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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의 청춘①] “배 고프면 도둑질한다고”…범죄의 유혹

"생활비 마련하려고"…보이스피싱 등 유혹에 넘어가
경찰 "잘 모르고 가담했다해도 엄벌…생각조차 말아야"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노경민 기자, 이유진 기자 | 2020-11-07 09:00 송고
편집자주 올 겨울은 20대에게 유독 길고 추울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길어지면서 취업시장은 '꽁꽁' 얼었고 제대로 된 아르바이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 때문일까. '중노동' 알바로 눈을 돌리거나 각종 범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20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3회에 걸쳐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청년층 일자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격을 입은 숙박음식업·교육서비스업 등 취업자 감소분 절반이상이 청년층으로 조사됐다. 10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확산 정점을 거친 지난 4월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지난해 4월보다 24만5000개 줄었다. 2020.10.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청년층 일자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격을 입은 숙박음식업·교육서비스업 등 취업자 감소분 절반이상이 청년층으로 조사됐다. 10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확산 정점을 거친 지난 4월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지난해 4월보다 24만5000개 줄었다. 2020.10.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로 치달으면서 범죄 수렁에 빠지는 20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알바생 구인이 대폭 줄었고 20대, 심지어 10대들이 범죄에 빠지거나 코로나19 사태를 되레 악용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1, 지난 6~7월 20대 중반 A씨는 부산에서 보이스피싱 송금책으로 활동하다가 경찰에 검거돼 구속됐다. 그는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만나 현금을 받아내 송금하는 역할을 맡았고 6회에 걸쳐 9000만원을 뜯어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 법원으로부터 최근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2, 지난 9월초 부산에 사는 10대 후반 B양은 스스로 경찰서를 찾았다. B양은 단순 심부름으로 생각하고 한달여 동안 무려 10명에게 1억원 상당을 받아내 특정 계좌로 송금했다. 그러던 중 보이스피싱 언론보도를 보고 자신이 한 행동들이 범죄임을 뒤늦게 깨닫고 자수했다.

7일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검거된 보이스피싱 송금책 사례를 보면 대부분 생활비 마련을 목적으로 한 20대들의 범행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단순 가담이더라도 적극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범죄가담 동기자체를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금책'이란 보이스피싱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받아낸 뒤 범죄조직의 계좌로 입금하는 역할을 한다. 2% 수준의 저금리 대환대출을 하려면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는 수법을 활용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단순하고 짧은 기간 고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을 퍼뜨려 20대를 송금책용 알바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SNS에 구인공고를 올리거나 알바구인 사이트에 등록된 20대들의 자기소개서를 보고 접근을 시도하기도 한다.

'계좌 거래량이 많아 세금이 많다'는 핑계를 대며 직원에게 현금을 받아 특정계좌에 이체하라는 요청부터 카지노 고객의 선금을 받아서 입금하면 일당 30만원을 준다는 등 수법도 교묘하다.

잘 모르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하더라도 형사사건에 준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애초에 가담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특히 범행 횟수가 늘어나면 구속수사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경우에 따라 재판에 넘겨져 A씨 처럼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안영봉 부산경찰청 수사2계장은 "부산경찰은 송금책과 같은 단순 가담자에 대해서도 강력범죄에 준해 처벌할 방침이기 때문에 고액 알바에 속아서 범죄에 발을 들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상황을 악용해 중고거래 사기 등 범죄에 가담하는 이들도 있다.

#3, 지난 4월 전남 군산에서 20대 후반 C씨가 코로나19로 마스크 구매가 어려워지자 인터넷에 KF94마스크 등을 판매한다는 허위 글을 올렸다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총 9명으로부터 25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4, 지난 6월 대전에서는 20대 중반 D씨 등 7명은 당시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현상을 악용하기로 했다. 유명 마스크 판매 업체 것과 똑같은 '가짜 마스크 판매 누리집'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속인 뒤 돈만 가로챘다가 검거됐다.

전문가들은 20대 청년들의 범죄를 예방하고 재범 방지를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의당 산하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인 강민진 전 대변인은 "사회적 네트워크가 약한 청년층이 범죄에 가담하게 됐을 경우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고 또 예방홍보가 중요하다"며 "특히 생활고를 겪는 청년들이 자기도 모르게 범죄에 빠져드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강 전 대변인은 "법적 자문을 받기 어려운 20대인 만큼 자발적으로 신고나 제보할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청년층의 결여된 무언가가 있어서 범죄가 발생하는 것 처럼 비춰지곤 하는데 현 상황에 대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대책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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