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