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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리히어로, 요기요 포기하고 김봉진發 '배민 성공DNA' 샀다

국내 스타트업 M&A 사상 최대 규모…4조7500억원 빅딜 일군 배민
국내 넘어 아시아 음식배달 시장 공략 나서는 DH-배민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0-12-29 08:30 송고 | 2020-12-29 08:32 최종수정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창업자(왼쪽)와 김범준 대표 (우아한형제들 제공) © 뉴스1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창업자(왼쪽)와 김범준 대표 (우아한형제들 제공) © 뉴스1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을 품기 위해 자사 서비스 '요기요'까지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친자' 요기요를 버리면서까지 '양자' 배달의민족을 얻으려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12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전격 인수합병(M&A)한 이유와 같다. 배달의민족의 창업주 김봉진 대표를 딜리버리히어로의 개인 자격 최대주주 자리까지 내주면서 품으려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김봉진이 일군 배민신화의 성공 DNA다. 배민을 인수하면 배달앱 1등 사업자의 가입자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김봉진 대표가 일군 성공 방정식을 해외로 확대·적용해 '아시아의 배민'으로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업계도 이번 딜을 두고 "딜리버리히어로가 김봉진의 배민신화를 샀다"는 평가를 내린다.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딜리버리히어로 최고경영자(CEO)는 배달의민족이 국내 음식배달 산업 바닥부터 정상까지 성장하는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회사의 사업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한 배민, 4조7500억원에 팔렸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0년 '배달음식 전화번호'(전단지) 모바일 안내 서비스로 출발했다. 당시 모바일 배달 중개 플랫폼은 전 세계에서 태동하는 단계였는데, 배달의민족은 국내 경쟁 서비스(배달통) 대비 출발이 다소 늦은 편이었다.
그러나 10년간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은 김봉진 창업자의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은 배달의민족을 키우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는 배달의민족 브랜드에 '키치'(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사이비 등을 뜻하는 미술 용어)와 '패러디'를 접목했고 'B급감성' 마케팅으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배달의민족은 감각적인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 차상위 배달앱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도 배달 앱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 회사는 지난 2018년 12월, 36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며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6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렸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스타트업 업계에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자본금 3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우아한형제들은 창업 10년 만에 4조7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토종 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 1위 배민 흔든 글로벌 자본의 등장…DH와 '공동전선'

독특한 경영 철학을 내세워 '배민스러움'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며 승승장구한 김봉진 창업자는 음식배달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글로벌 자본의 등장은 그에게 위기감을 안겼다.

이커머스 시장의 '큰손' 쿠팡은 지난해 5월 '쿠팡이츠'로 음식배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쿠팡이츠는 시장 후발주자지만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고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강력한 선전포고를 했다. 쿠팡이츠는 '배달비 무료' '최소 주문금액 0원' '첫 주문 최대 5000원 할인'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쳤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기업결합 소식을 전하며 "창업자로서 직접 상장을 하지 못한 점, 독일에 상장하는 회사가 된다는 점이 아쉽다"면서도 "인터넷 서비스는 국경이 없고 한국에서만 서비스를 잘한다고 생존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이미 선배 기업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을 넘어서야 한다"고 털어놨다.

쿠팡과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의 연이은 음식배달 시장 진출은 딜리버리히어로에게도 비슷한 고민을 안겼다. 미국과 중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이 인터넷 산업을 잠식하는 '승자독식'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항방안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아시아 음식배달 시장을 잡기 위해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에 손을 내밀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의 감성이 아시아에도 먹힐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딜리버리히어로가 김봉진 창업자의 '배민신화'를 샀다"고 분석한다.

딜리버리히어로 측은 지난해 매각 소식을 전하며 "아시아 시장은 배달앱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업계 1위라는 성공을 이룬 김봉진 창업자가 아시아 전역에서 경영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ILES-GERMANY-MARKETS-STOCKS-WIRECARD-DELIVERY-HERO © AFP=뉴스1
FILES-GERMANY-MARKETS-STOCKS-WIRECARD-DELIVERY-HERO © AFP=뉴스1

◇DH-배민 손잡고 아시아 음식배달 시장 공략 나선다

보통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마친 창업자는 지분을 정리하고 한몫 단단히 챙긴 '캐시아웃'으로 은퇴한다. 그러나 김봉진 창업자의 선택은 달랐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김 창업자를 포함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13%)은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김 창업자는 딜리버리히어로 경영진 가운데 개인 자격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갖는 최대 주주가 된다. 그는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을 4년간 팔지 않겠다는 조건도 붙였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매각으로 회사 정체성이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며 '배달의민족 DNA'도 유지될 것이라고도 공언했다. 그는 "이번 딜을 통해 현재의 경영진들은 더욱 강력한 경영권을 확보했고 이로 인해 현재 경영진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지금의 다양한 정책들이 변경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딜리버리히어로는 우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고 있고 회사명과 서비스명, 일하는 방식, 출근시간, 근무시간, 복지정책, 그리고 떡복이마스터즈, 한글글꼴개발, 매거진F, 배민문방구, 신사업, 테크코스, 등 모든 것은 현 상태를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창업자는 기업결합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싱가포르에 세우는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 회장직을 맡는다. 우아DH아시아는 아시아 11개국 음식 배달 사업 운영을 담당한다. 김 창업자는 든든한 자금줄과 기술력을 업고 아시아 지역에 '배달의민족 DNA'를 전파할 전망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 28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김봉진 창업자를 식구로 맞이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우아한형제들의 (사업운영) 경험은 아시아 전역에서 딜리버리히어로의 존재를 확장하고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사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음식배달, 핀테크, 퀵커머스 등 여러 사업영역에서 노하우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봉진 창업자는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파트너십은 음식 배달시장 전체 생태계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아시아 배달산업 혁신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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